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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서 비롯된 ‘3중 복합위기’

기사승인 2021.01.26  12: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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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희 이동민 윤상은 기자 dongmin1535@gmail.com

- [인문교양특강II]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
주제 ② 그린뉴딜과 에너지전환

“시민사회와 일부 전문가들이 20여 년 전부터 기후위기가 점점 심각해진다고 말했는데, 한국 사회와 정치권에서 주류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2020년에 국민들이 기후위기가 삶에 직접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처음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54일간 장마에 시간당 최대 920mm의 엄청난 강우량, 연속적인 태풍이 원전에 끼친 피해를 보면서 생각이 변한 거죠.”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이자 환경시민단체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홍종호 교수는 ‘그린뉴딜과 에너지 전환’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올해 들어 각종 방식으로 기후위기 경제위기를 엮어서 설명을 요청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며 “실제로 4개월 사이 언론에서 기후위기 문제에 관해 이야기해 달라고 한 것이 20년 동안 한 것보다 많았다”고 말했다. 기후위기에 관한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홍종호 교수가 지난 10월 16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두 번째 주제 ‘그린뉴딜과 에너지 전환’에 관해 특강을 하고 있다. ⓒ 민지희

2020년은 기후위기 인식 전환점

홍 교수는 지금이 3중 복합위기 시대라고 말했다. 3중 복합위기는 ‘질병위기’ ‘경제위기’ ‘기후위기’를 뜻한다. 그는 “올해 코로나19로 질병위기가 나타나면서 세계가 경제위기 상황에 봉착했다”며 “우리나라와 함께 유럽이나 미국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라고 질병위기에서 경제위기로 이어지는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기후위기에 관해 “환경단체에서 오랫동안 다룬 이슈”임을 강조하며 “특히 올해는 장마가 지속하면서 기후위기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20년은 기후위기에 관한 국민인식이 터닝포인트를 맞는 원년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분명히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이것이 시민사회, 의회, 국회, 정치권에서 좀 더 국민생각의 변화를 빨리 확인하고 그에 따른 우리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는 질병위기에 따른 경제위기를 기후위기와 별개로 보는 인식이 일부 시민들에게 남아있다며 질병위기와 경제위기의 원인이 기후위기임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가 “과거부터 이어져 온 조류인플루엔자와 2015년 메르스바이러스(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동물과 사람 사이에서 전파 가능한 인수공통 감염병”이라며 “지구촌 사회에서는 감염 경로가 다변화하고 확대되면서 동물과 인간의 접촉면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것이 기후변화에서 비롯된다”며 “앞으로도 농·어업 생산성이 악화하고 경제활동의 제약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020년 경제상황에 비춰 봤을 때, 질병위기에 따른 경제위기와 기후위기가 악순환하는 것을 우려하면서 이를 멈추지 않는다면 코로나가 해소되더라도 기후위기와 경제위기는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4월 24일자 만평. 링 안에서 코로나와 지구가 싸우고 있는데 링 밖에 기후변화라는 엄청나게 큰 선수가 기다리고 있다. 기후변화가 코로나 이후 더 큰 파급력을 가질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 <이코노미스트>

에너지 전환은 살아남기 위한 선택

세계적 기업들은 ‘RE100 선언’에 참여하며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만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선언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은 지난해 12월 가입한 SK그룹(6개사)뿐이다. 홍 교수는 “한국에서는 재생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덴마크는 전체 전력의 70%, 영국은 4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데 한국은 6%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RE100 선언에 참여한 기업들. ⓒ 홍종호

