[암호화폐 체험 르포] ① 매수 버튼을 누르다

암호화폐 열풍이 거세다. 언론은 대표적인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최고가 경신 소식을 연일 전하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로 수십 억 원을 번 뒤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었다는 29살 청년의 인터뷰와 결혼 자금을 날려 절망에 빠진 예비 신랑의 사연이 나란히 소개된다. 

열풍의 한복판에는 청년들이 있다. 지난 20일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실이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분기 새롭게 암호화폐 거래에 뛰어든 투자자 249만 5289명 가운데 2030세대는 63.5%에 해당하는 185만 5000여 명에 이르렀다. 누군가는 암호화폐의 기술적 잠재성에 찬사를 보내지만 어떤 이는 '튤립 투기'에 비유하며 '거대한 사기'로 평가한다.

청년들은 왜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드는 것일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나는 이달 초 암호화폐 거래를 시작했다. 또한, 같은 기간 암호화폐에 투자한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청년 5명을 인터뷰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역동적이었다. 시세는 하루에도 수십 번 씩 급등과 급락을 거듭했다. 아무도 그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다. 휴일도 없이 24시간 내내 거래가 이뤄지는 암호화폐 시장을 살피느라 나는 잠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평온해야 할 주말 오후에도 스마트폰을 붙잡고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가늠하느라 신경을 곤두세웠다. 암호화폐의 광풍에 휘말렸던 4월의 생생한 기록을 5회에 걸쳐 연재한다. 


벼락부자가 되겠다는 기대는 없었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도박'에 가깝다는 사실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다. 도박에 빠지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박장에 가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암호화폐 시장이 가열되고, 주변의 많은 지인들이 그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암호화폐 투자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 대부분 암호화폐 거래는 모바일 앱을 통해 이뤄지지만, 일부 거래소 업체는 오프라인 고객센터도 운영하며 암호화폐 시세를 실시간으로 알리는 전광판을 세워둔다. 사진은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고객센터 라운지의 모습. ⓒ <연합뉴스>

그래도 호기심이 일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든 친구들도 이해하고 싶었다. 어느 순간부터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에 ‘암호화폐’가 빠지지 않았다. 카카오톡 채팅방에서도, 결혼식장에서도, 술자리에서도 암호화폐 이야기는 나를 제외한 모두의 관심을 끌어내는 유일한 주제였다. 암호화폐에 발을 걸치지 않은 사람을 주변에서 찾기 어려웠다. 물론 욕심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었다. ‘누가 십수억원을 벌었다더라’ 하는 소식을 들을 때 마다, 일단 뛰어들면 돈을 벌 수 있는데 나만 ‘벼락거지’가 된 것 같았다. 

며칠 전 대학원에서 프랑스 철학을 전공하고 있는 한 후배와 통화했다. 그는 주말마다 PC방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어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비장한 어투로 농담처럼 말했다. "선배, 정말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네요. 대학원에 있다 보니 바깥 세상이 참 무섭게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땐 투자할 돈이 없는 게 차라리 다행일까요." 그의 자조 섞인 말을 경고처럼 받아들여야 했다는 것을 그 때는 몰랐다.

어느 봄날 암호화폐가 나를 찾아왔다

대학원에 입학하고 한 달 정도 지난 이달 초, 통장 잔고를 확인했다. 취업이 될 때까지, 앞으로는 모아둔 돈을 까먹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니 불안감이 들었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진지하게 비트코인 투자를 떠올린 건 그 때였다.

대학원에 입학한 3월 초부터 암호화폐 시장의 과열은 심상치 않았다. 대표적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한 개의 거래 가격은 3월 1일 5000만 원 수준이었다. 4월 8일에는 7천 2백만 원으로 급등했다. 한 달 사이 50% 가까이 가격이 오른 것이다. 만약 3월 초에 비트코인에 100만 원을 투자했다면 가만히 앉아서 50만 원을 벌었을 것이다. 같은 기간 은행에 넣어 둔 계좌에서는 3000원 정도 이자가 붙었다. '나도 비트코인이나 해볼까'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 주식과 마찬가지로 암호화폐도 종목의 등락추이를 나타내는 차트가 주된 분석대상이다. 사진은 암호화폐 투자에 대해 알아보면서 처음 비트코인의 차트를 관찰하는 모습. ⓒ 나종인

의지는 다졌지만 여전히 무지했다. 공부가 필요했다. 주식 투자도 해본 적 없었다. '하드포크' '알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용어들은 물론, '손절'이나 '익절'과 같은 기본적인 투자 용어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그렇다고 책으로 진득하게 공부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체험을 통해 배워나가기로 했다.

먼저 암호화폐 거래를 위해 모바일 앱 ‘업비트’를 설치했다. 암호화폐 거래는 주식 거래처럼 모바일 앱을 통해 주로 이뤄진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라는 단일한 거래소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주식시장과 달리 암호화폐 시장은 개별 업체가 운영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마다 취급하는 암호화폐 종류와 보유 수량이 다르다. 즉, 복수의 거래소가 존재하며 거래소에 따라 각기 다른 앱을 이용하여 거래하는 셈이다. 

