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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배우와 가로세로연구소, 언론일까?

기사승인 2020.12.01  18: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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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인 기자 2015veritas@naver.com

- [저널리즘 쟁점] ‘개인 미디어’는 언론인가

최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서 내보낸 희극인 고 박지선 씨에 대한 콘텐츠가 시청자들에게 크게 비판받았다. 고인에 관해 배려 없는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등이 문제가 됐다. 고인의 죽음을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는 김세의 전 MBC 기자, 변호사 강용석, 김용호 전 기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세 사람이 테이블에 앉아 시사현안을 살피고 의견을 나누는 동영상이 주를 이룬다. 기자, 변호사로서 이들의 경력은 해당 채널의 콘텐츠를 TV 뉴스 같이 느끼게 한다. 2020년 11월 기준 가세연은 6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해당 채널에서 내보내는 콘텐츠에 대한 논란은 꾸준하다. 

   
▲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채널은 11월 기준 구독자 수가 62.5만 명에 이른다. ⓒ 가로세로연구소 채널 갈무리

우파 성향인 세 사람이 진행하는 가세연은 콘텐츠가 자극적이고 정파성이 짙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가세연은 지난 7월 박원순 전 시장의 자살과 관련해 “현장출동, 박원순 사망 장소의 모습”이라는 제목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이 콘텐츠는 박 전 시장의 행적을 따라가며 고인을 조롱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처럼 개인 미디어의 자극적인 보도로 상처 입는 사람들은 늘어나지만, 이를 제재할 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언론’이라고 칭하지만, 언론 활동에 따르는 책임도, 자정작용도 없다. 

보도 증가, 문제도 증가 

2020년 화제를 모았던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도 개인 미디어 보도로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 10월 12일, 유튜브 채널 ‘김용호 연예부장’의 김용호는 이근 예비역 대위를 ‘성폭력 전과자’라고 주장하며 법원의 사건번호가 적힌 검색 내역을 공개했다. 이에 더해 이근이 주장하는 UN근무 경력은 허위라고 주장했다. 이근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즉각 ‘허위사실 유포’라고 반박했고, 김용호를 고소했다. 현재 ‘김용호 연예부장’의 채널에서 이근 관련 영상은 모두 삭제된 상태이지만 폭로 내용을 철회한 것인지 등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어서 유튜버 ‘정배우’가 가짜사나이 로건과 정은주의 사생활을 폭로했다. 본인을 기자라고 소개하는 그는, 채널에서 교관 로건과 정은주가 특정 음란물 사이트에서 초대남(술에 취한 상태의 여성을 성추행하기 위해 대기하는 남성 회원)으로 활동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과거 로건이 몸캠피싱을 당한 피해자라며, 관련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폭로 이후, 로건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했고, 당시 임신 중이던 로건의 아내는 해당 사건으로 큰 충격을 얻어 유산을 했다. 정배우는 뒤늦게 사과 글을 올렸다. 

   
▲ 사건 이후 정배우는 채널에서 사과 게시물을 올렸다. ⓒ 정배우 유튜브 채널 갈무리

개인 미디어 시장의 발달로 최근에는 이처럼 시사 이슈나 뉴스를 콘텐츠로 삼는 유튜버가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본격적 보급이 인터넷 이용의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감소시켰고, SNS의 확산과 온라인 플랫폼의 다변화라는 기술적 발전이 뉴스의 생산자와 수용자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개인 미디어, 뉴스의 창구가 되다

