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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제일 분노하는 지점

기사승인 2020.10.20  15: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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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호 기자 protects55@naver.com

- [단비발언대]

   
▲ 양수호 기자

‘침묵하는 자, 모두가 공범이다.’ 지난 4일 끝난 드라마 <비밀의 숲 시즌2> 선전 문구다. 시즌1은 재벌가와 검찰의 유착 관계를 추적하는 줄거리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았다. 시즌2는 검·경 대립을 중심으로 극을 구성한 점이 인상적이다. 제작자는 극 중 사건이 실화가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우리가 목도해온 한국 사회의 이면과 닮았다. <비밀의 숲>이 시청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이유는 작품성만이 아니다. 극에 집중하다 보면 문득 던지는 철학적 질문이 있기 때문이다. “침묵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는가?” 극 중 질문은 자신에게도 하게 되고, 지난 삶을 뒤돌아보게 한다.

지난달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은행권의 '정유라' 그들은 왜 당당한가’라는 제목의 기획을 연속 보도했다. 2017년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은행권 채용 비리에 관한 후속 보도였다. 서울동부지법은 2013~2016년 신한은행 채용 과정에서 신입 지원자 중 26명이 채용 비리에 연루됐다고 판단했다. <셜록>은 신한은행 채용 비리 1심 판결문을 입수해 부정 입사자의 재직 현황을 분석했다. 부정 입사자들은 국회의원과 금융기관, 은행 계열사 임직원 등을 ‘배경’으로 채용됐다. 26명 중 22명이 합격했고 18명이 신한은행에 재직중이다. 특히 신한은행이 '특이자 및 임직원 자녀'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한 점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채용 비리의 표상이다. 신한은행뿐 아니라 금융권 곳곳에서 채용 비리가 적발됐다.

취업준비생 상당수는 취업 실패의 원인이 오로지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다. ‘돈도 실력’이라는 망언을 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는 사회 곳곳에 있다. 이를 방조하는 부역자도 많다. 이들은 공생 관계다. 언론은 이들 주변부를 공전한다. 감시하느냐, 침묵하느냐는 각자 선택이다. 금융권에 취업하려면 좋은 학벌과 자격증, 화려한 대외활동이 요구된다. 금융권 취업만 바라보고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취업준비생이 많다. 부정 입사자와 부역자들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싶을 정도로 청년들은 분노하고 있다. 소송을 못 하는 이유는 한 치 앞도 모르는 미래 때문이다. 전체 취업준비생이 취업을 위해 쏟은 돈과 시간에 정신적 피해까지 비용으로 합산하면 손해배상액은 엄청날 것이다.

   
▲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들을 보면 청년들은 불공정에 대단히 예민하다. ⓒ pixabay

2017년 국정감사에서 금융권 채용 비리가 대두했을 때 언론도 들썩였다. 그러나 <셜록>만이 후속 보도를 했다. 부정 입사자 때문에 탈락한 청년들의 억울함을 대변해주듯 끈질기게 추적했다. <셜록> 보도 이후 '메이저 언론사'로 불리는 곳들의 후속 보도를 관찰했다. <셜록>의 기획 보도 당시 반짝 관심을 보이더니 이내 침묵해버렸다. 금융기관에서 광고를 받기 때문인지, 청년의 삶에 원래 관심이 없었는데 있는 척만 한 건지 의문이 들 정도다. 강원랜드에서 일어난 채용 비리 사건 이후에도 채용 비리는 끊어지지 않고 있다. 채용 비리 당사자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사회가 이를 감시해야 한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금융기관과 언론이 청년을 공략하고 소비하는 방식에도 위선적인 모습이 드러난다. 이들은 청년의 마음을 사려고 열심히 '청년 마케팅'을 한다. 금융기관들은 청년을 위한 금융 상품도 만든다. 언론사는 유튜브와 SNS를 활용해 청년 공략 콘텐츠를 생산한다. 방송사는 청춘의 삶을 그린 드라마를 만든다. 이런 것들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건 청년의 삶을 흉내 내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들은 채용 비리 오명을 씻기 위해서도 자중해야 한다. 언론은 침묵하지 않음으로써 사회환경 감시기관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들을 보면 청년들은 불공정에 대단히 예민하다. 청년 공략법은 가까운 데 있다.


편집: 이예슬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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