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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회장님'을 견제하라

기사승인 2020.12.04  12: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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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희 기자 mufc1001@naver.com

- [단비발언대]

   
▲ 홍석희 기자

1999년 OECD는 '기업지배구조 원칙'을 제정했다. OECD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주주, 이사, 경영진 사이에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때마침 우리나라도 외환위기의 원인으로 재벌 총수의 부실 경영이 손꼽히던 상황이었고, 정부는 IMF에 구제금융을 받는 대신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한국의 주주자본주의는 오히려 총수의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OECD가 강조한 견제와 균형은 결국 한국의 기업 문화에 뿌리내리지 못했다.

거수기 사외이사들로 채워진 기업 감사위원회는 재벌 총수를 견제하지 못했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대기업의 67개 계열사가 감사제도를 운용 중인데, 이 중 회사와 이해관계가 있는 감사의 비중이 43%나 된다. 이해관계가 있는 감사의 75%는 전·현직 임직원 출신이다. 이들은 회사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할 위험성이 높다. '최순실 사태' 때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53개 기업 중 이사회를 연 곳은 단 두 곳이었다. 회사에 대한 업무감독권과 회계감독권을 가진 감사위원회가 유명무실한 탓이다.

견제로부터 자유로워진 재벌 총수들은 지속적인 일탈로 회사에 피해를 줬다. 최태원 SK 회장은 출자금 수백억 원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조세포탈 및 횡령, 배임 혐의로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본격적인 재판을 앞두고 있다. 소위 '사주 리스크'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특별사면으로 봐주기에 급급했다. 이외에도 내부거래로 일감 몰아주기,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과의 불공정 거래 등은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과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이달에만 세 차례 재판에 출석했다. ⓒ KBS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하여 감사위원회가 총수 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고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상법개정안 통과는 필수다. 국회 계류중인 이 개정안에 재계는 '기업 경쟁력 약화' '외국계 펀드에 의한 경영권 위협' 등을 내세워 반대한다.

그러나 남대우 전 SK 사외이사는 2004년 외국계 펀드 소버린으로부터 사외이사로 추천받은 뒤 SK 이사회에서 '견제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우려했던 경영권 위협도 없었고 SK의 기업 경쟁력은 도리어 높아졌다. 일부 상법학자는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산권도 공익 목적에 따라 제한될 수 있는 권리다. 지난 20년간 총수들에게 주어진 기회는 충분했다. 이제 견제를 받아들일 시간이다.

코로나19로 경제 위기가 길어지고 있다. 위기 상황일수록 기업의 의사결정은 더욱 체계적으로 신중히 이루어져야 한다. KCGI 사모펀드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제동을 건 것은 조원태 회장의 경영 독주를 견제하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숙의 과정이었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개인은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빠른 사고를 하지만, 조직은 질서정연한 절차를 통해 천천히 논리적으로 행동을 통제한다"고 말했다. 강력한 1인이 늘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이란 고전적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조금 느리더라도 투명하고 안전하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기업 경영 철학에도 대전환이 필요하다.


편집 : 이성현 PD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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