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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반격하는 국내 OTT '합종연횡'

기사승인 2020.12.11  12: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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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태 PD yoohee43@naver.com

- [미디어비평] 물 건너간 OTT 사업자 통합방송법

이대로 극장 영화 시대의 종말이 오고야 마는 걸까? 약 240억 원 제작비로 기대를 모았던 영화 <승리호>가 넷플릭스로 직행한다. 앞서 공개된 <사냥의 시간>과 <콜>에 이어 세 번째다. 제작사는 배급계약으로 310억 원을 받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손익분기점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에 70억 원 수익을 낸 것만으로도 성공적이라는 반응이다. 지난 3월 <사냥의 시간>을 공개할 때 찬반 여론이 들끓던 것과는 정반대 풍경이다.

   
▲ 지난 여름부터 개봉을 미뤄오던 영화 <승리호>가 결국 연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로 직행한다. ⓒ 메리 크리스마스

외국계 OTT 사업자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지난 9월 기준으로 국내 유료 가입자 수가 330만을 넘어섰고, 세계적으로는 1억9500만에 이른다. 글로벌 공룡 플랫폼 넷플릭스의 등장은 한국 콘텐츠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국을 동남아 진출 교두보로 삼은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로 불리는 자체 제작 콘텐츠에 과감히 투자한다. 2015년 한국시장에 진출해 지금까지 국내에서 70여 편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했고, 누적 투자액은 8000억 원에 달한다. 매출액의 70~80%를 콘텐츠 개발에 재투자하는 현금 소진 전략을 내세운다. 올해 투자액은 3331억 원 수준으로 확대됐는데 2016년보다 22배 커진 규모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은 회당 제작비 20억 원을 투입해 지상파·종편 드라마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 넷플릭스

지난 9월에는 ‘넷플릭스 엔터테인먼트 Ltd’를 설립해 한국 콘텐츠 개발의 전초기지를 세웠다. 그들이 한국 콘텐츠 시장에 눈독 들이는 이유는 아시아 시장에서 차지하는 한류의 영향력 때문이다. 한류 콘텐츠는 넷플릭스가 중국, 일본 등 아시아시장 진출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 세계 넷플릭스 인기 프로그램 100위권에 오른 한국 드라마는 10편이나 된다. 국가별로는 대만과 말레이시아에서 10위권 내 9편, 베트남 8편, 필리핀 7편, 타이와 홍콩 6편, 일본에서 5편이 한국 드라마다. 올해 공개한 <킹덤> 시리즈와 <인간수업> <보건의사 안은영> 등도 호평을 받았다. 넷플릭스는 한류 콘텐츠의 영향력을 발판 삼아 아시아 콘텐츠 시장을 잠식할 계획이다.

국내 유료방송·OTT 플랫폼은?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국내 콘텐츠 제작사는 안정적 제작비와 제작기간을 보장받았지만, 국내 케이블TV·IPTV 등 유료방송과 OTT 사업자는 비상이다. 국내 OTT 플랫폼에는 지상파 방송사와 SK텔레콤이 합작해 만든 웨이브를 비롯해 CJ ENM과 JTBC가 만든 티빙, 네이버의 네이버TV, 카카오의 카카오TV, 프로그램스의 왓챠 등이 있다. 작년만 해도 넷플릭스 유료가입자 수(285만)는 웨이브(294만)보다 적었지만, 올해는 역전됐다. 지난 7월 SK텔레콤이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을 제안한 것도 이런 위기감에서 나왔다.