한국소비자원은 ‘1인 미디어’를 “개인이 다양한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정의한다. 구글의 ‘유튜브’나 국내 ‘아프리카 TV’가 가장 대표적인 1인 미디어 플랫폼이다. 별도의 촬영 장비나 전문적 기술 없이도 콘텐츠를 제작하고 방송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특징으로 갖는다. 접근성이 쉬워 1인 미디어 발달 초기에는 기획과 편집, 방송까지 혼자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점차 콘텐츠로 고수익을 얻게 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1인 미디어 시장에는 편집자와 촬영감독, 작가, 그리고 이들을 관리하는 소속사도 생겨났다. 구독자 248만 명을 보유한 크리에이터 ‘도티’는 대부분 혼자 나오는 영상을 게시하지만, 많을 때는 7명의 팀원과 함께 영상을 제작한다. 이처럼 사실상 혼자 운영하지 않는 기업형 크리에이터들이 많아짐에 따라, 이젠 이들을 ‘1인 미디어’라기 보다는 ‘개인 미디어’라고 부르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수용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개인 미디어의 장점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콘텐츠가 개인 미디어를 통해 유통되고 있으며, 기존 매체들이 다루지 않던 콘텐츠들도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개인 미디어 플랫폼에서 가능한 생방송 채팅을 통해 수용자들은 콘텐츠 제작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9 언론수용자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이용해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12%로 조사됐다. 전년 6%였던 것에 비해 유의미하게 증가한 수치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언론이라고 인식하는 비율도 28.6%나 됐고, 20대의 경우에는 열 명 중 네 명(39.7%)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언론이라고 응답했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언론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이곳에서 접하는 콘텐츠를 언론만큼 신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내 개인 미디어는 콘텐츠에 대한 책임, 사실 확인 의무 등의 측면에서 전통적인 언론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이용해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은 2018년 6.7%에서 2019년 12%로 증가했다. ⓒ 2019 언론수용자조사

책임 없는 자유, 자극적 콘텐츠 확산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의 존 리 대표는 지난 2017년, 이미 “유튜브에는 1분에 500시간 분량의 영상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이런 엄청난 분량의 콘텐츠 속에서 경쟁해야 하는 개인 미디어들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자극성을 좇는 것이다. 하지만 유튜브는 개인 미디어 플랫폼에 올라오는 콘텐츠는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고 보기 때문에 자극적인 콘텐츠를 게시하는 사람을 강력하게 제재하지 않는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존 리 대표는 “많은 영상들을 하나하나 규제하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개인 미디어는 일정 구독자와 조회 수를 얻으면 콘텐츠에 광고가 붙어 광고 수익을 얻는 구조다. 조회 수를 노린 선정적, 자극적 콘텐츠를 만들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이다. 유튜브도 나름의 안전장치를 두고 있기는 하다. 가족용 콘텐츠에 성인용 주제 등 11가지 문제적 내용이 있으면 광고가 제한된다는 의미인 ’노란딱지’를 붙여서 돈을 벌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성인용 콘텐츠 외에, 부적절한 언어, 폭력, 충격적인 콘텐츠, 유해하거나 위험한 행위, 증오성 콘텐츠, 도발·비하, 기분전환용 약물이나 마약 관련, 담배 관련, 총기 관련 콘텐츠, 논란의 소지가 있는 문제나 민감한 사건을 다루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노란딱지를 받았다고 해서 해당 채널이 아예 삭제되는 것은 아니다. 채널만 유지되면 노란딱지가 붙더라도 수입을 올릴 방법이 있다. 광고가 유일한 수입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TV의 별풍선과 비슷하게, 콘텐츠에 대해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후원금을 보내는 이른바 ‘슈퍼챗’이란 것이 있다. 유튜브 채널 가세연은 전 세계에서 유튜브 ‘슈퍼챗’을 가장 많이 받는 채널이다. 가세연이 노란딱지가 붙는 것을 개의치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세연은 광고 수입이 아니라 슈퍼챗을 비롯한 후원을 노리고 활동한다. 혐오 조장으로 노란딱지가 붙어도 콘텐츠를 더 자극적으로 만든다. 자극적일수록 구독자들의 호응을 얻기 쉽기 때문이다. 가세연이 슈퍼챗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올해 10월 한 달에만 5천만 원이 넘었다. 2018년 채널이 생긴 이래로는 누적 수익이 10억 5백만 원이나 된다. 

