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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은 안 된다는 시대착오 부부 예능

기사승인 2020.10.16  23: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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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PD huse7@hanmail.net

- [TV를 보니] JTBC ‘1호가 될 순 없어’

지난 5월, JTBC는 <1호가 될 순 없어>(이하 1호가)라는 부부 관찰 예능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코미디언 부부 세 쌍이 출연해 자신들 결혼 생활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시청률 4% 안팎을 오르내리며 화제가 됐다. 부부 관찰 예능이라는 낡은 포맷으로 어떻게 이런 성과를 이루었을까?

2008년, MBC <우리 결혼했어요>가 처음 방송된 지 12년이 지났다. 가상 결혼을 소재로 부부 관찰 예능의 시작을 알렸던 이 프로그램은 2017년 시즌4까지 이어가며 장수했다. 2017년에는 SBS에서 스타 부부 관찰 예능 <동상이몽2 – 너는 내 운명>, 2018년에는 TV조선에서 <아내의 맛>을 내보냈다. 부부 관찰 예능은 채널을 가리지 않고 인기를 끌었다.

   
▲ 지난 5월 런칭한 JTBC <1호가 될 순 없어> 프로그램 포스터 ⓒ JTBC

시청률 급상승의 비결, 막장 아침 드라마 구도

지난 13일 방송된 <1호가> 17회는 화제가 됐던 김학래를 언급하며 시작한다. 15회에서 임미숙이 남편 김학래의 과거 불륜과 도박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해당 회차는 시청률 5.5%로, 방송 4주가 넘은 지금까지도 최고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SNS와 커뮤니티에는 불륜과 도박, 임미숙의 눈물이라는 내용 때문에 가슴 아프면서도 불편하다는 시청자 반응이 많았다. 제작진과 출연진도 이를 의식했을 것이다. 17회에서 MC 박미선과 출연자 임미숙은 반성하는 마음, 눈물의 각서, 용서라는 단어를 사용해 김학래가 이미 반성했으며 과거의 일이라는 투로 변명을 해주었다.

   
▲ <1호가>는 잘못한 남편과 인내하고 받아주는 아내라는 구시대적 구도를 재생산한다. ⓒ JTBC

임미숙의 사연은 남편이 편지로 서운함을 전달했다는 팽현숙의 에피소드로 이어진다. 임미숙이 한마디로 정리한다. “어쨌든 속을 썩였어도 우리 아내들이 잘 버텨온 건 사실이야.” 잘 버텼다는 임미숙의 말과 함께 화면에는 임미숙-팽현숙-박미선의 모습이 삼분할로 잡힌다. 막장 아침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잘못한 남편과 인내하고 받아주는 아내라는 전형적인 구도다. 시청자 반응은 갈렸다. 한쪽에서는 공황장애를 겪으면서도 가족을 지킨 임미숙을 응원했다. 다른 쪽에서는 왜 이혼하지 않았냐며 화를 내고 답답해했다. 세대에 따라 부부와 이혼에 관한 가치관이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신선한 부부 예능이 될 뻔한, 그러나…

JTBC <1호가>의 시작은 신선했다. 친구처럼 한판 붙는 이은형-강재준 부부, 아내가 경제권을 쥐고 군림하는 김지혜-박준형 부부, 30년 넘게 각방을 쓴다는 팽현숙-최양락 부부 등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이들이 보여준 부부 생활은 이전까지 TV에 나오던 이상적인 부부보다 좀 더 현실적이었다. 과거에는 텔레비전에 연예인 ‘잉꼬부부’가 가득했다. 연예인은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인’이라는 인식에서 높은 도덕성이 요구됐다. 사이가 좋지 않아도 좋은 척해야 방송에 나올 수 있었다.  그래서 행복하게 사는 줄 알았던 연예인 부부가 '어느 날 갑자기' 이혼했다는 뉴스가 흔했다.

MC가 "모두 이혼 1호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대놓고 말하는 이 프로그램은 더 이상 이혼을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부부의 갈등은 결국 결혼의 유지로 귀결된다. 이 프로그램의 주된 서사는 주인공 부부가 다양한 갈등을 겪지만, 코미디언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기지로 그 시련을 넘기고 결혼 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다는 성공 서사다.

이 서사에서 결혼은 시련을 이겨내고 유지한 성과물이다. 매 회가 끝날 때마다 MC는 "이번에도 1호 소식은 없었다"며 프로그램을 마무리한다. 부부의 갈등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확인이다. 프로그램 제목인 <1호가 될 순 없어> 자체가 이 프로그램이 이혼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보야, 핵심은 코미디가 아니라 소통이야!

가족 형태는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이혼 가정도 가족의 한 유형으로 수용된 지  오래다. 동거 연인, 성 소수자 부부 등 가족의 형태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TV 속 가족이 현실 가족과 동떨어진다면 어떤 문제가 일어날까? 관찰 예능이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시청자가 자신을 투사하고 감정을 이입해서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게 어려워진다. 시청자들은 사회에 맞춰 변화하고 있고, 그래서 자신이 이입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찾는다. <1호가>는 반대다. 코미디언 부부는 관찰 예능에서 이제까지 나온 적이 없는 신선한 소재다. 그러나 이 부부가 ‘백년해로하는 가족’만 지향한다면, 공감할 수 있는 폭은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 코미디언 부부의 일상에서 부부간 갈등은 웃음을 통해 해소된다. ⓒ JTBC

개선될 여지는 있다. 코미디언 부부는 싸우면서도 웃음으로 갈등을 곧잘 풀어간다. 최양락은 팽현숙에게 혼나면서 쪽파를 맞고도 "쪽파로 맞아 쪽팔리다"며 너스레를 떨고, 강재준은 안방 인테리어를 하다 아내와 다투고 속상한 마음을 홍학으로 귀엽게 풀며, 박준형은 야근으로 예민해진 아내와 냉장고 문제로 싸우다가 의도치 않은 몸개그로 웃기며 화해한다. 이들 코미디언 부부가 이혼하지 않는 비결은 웃음만이 아니다. 그 웃음 앞뒤에 깔린 상호 배려와 소통이 더 중요한 비결이라 할 수 있다.

이혼이 터부가 되지 않는 사회에서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아내의 인내와 희생을 더 이상 강요하기 어렵다. 강조해야 할 지점은 양자의 소통과 배려다. 아내의 인내와 희생을 당연한 전제로 깔고 있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은 시대에 뒤처졌다. 노력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20세기와 21세기 사람이 함께 사는 지금, 이 두 방향을 잘 조화시킨다면 <1호가>의 인기는 당분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임미숙-김학래 부부가 코미디언 부부지만, 웃음으로 갈등이 풀리지 않는, 오히려 웃어넘길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미숙의 희생과 인내가 부부 생활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일까?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좀 더 담겨야 하지 않을까?


편집 : 방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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