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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를 구성하는 개별성에 주목하라

기사승인 2020.10.24  17: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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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인 기자 jeein@naver.com

- [상상사전] ‘집단적 사고’

   
▲ 신지인 기자

“많은 정치인이 사람들을 덩어리로 봐요. 지역이나 성별, 세대 등의 덩어리요. 이토록 다원화한 사회를 한 사람의 개인으로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어질 거라 생각해요. 평등이란 건 어찌 보면 어마어마하게 어이없는 개념이죠. 모두가 다르니까요.”

정의당 장혜영 의원 말처럼, 덩어리진 채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공정을 화두로 던진 ‘청년’도 그렇다. 청년은 생물학적으로 20-30세 전후 젊은이를 말한다. 20대 680만명, 30대 700만명을 합친 1,380만이라는 수는 우리나라 인구 5분의 1을 넘는 큰 덩어리다.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사태, 의사 정원 확대 등 일련의 사태를 거치면서 쏟아진 기사와 칼럼도 청년을 한 덩어리로 뭉뚱그린 게 대부분이었다. ‘요즘 청년들은 능력주의를 과신한 나머지 공정을 무기 삼아 밥그릇을 지키려 한다’는 둥…. 복잡다단한 사회를 분석하는 데 일반화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석이 비판이 될 때는 개별적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덩어리진 사고는 아래 세 요소의 흐름을 방해한다.

첫째, 생각의 차단이다. 무수한 개체를 덩어리로 묶으면 손쉽다. 의대와 소위 명문대에 들어간 엘리트는 모두 부모 잘 만난 자들이라 생각하는 식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전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의 ‘2012~2019 국가장학금 신청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의대에 재학중인 소득 1~3분위 학생이 20.6%, 기초·차상위 학생이 3.2%였다. SKY 재학생은 1~3분위 학생이 25.5%, 기초·차상위 학생이 5%였다. 그럼에도 이들은 덩어리의 일부일 뿐이다. 공정을 강조하는 학생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크게 힘들이지 않고 성공한 케이스여야 깊이 분석하고 생각하는 데 수고하지 않고도 논지를 펼 수 있기 때문이다. 

   
▲ 코로나19와 구직난을 함께 겪는 청년. 집단적 사고는 반성을 차단해 사회구조 불평등을 더 뿌리깊게 만든다. ⓒ 연합뉴스

둘째, 문제제기의 차단. 밥그릇을 건드리는 건 큰 문제다. 개별 노동자는 부당하다고 판단되는 일에 단결하고 교섭하고 행동할 권리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출근투쟁에 나선 노동자가 파업에 나선 이유와 논리에 귀 기울이지 않을지언정 입 막지 않고, 교통 대란이 벌어져도 불편을 감수한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김정희원 교수는 <시사인> 좌담에서 청년들이 공정을 ‘무기화’해 ‘사회적 논의를 차단해 버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년의 문제 제기 이유와 부당한 처지를 설명하는 논리를 ‘무기’라고 정의하는 것이 사회적 논의를 더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해하지 않아도 될 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동의하지 않는다면 다른 논리를 설파할 일이지, 문제 자체를 무력화하면 안 된다. 

셋째, 반성의 차단. 언론은 청년들이 불공정을 제기하는 이유를 ‘자기서사’가 있기 때문으로 봤다. 수능 고득점, 치열한 입시와 취업 경쟁을 뚫은 스토리를 내세워 맹목적으로 공정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언론은 청년을 무한 입시 경쟁의 피해자, 극심한 취업난을 겪는 N포세대로 비춰왔다. 외환위기 전후에 태어난 청년은 부모의 소득 감소를 함께 체험한 세대지만 연민의 대상일 뿐 시대를 탓해서도 안 되는 존재다. 이런 시각은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고, 무엇 때문에 경쟁 사회로 고착됐는지 반성하는 것 자체를 가로막는다. 

이 글의 전제 자체도 일반화의 오류다. 개별 언론을 무시한 채, 다수 언론이 청년을 뭉뚱그려 바라본다고 전제한다. 그래서 위험하다. 개별 개체를 덩어리로 보는 일반화 없이는 비판이 어렵다. 비판을 하기 위한 비판인지, 잘못을 바로잡는 비판인지 스스로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비판을 위한 일반화는 대상을 ‘적’으로 간주한다. 칼 슈미트는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게 정치’라 했다. 자기 논지와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이들은 개별 주장을 들을 필요 없이 척결의 대상이다. 그러나 정치의 장 밖에는 적과 동지 말고도 무수한 개인이 있다. 덩어리진 사고는 이들을 사라지게 만든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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