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홍태균 찬스웨이브 대표

카메라 앞에서 늘 맸던 넥타이를 풀고, 단정하게 매만졌던 머리도 조금 흐트러진 대로 놔둔 모습. 지난해 11월 7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로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만난 홍태균(31) 찬스웨이브 대표는 뉴스를 전하던 아나운서에서 ‘눈코 뜰 새 없는’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경영자로 완벽히 변신해 있었다. 그의 회사가 개발한 공공정책 정보 종합서비스 ‘찬스링크’는 15일 일반 서비스를 시작한다. 

“제가 포항 MBC에서 하루 종일 뉴스를 진행해도 (모든 뉴스를) 다 듣고 있지 않거든요. 남들이 힘든 상황에서 정말 도움이 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것을 통해 누군가는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보조금, 장학금 등 복지 혜택 원스톱 조회 

▲ 포항 MBC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공공정책정보 종합서비스 사이트를 만든 홍태균 찬스웨이브 대표가 <단비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정진명

그는 2년여 일하던 포항 MBC를 지난해 7월 퇴직하고 9월에 직원 4명과 함께 ‘생활밀착형 정책 큐레이션 서비스회사’ 찬스웨이브를 창업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찬스링크는 개인이 포털사이트에 연동된 아이디(ID)와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국가보조금, 장학금 등 받을 수 있는 복지혜택을 한꺼번에 알려주는 서비스다. 부동산, 교육, 출산, 취업, 창업, 법률 등 각종 생활 관련 정책도 종합적으로 검색할 수 있다. 홍 대표는 “개개인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그들이 무엇을 모르는지 쉽고 간편하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사업안은 지난해 10월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최한 제 43회 지스타트업 피치데이(G-start up pitchday)에서 2등을 하면서 행정상의 지원도 받았다. 소비자들은 이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회사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홍보하고 광고비를 받아 운영한다.

▲ 찬스웨이브가 15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하는 공공정책 큐레이션 서비스 찬스링크. 부동산, 교육, 출산, 취업, 창업 등 공공정책을 종합적으로 검색하고 정부보조금이나 장학금 등 개인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한꺼번에 파악할 수 있다. ⓒ 찬스웨이브

아무리 ‘남들에게 바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더라도, 방송사 아나운서직을 버리고 승산을 알 수 없는 창업에 뛰어든 것은 경솔한 선택이 아닐까. 홍 대표는 “사실 대학 때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고, 세 번이나 도전했던 경험이 있다”며 가벼운 선택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의 첫 번째 도전은 대학교 3학년 때 중국에 유학 갔던 경험을 살려 한국인이 중국어를 쉽게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국민대 국제학부에 다니는 동안 교내 창업 프로그램에서 배인식 곰플레이어 대표를 만나 정보기술(IT) 창업의 기본기를 배웠고, ‘대륙의 중국어’라는 교재와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온라인 서비스를 수십만 명이 이용하고 몇 개 대학에서 교재로 채택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지만, 개인적 상황 등으로 사업을 이어가지 못했다.

두 번째는 부동산 계약서 등 다양한 계약 양식들을 거래할 수 있는 실무 콘텐츠 플랫폼 사업 ‘워크 나우’였고, 세 번째는 출판과 관련한 플랫폼 창업이었는데, 다소 아쉬운 시장 반응과 함께 정리하게 됐다. 

방송사에선 신사업 공모전, 공익 프로젝트로 눈길 

창업의 경험을 안고 그는 2018년 7월 공채 시험을 거쳐 포항 MBC 아나운서가 됐다. 그는 “우리 생활에서 불편함을 해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수많은 직업 중 하나가 아나운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라디오와 TV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도 색다른 행보를 이어갔다. MBC 사내에서 진행한 ‘유휴부지 활용 신사업 공모전’에 도전해 1등을 했고 ‘포세이프 1114’ ‘아나운서를 빌려드립니다’ 등 공익 프로젝트를 펼치기도 했다. 

▲ 포항 MBC 재직 당시 보이스피싱 관련 뉴스를 전하는 홍태균 아나운서. Ⓒ 포항 MBC

‘포세이프 1114’는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일어난 규모 5.4 지진의 피해자들을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그가 제안한 캠페인으로, 시민들이 인스타그램에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가까운 지진 대피소 등의 사진을 올리고 주변 지인들을 다음 차례로 지목하는 방식이었다. ‘아나운서를 빌려드립니다’는 홍태균 아나운서가 결혼식 사회를 보면, 신랑 신부가 사례금을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하는 캠페인이었다. 그는 1년 6개월 동안 이 캠페인을 통해 기부금 500만 원을 모아 유기견 보호소, 고아원, 노동자 단체 등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나름대로 보람 있는 시간이었지만, 그는 방송에 회의감을 갖게 되면서 아나운서 일을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내가 뉴스를 진행해도 세상이 크게 바뀌는 것도 없고, 기자들이 열심히 취재해온 뉴스를 읽으면서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내가 뉴스를 읽어 주니까 사람들이 나를 기억하고, 주변에서는 그런 이미지로 돈을 버는 사람들도 보였고요.”

그런데 그가 재창업의 아이디어를 얻은 것도 방송이었다. 홍 대표는 “다이빙 관련 지원 제도를 라디오 뉴스로 전한 적이 있었는데, 해당 뉴스를 듣고 할머니 두 분이 (경북) 영덕에서 방송국을 찾아오셨다”고 회고했다. 그때 ‘이런 정보는 시민들이 지나치기 쉽다’고 하는 말이 창업 아이디어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강사·성우·컨설턴트로도 전국 누비는 중  

홍 대표는 스타트업 경영 외에 전국으로 다니며 아나운서 준비와 창업 등에 관한 강의를 하고, 성우도 하고, IR컨설팅(전략적 투자를 받는 방법 자문)도 한다. 그는 “창업이나 방송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실제 경험담을 나누는 자리가 많은데, 그때마다 현실을 직시하도록 따끔한 답변을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경험하고 느낀 대로 전해야만 그들이 취업이든, 창업이든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찬스웨이브는 서울 성북구의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 서울미디어랩에 입주해있다. 이 센터는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운영한다. 여기에 찬스웨이브를 포함, 미디어 스타트업 10개사가 입주해있다. 이들은 2년 동안 해당 공간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홍 대표는 창업에 필요한 자금을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5천만 원 투자받는 등 정부 지원사업을 많이 활용했다고 밝혔다. 

▲ 홍태균 대표의 찬스웨이브가 입주한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 서울미디어랩. Ⓒ 홍태균

홍 대표는 취업·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맨땅에 헤딩’하지 말고, 기회를 잘 이용하고 현실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본인이 꿈꾸는 일과 실제로 하는 일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본인이 가진 역량이 업무와 얼마나 잘 맞는지 실무자들을 만나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될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은 도전을 많이 하면 무조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성실하게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도전할 수 있게끔 환경이 갖춰졌으면 좋겠고, 도전자들은 이 환경과 조건들을 잘 이용했으면 좋겠어요.”

홍 대표는 “성공의 척도를 회사의 크기로 따질 게 아니라, ‘사회의 불편함을 얼마나 해결해 주느냐’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내놓은 공공정책 큐레이션 서비스가 우리 사회 구석구석까지 전달돼, 정보의 사각지대가 줄어들기를 희망했다.


                                                            편집 :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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