   
▲ SK텔레콤의 웨이브는 넷플릭스의 독주를 막기 위해 지상파 3사와 통신사가 합심해 만든 통합 OTT 플랫폼이다. ⓒ KBS

유료방송이 필요 없어진 시청자들이 대거 OTT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코드 커팅’ 현상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2017년 이후 처음으로 50만 명 이하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57만이던 가입자 증가폭이 올 상반기 35만으로 감소하면서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한 것이다. 전체 성장률이 5% 안팎으로 정체되자 IPTV를 운영하는 KT·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은 넷플릭스와 제휴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미 시장을 장악한 넷플릭스를 상대로 전면전을 벌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유료방송을 비롯한 국내 OTT 업계는 날로 커지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에 우려를 표한다. 한국 콘텐츠산업의 종속화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상대적으로 많은 제작비를 보장하고 제작과정에 거의 개입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제작사들은 방송사보다 넷플릭스를 먼저 찾는다. 문제는 콘텐츠가 크게 성공했을 때 발생한다.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구매하는 쪽이어서 단 한 번의 계약으로 콘텐츠의 권리를 챙긴다. 제작사 입장에서 콘텐츠가 크게 성공하면 그에 따른 추가수익이 생겨야 하는데 독점계약 체계에서는 이를 기대할 수 없다. 적은 비용으로도 큰 수익을 내는 콘텐츠산업의 이점을 넷플릭스가 독식하는 구조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은 넷플릭스의 하청기지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쥐 잡으려다가 장독 깨는 ‘통합방송법’

넷플릭스는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돼 최소한의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지난 2000년 분산돼 있던 방송법, 종합유선방송법, 유선방송관리법, 한국방송공사법을 통합해 개정한 법안이 20년 뒤에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으로, IPTV에서 OTT로 확장하는 방송환경 변화에 법체계가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1월 12일 민주당 김성수 의원은 유료방송과 OTT 등의 규제를 방송법에 통합하는 이른바 ‘방송법 전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21대 국회 들어서면서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됐다. 김 의원은 OTT 사업자에게 ‘동일서비스-동일규제’ 원칙을 적용했다. 날로 성장하는 OTT 플랫폼을 수평적 규제체계 속으로 끌어와 형평성 규제 원칙을 달성하려는 것이다. 개정안을 적용하면 넷플릭스는 ‘부가유료방송사업자’에 포함돼 ‘등록 또는 신고’ 단계를 거쳐야만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 방송법 전부개정안은 OTT 사업자를 부가유료방송사업자에 포함해 ‘등록 또는 신고’ 단계를 거쳐야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돼있다. ⓒ 김성수 의원실

21대 국회에서도 OTT 법적 규제 논의는 꾸준히 이뤄졌다. 이달 10일 부가통신사업자에 네트워크망 품질 유지 의무를 부과하는 ‘넷플릭스법(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장애 사실 및 손해배상 고지 기준시간을 기존 4시간에서 2시간으로 상향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모두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는 시도에 그쳤다. 통합방송법처럼 OTT를 방송법에 편입시키는 대대적인 변화는 없었다.

통합방송법의 역차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티빙·푹 등 실시간 방송 프로그램을 판매·제공하는 사업자는 등록으로, 넷플릭스처럼 제공하지 않는 사업자는 신고로 사업을 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실시간 방송을 제공하지 않는 넷플릭스는 등록이 아닌 신고 사업자로 빠지게 된 것이다. 토종 플랫폼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논의된 법안이 역설적으로 국내 사업자 규제만 강화하는 꼴이 됐다.

지난달 24일 ‘글로벌 OTT 플랫폼 확산에 따른 한국 ICT법과 정책의 대응’ 세미나에서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기존 방송사에 가해진 비대칭적 규제도 완화할 필요가 있고, OTT 자체 규제를 강화하지 않아도 방송발전기금이나 디지털세를 징수하는 일, 회계자료 등을 받는 일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광범위한 규제가 오히려 국내 OTT 사업자까지 규제의 틀 속에 가둘 수 있으니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독주를 막아라!

지난 8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방송법·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해 국내 유료방송과 OTT 사업자의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국내 사업자 규제 완화로 글로벌 플랫폼의 국내시장 잠식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의도다.

이 개정안은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를 완전히 폐지했다. 기존 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은 특정 계열 기업이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점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이로써 현대HCN과 인수합병을 시도하고 있는 KT는 올레TV와 스카이라이프를 합해 전체 시장점유율의 33%를 넘길 수 있게 됐다. 유료방송계의 대형 플랫폼 탄생이 가능해진 것이다.