   
▲ 슈퍼챗이 오고 가는 가로세로연구소의 실시간 채팅창. ⓒ 가로세로연구소 채널 갈무리

'개인 미디어'가 언론이 아닌 이유

언론이 갖춰야 할 세 가지 기본 요소가 있다. 사실성, 독립성, 공익성이다. 언론은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해야 한다. 어떠한 권력으로부터도 독립되어야 하고 공익을 위한 보도를 해야 한다. 가세연을 비롯한 많은 개인 미디어의 콘텐츠들은 언론으로서 갖춰야 할 이런 세 가지를 모두 갖추지 못했다. 

사실 확인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언론의 의무이다. 언론은 취재 과정에서 정확성을 추구하고, 교차 검증과 데스킹 등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오류를 바로잡는다. 그래도 오보가 나오기는 하지만, 언론의 사실성이라는 책무는 오보가 났을 경우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포함한다. 그러나 많은 개인 미디어는 사실 확인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내용을 보도할 뿐만 아니라, 문제가 될 경우 ‘아님 말고’라는 태도로 일관한다. 언론중재법의 적용을 받지도 않고, 결국 피해를 본 당사자는 개인적으로 민사나 형사적 대응을 해야 하는 현실이다. 

독립성과 공익성이라는 요건도 충족하지 않는다. 권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언론은 원칙적으로 권력과 유착 관계에 있어서 안 된다. 여기서 권력이란 정치 권력은 물론 경제, 사회 권력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가세연과 같은 보도 중심의 개인 미디어는 대부분 정파성이 짙다. ‘신의한수’, ‘황장수의 뉴스 브리핑’이 가세연과 같은 보수 성향의 개인 미디어라면 ‘고발뉴스 TV’나 ‘시사타파 TV’는 진보 성향이다. 각각에서 다루는 이슈는 대부분 해당 채널의 정치 성향에 부합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 정파적 보도를 중심으로 하는 두 개의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위)와 고발뉴스TV(아래). ⓒ 신의한수, 고발뉴스TV 채널 갈무리

윤리 규범, 게이트키핑 등 언론으로서의 공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일정한 기준이나 절차를 개인 미디어가 갖고 있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개인 미디어를 운영하는 사람은 언론으로서의 규범을 따르는 언론인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자신의 주장을 펼치거나 수익성을 추구하는 콘텐츠 제작자일 수도 있다. 언론 활동에 대한 책임감이나 사명감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공익성보다 수익성을 먼저 생각할 것이다. 주류 언론에서는 다루지 않는 일부 유명인의 사생활에 관한 보도가 개인 미디어에서 훨씬 많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공익에 부합하는’ 콘텐츠가 아닌, ‘돈이 되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이다. 

언론을 제대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

수용자들은 어떤 매체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어떤 뉴스를 소비하는가가 결정된다. 해당 매체에 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왜곡된 사실과 편향된 뉴스를 받아들이기 쉽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미디어 시장이 확대되는 이 시기에 개인 미디어에서 다루는 내용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과 소양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 해당 콘텐츠를 누가 만들었으며, 어떤 생각을 하도록 유도하는지 신중하게 살피는 자세가 필요하다. 

언론인이나 콘텐츠 크리에이터도 마찬가지다. 언론인이 개인 미디어를 경쟁상대로 보고 경쟁적으로 자극적이고 부정확한 뉴스를 내보내서는 안 된다. 자신이 만드는 뉴스가 수용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개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언론보다도 커지고 있는 시기,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책임감도 중요하다. 언론과 같은 역할을 하고자 한다면, 개인 미디어 스스로 콘텐츠의 내용과 수용자들에게 미칠 영향 등을 고민해야 한다. 

개인 미디어도 언론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익 추구를 우선시해 자극적 콘텐츠를 만드는 한은 아니다. 개인 미디어가 언론으로 여겨질지는 ‘뉴스 포맷’을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언론이 추구해야 할 ‘사실성, 독립성, 공익성’이라는 가치를 추구할 때, 개인 미디어도 비로소 언론이라고 할 수 있다.


편집 : 신현우 PD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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