한국이 느리게 에너지를 전환할 때 유럽은 ‘그린딜(Green Deal)’을 시작했다. 그린딜은 2050년까지 유럽을 기후 중립 대륙으로 만들자는 유럽연합 국가 간 약속이다. 이를 위해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하고자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고 그린 뉴딜을 달성하기 위해 올해 1~4차 추경 예산으로 66조 원을 편성했다”며 “적지 않은 돈을 진짜 그린뉴딜을 달성하는 데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 재생에너지 경제 기반이 잡히지 않아 국내 관련 기업들이 외국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만의 풍력 발전을 소개했다. 섬나라인 대만은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해 5Gwh까지 해상풍력을 만들고 있다. 반면 한국은 1Gwh에 그치고 있어 국내 관련 기업들이 대만으로 진출해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일관된 정책으로 에너지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이 홍 교수 특강을 듣고 있다. ⓒ 민지희

재생에너지 없는 수소차, 반쪽짜리 그린뉴딜

홍 교수는 그린뉴딜을 성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에너지 전환을 들었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만들어야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경제를 안전하게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수소차를 예로 들어 에너지 전환 없이 진행되는 그린뉴딜의 한계를 지적했다.

“수소차의 결정적인 문제가 뭘까요? 지금 쓰는 수소는 천연가스에서 나옵니다. 천연가스에는 탄소가 들어가 있어요. 수소차 타면 대도시에서 소음과 미세먼지가 없어서 좋은데 어디선가 수소를 만들면서 탄소를 배출하고 기후변화를 야기하고 있죠.”

그는 진정한 친환경 수소차를 만들려면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연가스를 수입해서 수소를 만드는 방식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유럽은 이미 재생에너지로 수소까지 얻어내고 있다”며 “그린 수소가 있어야 수소경제를 제대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환은 기후위기를 막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민주화와 경제 발전 기회가 될 수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5%인 한국은 화석연료를 들여와 지역에서 주로 전기를 만들어 전국 대도시에 공급한다. 재생에너지는 전기가 필요한 전국 곳곳에서 만들어 쓸 수 있어 비교적 민주적이다. 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 현재 원전은 미국 96기, 러시아 36기, 프랑스 58기, 중국 48기, 한국 25기이다. 하지만 면적 대비 원전 밀집도는 한국이 전세계 1위다. © 홍종호

기후위기 해결은 미래세대가 나서야

홍종호 교수는 해외 원전 현황과 비교하며 국내 에너지산업 문제를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원전 최대 밀집 국가이며, 이는 미국의 98배, 러시아의 170배라는 설명이다. 덧붙여 “전력 사용량은 수도권이 국내에서 가장 많지만 전력을 공급하는 원전 24기는 월성과 고리 등 대부분 충청도 아래에 있어 수도권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전이 자주 일어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전력이 한 번 끊기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경질된다”며 “저렴하지만 좋은 품질의 전력을 계속 공급하느라 전력 공급을 위한 에너지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등 에너지 공급 체계가 왜곡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5월 발표한 '국가별 전기요금'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인당 전기요금은 8.28펜스(125원)/kWh로 28개국 중 두 번째로 낮았다. 미국보다 1.3배, 일본보다 2.8배가량 저렴한 편이다. © IEA

“사람들은 경제위기나 불평등, 공정 등에 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죠. 제일 공감대가 낮은 게 기후위기예요. 우리나라 경유차가 전국에 1천만 대 정도 있습니다. 각종 이해관계 충돌 때문에 경유차가 줄지 않는 거죠.”

홍 교수는 기후 위기에 관한 낮은 국내 인식을 바꾸려면 “언론인을 포함해 청년들이 기후 위기 심각성을 알리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장에서 환경 문제에 관한 얘기를 사람들과 나눠보면 2030세대와 50대 이상의 시각 차이가 확연하다"며 전국의 1천만 대 가까운 경유차를 예로 들었다. 경유차는 대도시 미세먼지의 가장 큰 발생 원인 중 하나다. 이미 기존 생활방식에 익숙해진 기성세대는 환경오염에 관한 심각성을 알지만, 인식을 바꾸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땅에서 오래 살아가야 할 청년들이 기후 위기를 벗어나려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20년 2학기 [인문교양특강II]는 한홍구 홍종호 이상수 강유정 이주헌 허효정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방학 때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이예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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