   
▲ KT는 현대HCN을 인수하면서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을 기존 31.52%에서 35.47%로 늘리고, 2위와 10% 이상 격차를 벌리게 된다. ⓒ SBS CNBC

국내 OTT 사업자에 관해서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따라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새로운 법적 지위를 마련했다. 정부는 영화·방송콘텐츠에 적용하는 제작비 세액공제 혜택을 OTT 자체 제작 콘텐츠로 확대하는 방안을 지속해서 검토해왔다. 그러나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된 법률상 지위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다. OTT 사업자가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되면 세액공제와 진흥정책 등의 지원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2024년까지 총 1조 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콘텐츠 제작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유럽은 넷플릭스를 향해 강력한 규제 법안을 마련했다. 유럽 안에서 제작한 콘텐츠가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는 쿼터제다. 자국 콘텐츠산업을 보호하는 노골적인 규제책이다. 프랑스는 외국 OTT 사업자들의 연수익에 2% 세금을 물리고, 독일은 연 매출의 일부를 영화진흥기금으로 쓴다.

넷플릭스 규제는 필요할까?

내년에는 디즈니+ 말고도 애플TV,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 다수 글로벌 OTT 플랫폼이 국내시장 진출을 기다리고 있다. 넷플릭스 진출 때 못지않은 생태계 교란이 예상된다. 넷플릭스는 1998년 비디오 대여사업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신흥 기업이지만, 앞으로 들어올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전통 미디어 거물이다. 넷플릭스의 공세에 이어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올 예정이다. 국내 콘텐츠 산업계는 글로벌 플랫폼의 공습을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 넷플릭스를 비롯한 디즈니+, 애플TV+ 등 다양한 글로벌 OTT 플랫폼이 전세계에 서비스되고 있다. ⓒ KBS

지난 4월 12일 웨이브는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NBC유니버설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이다. 한류 콘텐츠 시장을 확대하려는 SK텔레콤과 북미·유럽에서 확산하는 한류 콘텐츠에 관심을 가진 NBC유니버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NBC유니버설은 미국 전역에 OTT 서비스 피콕을 출시할 예정이었다. 국내 출시까지 이어진다면 경쟁 상대로 만나겠지만, 이번에 체결한 파트너십으로 웨이브 자체 제작 한류 드라마가 피콕을 통해 미국 전역에 퍼지게 됐다. 나아가 파트너십 내용에는 공동 콘텐츠 투자·제작으로 글로벌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 웨이브는 NBC유니버설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한류 드라마를 미국 전역에 송출하는 동시에 NBC유니버설의 콘텐츠를 받는다. ⓒ 웨이브

지난 10월 26일 네이버와 CJ는 6000억 원 규모 상호 지분투자를 통해 포괄적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맞교환한 지분 6000억 원의 절반인 3000억 원을 펀드로 조성해 CJ ENM에 1500억 원,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에 15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앞서 CJ는 네이버 웹툰 원작인 <쌉니다 천리마마트>를 드라마로 제작해 협력한 전력이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네이버 웹툰의 인기 IP를 확보해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국내 OTT 사업자인 티빙도 네이버와 결합 상품을 출시하며 가입자 확대를 위한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달 1일 왓챠는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 8편을 동시에 공개했다. <해리포터>는 전 세계적으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시리즈물이지만, OTT 플랫폼 어디서도 공개하지 않았다. 왓챠는 <해리포터> 시리즈 공개 이후 신규 가입자 수가 늘었다고 밝혔다. 이어서 <007> 시리즈와 <미션 임파서블> <호빗> 시리즈 등 한 달간 매주 수요일에 인기 영화를 공개한다. 왓챠는 콘텐츠 추천·평가 서비스 ‘왓챠피디아’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확한 추천 시스템을 가동한다. 개인화 기술을 이점으로 영화 매니아층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OTT 사업자는 각자 플랫폼의 정체성과 강점을 살린 차별화 전략으로 글로벌 OTT에 맞서고 있다. 미디어 이용 행태 급변은 이들에게 기회이자 위기다. OTT를 방송법 영역으로 끌어들여 규제하는 한편, 토종 OTT의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논의는 힘을 잃었다. 규제는 오히려 국내 콘텐츠산업에 독이 될 뿐이다. 자율경쟁 체제에서 글로벌 OTT와 견주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을 수립해 한류 콘텐츠를 담아내는 국내 OTT를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편집 : 오동욱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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