국내엔 100여 개의 암호화폐 거래소가 운영되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거래소로 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 등이 있다. 이들 거래소는 국내 일 평균 암호화폐 거래액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앱을 설치하고 거래소와 계좌를 연동한 뒤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면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이메일 인증, 휴대폰 본인인증, 입출금 계좌인증, 간편결제 플랫폼을 통한 추가 인증까지 네 단계에 이르는 과정을 거친 뒤 내 계좌의 현금을 가상화폐 거래소에 입금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매수할 종목과 금액을 결정한다. 암호화폐의 종류는 크게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으로 나눠진다. 비트코인은 2008년 최초로 탄생한 대표적인 암호화폐로 가장 비싸다.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는 '대장주'로 불릴 정도로 상징성을 지녔다. 

알트코인은 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화폐마다 기술적 기반과 활용도, 목적 등이 다양하다. 2018년 4월 1500여 종 수준이었던 알트코인은 지난 달 기준 9천여 종으로 늘었는데, 지금도 수시로 새로운 알트코인이 거래소에 등록되고 있다. 이더리움, 도지 코인, 리플 등이 대표적이다. 비트코인에 비해 알트코인들은 저렴하지만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해킹을 당하거나 하루아침에 상장이 폐지되는 등 위험성도 높다. 

마음먹기는 어렵지만 시작하기는 쉽다

나는 알트코인 투자가 위험하다는 여러 언론 보도를 읽은 적이 있었다. 그나마 안전하다는 비트코인을 첫 투자종목으로 결정했다. 대학원 입학 전, 1년간 일하며 모아둔 여윳돈이 있었다. 그 가운데 50만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대학원생에게 50만 원은 적지 않은 돈이지만, 모두 잃는다 해도 생활에 큰 지장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대부분 개인 투자자의 암호화폐 거래는 스마트폰 앱으로 이뤄진다. 암호화폐는 휴일없이 24시간 내내 거래소를 통해 거래된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면 간편하게 암호화폐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 나종인

앱을 실행했다. 암호화폐 종목별로 현재 가격, 전일대비 등락률, 거래대금 등이 첫 화면에 떴다. 한참 스크롤을 해서 내려야 할 정도로 많은 알트코인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가격과 시세 등락률은 실시간으로 변화했다. 목록 가장 위에 배치되어 있는 비트코인을 눌러보았다. 뉴스에서나 보던 빨갛고 파란 차트가 현란하게 움직였다. 비트코인 한 개 가격은 7200만 원 언저리에서 오르내리고 있었다. 

거래는 간단하게 이뤄진다. [주문-매수] 탭을 누르고 수량과 희망하는 가격을 입력한 뒤 매수 버튼을 누르면 된다. 매수하려는 총액 50만 원을 입력하고 시장가격(매수 주문 시점에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가격으로 거래하는 것)에 매수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화면에 '거래 체결'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50만 원이 '0.00691159' 비트코인(BTC)으로 바뀌어 내 암호화폐 계좌에 들어왔다. 250원 가량이 수수료로 차감된 후 거래되었다. 거래마다 대금의 0.05% 씩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사실도 그 때 처음 알았다. 오후 8시를 막 지난 때였다. 2021년 4월 8일 저녁, 암호화폐 투자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 비트코인을 매수한 첫 날 불안감에 쉽게 잠들지 못했다. ⓒ 일러스트: 조한주

밤이 깊어도 방황하며 춤을 추는 차트들

첫 매수를 마쳤지만, 밤이 늦도록 잠들지 못했다. 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멀리하려 했지만 매수 직후부터 시세가 궁금해졌다. 스마트폰을 멀리 두고 느긋하게 기다리겠다는 애초의 결심은 소용이 없었다. 누운 자리에서 거래소 앱을 켜서 계속 들여다보게 됐다. 새벽 3시, 모두가 잠들었을 깊은 밤이었지만 차트는 멈출 줄 몰랐다. 눈을 감은 뒤에도 얼마나 가격이 올랐을지, 혹은 떨어졌을지 쉼없이 가늠했다. 

다음 날 아침 8시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에서 비트코인 시세를 확인했다. 전날보다 5% 가까이 상승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수익이 발생한 것이다. 비트코인을 지금 팔면 수익 2만3969원이 나의 계좌에 입금된다. 하지만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한다. 상승장이 오래 지속될 것 같은데 지금 매도하면 미래의 수익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금요일에 수강하는 강의는 경제사회 분야의 쟁점을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마침 이번 주에는 '암호화폐'를 주제로 다뤘다. 이제 막 투자를 시작했을 뿐인데, 막연하게 느껴졌던 이론과 용어, 배경지식 등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김프'(김치프리미엄)에 대해 설명해 볼 사람?" 교수님의 물음에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답한다. 김프란 한국을 상징하는 ‘김치’와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을 의미하는 '프리미엄'의 합성어로 한국의 암호화폐 거래 시세가 외국보다 높은 현상을 나타낸다. 나를 비롯한 한국의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외국보다 비트코인을 10~20% 가까이 비싸게 매수하는 요인이다.

