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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모르면 기자로 살기 힘든 시대

기사승인 2020.10.10  21: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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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조한주 기자 gksmf2333@gmail.com

- [저널리즘특강]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 사무총장
주제 ➁ 미래사회와 미디어의 변화

기자는 글 잘 쓰는 공부만 하면 될까? 기사는 소식을 빠르게 전달하는 걸로 충분할까? 아니다. 앞으로 기자는 과학∙기술을 공부해야 한다. 기사는 속보를 넘어 전문 지식을 쉽게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이 내다보는 미래 언론의 모습이다. 민 사무총장은 한국 인터넷 저널리즘 환경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1987년 CBS에 입사해 2003년 <노컷뉴스>에 이어 2005년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유비쿼터스뉴스룸(CMS)을 최초로 만들었다. 그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에서 예비언론인이라면 새로운 기술에 관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과 출신이 해마다 가전박람회 간 이유

민 사무총장은 중국어를 전공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가장 큰 관심사는 과학∙기술이었다. 아버지가 가전기술에 관심이 많던 덕분이다. 민 사무총장은 “어릴 적 한옥마을에 살았는데, TV가 있는 유일한 집이었다”며 “마을 사람들 100여 명이 와서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는 장면을 봤다”고 회상했다. 민 사무총장의 아버지는 텔레비전뿐 아니라, 일제 카메라를 사려고 쌀 70가마를 지불하는 등 그 시대에는 매우 드물었던 ‘얼리어댑터’였다.

   
▲ 민 사무총장은 “어려운 시절이어서 기술에 관심이 많았던 아버지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 아버지 덕분에 많은 걸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조한주

민 사무총장은 아버지 덕분에 기자 생활을 할 때도 많은 특종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와 같이 새로운 기술에 호기심이 컸던 그는 <노컷뉴스> 기자들에게 모든 언론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후지쯔에서 나온 개인 노트북도 제공했다고 한다. <노컷뉴스> 기자들은 취재할 때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물론, 녹음이나 기사 작성부터 포털 승인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었다. 당시 각종 최신 기기들로 기동성을 높인 CBS와 <노컷뉴스> 기자들은 통신사 소속이 아닌데도 다른 언론사에 사진을 제공하는 등 특종 경쟁의 선두를 달렸다.

“2003년에 제가 <노컷뉴스>를 만들었는데, 언론사로서는 처음으로 ‘가로본능’ 핸드폰을 기자들에게 제공했어요. 그 덕분에 다른 언론사보다 훨씬 먼저 생생한 사진과 기삿거리를 얻을 수 있었죠. 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에 노출되는 기사 25편 중 8, 9편이 <노컷뉴스> 기사였어요.”

2006년에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선거 유세 현장에서 피습당하는 장면을 유일하게 가까이서 촬영한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CBS <노컷뉴스>의 대학생 인턴이 찍은 이 사진은 국내 주요 언론사는 물론, AP <로이터> 등 주요 외신도 인용했다. 민 사무총장은 “2006년 5월 22일자 거의 모든 일간지 1면이 노컷뉴스 사진이었다”며 “기동성이 보장된 최신 기기들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는 사진이었다”고 말했다.

   
▲ CBS <노컷뉴스> 2006년 5.31 지방선거 대학생 기자단이던 최인수 씨가 찍은 사진. ⓒ <노컷뉴스>

민 사무총장이 강연 내내 ‘기술’을 강조한 이유는 기술 발전이 매체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인터넷 기술이 발달하고,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기존 종이 신문이나 잡지의 영향력이 크게 줄었듯, 앞으로도 기술 발전에 관심을 기울여야 미디어의 변화 흐름을 알고, 또 앞서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1989년에 개봉한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 상상한 미래 기술 대부분이 지금 현실화했죠. 앞으로 올 세상은 1989년부터 지금까지보다 그 변화가 훨씬 더 빠를 겁니다. 여러분들이 꿈꾸는 ‘언론인’은 우리 사회에 관해 얘기하는 사람들이죠. 그러려면 미래 기술을 반드시 공부하고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민 사무총장은 사비를 들여 해마다 미국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박람회(CES: Consumer Electronic Show)에 간다. CES는 전미가전협회가 1967년부터 해마다 진행하는 행사로, 잡스가 워즈니악과 함께 최초의 개인 컴퓨터인 애플2를 선보이기도 했다. 민 사무총장은 “CES는 세상 모든 변화의 흐름이 처음으로 발표되는 곳이기 때문에 꼭 가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뉴욕타임스> 등이 부스 영업 나선 CES

CES는 가전전시회여서 대부분 집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나 기기들이 소개된다. 몇 년 전부터는 1인 미디어나 유명 매체들도 부스에 참여한다. 그중에서도 민 사무총장이 놀란 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같이 세계적으로 저명한 언론사의 부스였다. 그는 “그 자존심 강한 신문들이 CES에 이렇게 부스를 마련해 홍보하다니 굉장히 놀라웠다”고 말했다.

2012년 <뉴욕타임스>는 ‘BBC를 넘어(Beyond the BBC)라며 영국 공영방송 BBC 사장이었던 마크 톰슨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톰슨이 <뉴욕타임스> 경영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한 것은 온·오프라인 편집국을 통합하는 일이었다. <뉴욕타임스> 지면을 채우는 많은 기자들이 반발했고 톰슨과 대립했다. 새로운 경영진이 전통적 기사를 죽이려 한다는 기사들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민 사무총장은 “<뉴욕타임스>도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했다”며 소회를 밝혔다.

