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민간협의체 ‘그린수소포럼’ 창립식

"최근 폭우와 태풍, 산불, 가뭄 등 기후위기에 따른 재난이 지구촌 곳곳에서 본격화하면서 친환경 에너지전환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와 함께 탄소배출이 없는 청정에너지로 꼽히는데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오늘 창립하는 그린수소포럼은 산업계, 학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간 중심의 수소경제 소통 채널이 될 것입니다."

2일 오후 2시 30분부터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린 그린수소포럼 창립식에서 진행을 맡은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이 포럼 결성 취지를 이렇게 밝혔다.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장관과 최열 환경재단이사장이 공동준비위원장을 맡고 40여 명의 기업인, 학자, 시민운동가 등이 참여한 그린수소포럼은 앞으로 수소경제 정책 제언, 국민 수용성 제고 등의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행사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30여 명만 현장 참석하고, 환경재단 유튜브와 줌(Zoom) 화상회의로 세종과학고 학생과 시민 등 100여 명이 함께 했다.

탈탄소 에너지전환 위해 수소가 보완적 역할

▲ 김연희 BCG 대표파트너가 탈탄소 에너지전환에서 수소가 맡을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 김은초

포럼 첫 순서로 ‘탄소중립과 수소경제의 역할’을 발표한 김연희 보스톤컨설팅그룹(BCG) 대표파트너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술만으로는 탄소중립이 어렵다”며 “수소경제가 30~40% 정도는 보완적 관계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소가 국제무역이 가능한 에너지라는 점을 강조하며 생산과 저장, 운송, 활용에 이르는 수소산업의 가치사슬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수소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기에 한국이 글로벌 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수소경제에서 한국은 일본과 세계 선두를 다투고 있으니 패권을 잡으려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이 수소에너지 생산 관련 기술은 부족하지만, 저장과 운송 관련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인 선박 기술 등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공지능·빅데이터 기술업체 ‘솔트룩스’ 이경일 대표이사는 ‘빅데이터를 통해 본 수소에너지의 현주소’ 발표에서 기후위기와 수소경제에 관한 대중의 인식 흐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는 뉴스, 블로그, 트위터 등의 ‘소셜 빅데이터’ 2억 건(2013~2019년)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 집중호우, 농작물재해, 병해충 방제 등 구체적 사실 중심의 키워드가 갈수록 많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기후변화 문제가 국민들 생활 깊숙이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소경제와 관련해서는 감성적 텍스트 분석 결과 국민의 80%가 긍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이사가 수소경제와 관련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김은초

독일 등 주요 선진국도 앞다퉈 국가전략 발표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연료전지사업을 총괄하는 김세훈 부사장은 ‘수소사회 도래와 미래 비전 2030’ 발표에서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와 수소차 개발 동향을 설명했다. 그는 “수소는 물에서 얻을 수 있고 지구상에 가장 풍부한 원소”라며 “세계 각국도 수소경제의 중요성을 인식해 지난해에만 (독일, 프랑스 등) 7개국이 수소 관련 국가전략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 김세훈 현대자동차그룹 부사장이 수소연료전지 기술의 동향과 전망을 설명하고 있다. ⓒ 김은초

현대자동차는 1998년 수소연료전지 개발을 시작해 모빌리티(운송) 분야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13년 세계 최초 수소전기차 ‘투싼 아이엑스(ix)’를 개발한 데 이어 2018년에는 내구성을 2배 키운 ‘넥소(NEXO)’를 내놓았다. 트럭과 버스 등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상용차 분야에서도 수소전기차를 개발해 지난해부터 해외 수출을 시작했다. 김 부사장은 “승용차 연료전지 기술력은 일정 수준을 넘어 원가절감을 통한 상용화 단계로 접어들었고 트럭과 버스, 항공기용 연료전지를 개발하는 단계”라며 특히 트럭과 버스를 수소경제 구현의 주요 수단으로 꼽았다. 

독일 아고라에네르기벤데연구소의 패트릭 그라이첸 소장은 '독일의 그린수소 활성화 정책'을 주제로 한 영상을 보내왔다. 그는 탄소중립 실현 과정에서 수소의 역할은 저장·운송이 어려운 재생에너지의 약점을 보완하는 정도가 바람직하다며 “(햇빛·바람이 없을 때를 보완하는) 에너지 생산과 철강·화학 등의 산업분야, 그리고 해운·항공 등에 유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양한 수소 종류 중 그린수소만이 진정한 청정에너지라고 강조했다.  

“그린수소와 저탄소수소를 구분해야 합니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전기분해로 생산한 것으로 탄소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블루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돼 탄소포집 및 저장기술(CCS)이 적용됩니다. 마찬가지로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청록수소’는 고체탄소를 배출하는데 이는 주택건축자재로 활용하거나 지하에 저장할 수 있죠. 셋 중에 탄소배출이 없는 건 그린수소뿐이고 나머지는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발생해 기후위기에 좋지 않습니다.” 

▲ 패트릭 그라이첸 독일 아고라에네르기벤데연구소장이 수소에너지의 가능성과 한계를 설명하고 있다. ⓒ 김은초

정세균 총리 등 수소경제 활성화 의지 강조

발표를 마친 후 진행된 그린수소포럼 창립총회에서 이희범 공동준비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생산량이 무한하고 탄소배출이 없는 그린수소만이 에너지전환을 이뤄낼 수 있다”며 “지난해 7월 출범한 수소경제위원회 등을 통해 한국의 수소경제가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열 공동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전 세계가 고통받는 코로나19는 기후변화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며 “가뭄, 태풍, 폭염, 산불, 식량부족, 이로 인한 난민 발생 등 기후재앙을 막으려면 에너지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똘똘 뭉쳐서 탄소경제를 종식하고 바람과 햇빛, 그린수소 자연에너지로 전환해 탄소제로 사회를 앞당기자”고 역설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축사에서 “2019년 1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과 지난해 출범한 수소경제위원회, 그리고 5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수소법 등을 바탕으로 정부가 그린수소 실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 정세균 국무총리(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 그린수소포럼 참가자들이 창립총회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환경재단

포럼 사무국을 맡게 된 환경재단의 이미경 상임이사는 운영계획 발표를 통해 매년 국제포럼 1회를 포함, 다양한 논의의 장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린수소가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도록 포럼이 민·관·학 협력의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편집 : 이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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