수업 내내 스마트폰 알람이 울렸다. 현재 시세보다 일정 수준 높거나 낮은 가격에 이르면 울리도록 설정해 두었기 때문이다. 때로 매수한 가격보다 3% 가까이 하락하기도 했지만 이미 상승장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대체 왜 비트코인 가격은 오르고 내릴까', '다른 투자자들은 어떻게 투자 종목과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결정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 4월 9일 오후 9시 모바일 앱으로 확인한 암호화폐 자산의 수익률. 전날 매수한 비트코인의 가치가 하루만에 4.74% 상승했다. ⓒ 김동우

오후 들어서도 상승세는 분명했다. 투자에 나선지 이틀 만에 비트코인 시세를 확인하는 행동은 습관이 됐다. 기사를 쓰다가도, 책을 읽다가도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암호화폐 시세를 확인한다. 평소라면 팟캐스트를 듣거나 유튜브를 보면서 잠들지만, 이젠 누워서도 암호화폐 거래소를 확인하고 관련 뉴스를 검색한다. 

상승하는 시세를 보며 머릿 속으로 장밋빛 미래를 그려본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내가 큰 돈을 번다면 무엇을 할까? 대학원 등록금을 낼 수 있을까? 부모님께 차를 사드릴 수 있을까? 집을 살 수 있을까? 마음은 이미 자산가로서의 삶을 계획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계획들이 마음 속에 부풀어 오를 무렵, 1997년 세계복싱협회(WBA) 헤비급 타이틀전 경기 도중 상대 선수 에반더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 뜯은 마이크 타이슨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 대 맞기 전까지는(Everyone has a plan 'til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암호화폐에 투자한 다른 이들도 처음엔 나처럼 계획이 있었을 것이다. 고점에서 크게 물리기 전까지는. 자정 무렵 확인한 차트는 ‘76,066,000’를 나타내고 있었다. 50만 원으로 시작한 투자금은 하루만에 52만7000원이 되었다.

▲ 암호화폐 투자에 참여한 청년들의 첫 투자 당시 정보. ⓒ 김동우

모든 투자자들이 수익을 기대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에 첫발을 내딛지만, 구체적인 투자의 사정은 조금씩 다르다. 서울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A(30) 씨는 넉달 전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었다. 그는 용돈을 벌려고 처음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했다. 고시 준비 등으로 구직 활동이 길어지면서 부모님께 계속 손을 벌리기 부담스러웠다.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암호화폐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진지하게 관심이 생겼다. 

가전제품 수리업에 종사하는 B(30) 씨는 ‘상대적 박탈감’을 암호화폐 투자에 나선 배경으로 설명했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왔는데 암호화폐 열풍을 보면서 “앉아서 바보가 된 기분이 들었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주변 사람들은 암호화폐로 많은 돈을 버는데, 내가 일해서 번 돈이 통장에서 가치가 줄어드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는 것이다.

C(30) 씨처럼 직장을 다니면서 암호화폐 투자에 나선 청년들도 많다. C 씨는 2년 전부터 광주의 대형 뷔페에서 홀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직장에서 함께 일하던 지인이 암호화폐 투자로 서울의 아파트값을 벌었다는 소식은 직접적인 자극이 되었다. 코로나19 사태도 그의 생각에 변화를 준 요인이다. 지난 1월 한 달 동안 무급휴직을 겪으며 직장에서 돈을 버는 일도 안정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암호화폐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졌다. 시장의 유휴자산이 암호화폐 시장에 몰려 당분간 상승할 것이라는 나름의 판단도 있었다. 

주식이나 부동산과 달리 암호화폐 투자는 비교적 소액으로도 접근이 가능하다. 고정적인 소득이 없는 A 씨는 모아둔 용돈에 여자 친구로부터 빌린 돈을 보태어 투자를 시작했다. 20대 투자자 중에는 A 씨처럼 용돈이나 아르바이트 등으로 번 소액으로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초년생인 B 씨와 C 씨도 여유자금이 많지 않았지만, 작은 돈으로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암호화폐에 쉽게 접근했다. 

 

* 2회 <알트코인 '단타'로의 위험한 초대> 편에서는 알트코인 투자를 시작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처음 매수한 비트코인의 시세가 빠르게 상승하자 자신감을 얻은 나는 50만 원을 추가로 입금하여 알트코인 단타(짧은 시간동안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여 시세차익을 실현하는 투자전략)에 나선다. 50만원 정도만 투자하려던 계획을 바꾸고 출자금을 100만원으로 늘린 것이다.


편집 : 이예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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