   
▲ 민 사무총장이 CES의 역사와 그간 박람회에서 발표된 기술기기 등을 소개하고 있다. ⓒ 조한주

그러나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매체의 변화가 두드러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뉴욕타임스> 기자들은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코딩을 배웠다. 스키어 3명이 사망한 워싱턴주 캐스케이드산맥의 눈사태를 다양한 기술을 통해 선보인 ‘스노우폴’(강설)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뉴스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톰슨은 2019년 CES에서 미국 통신사인 <버라이즌>과 손잡고 ‘5G 저널리즘연구소’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2015년 언론사로서는 이례적으로 CES에 독자 부스를 마련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리포터가 SNS 등을 통해 CES 관련 뉴스를 실시간으로 전달하거나, <월스트리트저널> CES 특별판을 무료로 배포했다. 줄어드는 구독자에 위기를 느껴 홍보도 했다. 민 사무총장은 “1인 방송사들이 모여 있는 부스 옆에서 콧대 높은 <월스트리트저널>이 ‘구독하면 머그잔을 주겠다’며 홍보하는 걸 보고 세상이 많이 바뀐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수단이 바뀔 뿐, 뉴스는 사라지지 않는다

“소통 수단이 바뀔 뿐, 새로운 소식을 갈구하는 인간의 본능은 변함이 없어요.”

민경중 사무총장은 학생들에게 미첼 스티븐스가 쓴 <뉴스의 역사>(A History of News)를 일독할 것을 권했다. 이 책은 1988년 출간돼 뉴스가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적었다. 민 사무총장은 스티븐스가 원시시대의 생존본능을 뉴스의 출발점으로 보는 데 주목했다. 발전하는 통신 수단과 미디어가 어떤 관련이 있을까?

“거대 플랫폼인 구글이 있어서 스마트폰이 하나의 매체가 된 시대입니다. 1인 미디어까지 포진해 있는 상황에서 속보 경쟁은 덜 중요하게 된 것이죠.”

단순 사실 보도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갖기 힘든 시대다. 기자에게 새로운 역할이 요구되기도 한다. 사실 보도에도 분석과 설명이 따라야 한다. 기사에 부가가치를 더해주는 일을 해야 할 때다.

“신문을 보니 이런 칼럼이 있었습니다. 신문에 나오는 수많은 이름 중에 과학자 이름은단 둘이었다. 하나는 부음, 하나는 행사 참석. 연예인이나 정치인 기사는 그렇게 많이 내보내면서 정작 과학자들 기사는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뉴욕타임스> 같은 세계 유수 언론을 보면 과학 심층 기사, 우주 천체 관련 기사들이 많습니다. 어려운 내용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스페셜리스트’ 기자들이 있지요.”

민 사무총장은 기술적 이해 없이는 기자로 살아남기 어려울 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 ‘벤자민’이 시나리오를 쓴 영화 <선스프링>(2016)을 소개했다. 그는 ”영화 대본 같이 심오한 글도 인공지능이 쓰는데, 단지 소식을 전달할 뿐인 기사는 인공지능이 못 쓸까요”라고 반문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과 과학∙기술 시대에서 기자가 긴장해야 할 이유다.

   
▲ 민경중 사무총장은 예비언론인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미첼 스티븐스의 <뉴스의 역사>를 꼽았다. ⓒ 최유진

미래 언론인에게 당부하는 세 가지

“기자로 일하려는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과학, IT 관련 책을 읽고, 코딩이나 프로그램 관련 공부를 꼭 하기 바랍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VR이나 AR 같은 새로운 기술의 이해도를 높여야 합니다.”

민경중 사무총장은 기술 이해와 핸디캡 극복, 끊임없는 자기 투자를 이야기했다. 언론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가감없이 자기 경험을 고백하며 세 가지를 당부했다. 민 사무총장은 부인에게도 결혼 이후에야 알린 약점이 하나 있다. 3살 때, 그는 자전거에 손을 잘못 넣는 바람에 엄지 한 마디가 끊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손가락 마디가 없어서 연필을 잘 잡지 못 했어요. 88년이었는데, 부장들이 저더러 글씨를 너무 못 써서 앵커들이 원고를 읽을 수 없다고 했어요.” 

민 사무총장은 이를 극복하려고 1989년 일본까지 가서 180만원을 주고 도시바 노트북을 사왔다. 월급이 60만원이던 시절이다. 기자가 개인 노트북을 가진 건 처음이었다. 90년대 중반, 기자들 사이에 노트북이 보급되기 전까지 그는 유일하게 컴퓨터로 문서 작업을 하는 기자였다. 민 사무총장은 얼마든지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분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마세요. 물질적, 정신적 모두요. 자기 브랜드 가치를 높이세요. 언론사가 기자 개인을 먹여 살려주는 건 5년 정도 될까요? 이전 세대가 살아온 세상에 비하면, 기회 자체가 조금 적어 보이는 건 맞아요. 하지만 언론사에 얽매일 바에야 여러분이 미디어 주체가 되어보세요. CES같은 곳을 찾아가서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고 현실화하길 바랍니다.” 

   
▲ 새로운 시도를 지속하는 변혁적 리더십으로 저널리즘 환경을 바꾼 민경중 사무총장의이야기가 담긴 저서 <다르게 선택하라> ⓒ 샘솟는기쁨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20년 1학기 [저널리즘 특강]은 김언경, 김양순, 곽윤섭, 정연주, 강진구, 고경태, 민경중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정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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