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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접촉 필수 전통시장 이대로 소멸하나

기사승인 2020.09.28  19: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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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인 기자 2015veritas@naver.com

- [단비현장] 가장 가혹한 비대면 시대 겪고 있는 재래시장

추석 명절을 엿새 앞둔 지난 25일 오후 한 시쯤, 서울 종로구 통인동 통인시장. 작년 이맘때만 해도 추석 대목을 앞두고 제수 장을 보러 온 사람들과 관광객들로 북적대던 시장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200m쯤 되는 시장 골목에 장을 보러 나온 이는 열댓 명뿐이었다. 그나마 구경만 하고 지나가거나 물건값만 물어보고 가는 이가 대부분이고 물건을 사는 사람은 고작 서너 명이었다. 

코로나19 이후 관광객들 발길이 뜸해지면서 악세서리 공방을 하던 가게에는 문을 닫고 임대 공고가 붙어 있었다. 시장 입구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시장내 취식금지를 하는 등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데도, 코로나 발생 9개월이 넘어 가면서 통인시장은 매출 격감으로 상처가 깊어지고 있다. 

   
 
   
▲ 25일 오후 여섯 시쯤 서울 종로구 통인동 통인시장 골목은 손님이 많이 찾는 시간인데도 텅텅 비어 있다(위). 손님이 줄어 가게문을 닫고 임대공고를 내붙인 점포도 눈에 띈다(아래). © 유재인

매출 70% 감소, 평일 고객 500에서 30으로

그보다 1주일 전인 18일 오후 찾아가 본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돈암제일시장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신선한 생선 있습니다! 둘러보고 가세요!” 지나가는 손님을 부르는 상인들의 목소리로 활기가 넘쳤던 이곳도 손님들 발걸음이 끊어지면서 적막감이 감돌았다. 하릴없이 잘 진열돼 있는 물건을 괜히 뒤적이거나 자리를 바꾸면서 다시 정리하는 상인들과 마스크를 쓴 채 휙 지나쳐 가는 행인만 목격될 뿐이다. 시장 가운데 있는 정육점에만 서너 명이 있을 뿐이었다. 

주변 아파트단지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자리잡아 1년 전만 해도 손님들로 북적대던 곳이 여름 휴가 성수기에 집단휴가라도 간 것처럼 시장 안이 텅 비다시피 했다. 옛날 과자를 만들어 파는 가게 앞으로 다가가자 주인이 반색을 하면서 가게 밖에까지 뛰어 나와 맞아주었다.

“코로나로 장사가 안돼 너무 힘들어요. 연초 코로나가 번지면서 손님이 뚝 끊어지더니 올해 따라 장마는 왜 그리도 길게 가는지…. 매출이 작년 절반도 안 돼요. 지금도 힘들지만 이러다가 영영 손님이 끊어질까 그게 더 걱정이에요.”

과자를 몇 개 사서 나오는데 가게 주인이 덤으로 몇 개를 더 얹어주면서 “더 얹어 주더라도 팔기만 하면 좋은데 도대체 시장에 손님이 와야 말이지요”라며 답답해 했다. 

   
▲ 18일 오후 찾아간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돈암제일시장. 낮 시간인데도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어져 한산하기만 하다. © 유재인

통인시장 입구에서 반찬가게를 하는 ㄱ(50) 씨는 반찬을 팔면서 조금씩 만들어 팔던 김밥이 많이 나가자 작년 말 반찬가게 건너편에 김밥집을 내려고 점포를 하나 빌렸다. 하지만 점포를 빌리자 마자 코로나가 덮쳐 세만 내고 비워 놓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 10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도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시장 상인들 모두가 힘들어 하자, ㄱ 씨는 시장 안 다른 김밥 가게를 생각해서 아예 김밥장사를 접어 버렸다. 

통인시장 안에서 닭꼬치 가게를 하는 하태준(45) 씨는 “평일은 7-80%, 주말은 60% 정도 매출이 줄었다”고 말했다. TV 방송 등에 여러 번 나온 하 씨의 ‘효자동 닭꼬치’는 손님들이 줄을 서서 먹던 맛집이었다.

“코로나는 테레비에 나왔다 뭐 그런 거 없어요. 사오십년 된 가게들도 망해 나가잖아요. 사람들이 안 움직이니까 장사가 안 돼요. 주말에 사람이 되게 많은 시장이었는데, 관광객도 많이 오고. 지금은 늘 이래요. 주말에도 거의 사람이 없어요. 예전처럼 북적거리고 활기 있는 시장이 아니에요. 지금은 어디나 마찬가지죠.”

하 씨는 여태 장사를 하며 의자에 앉아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그는 하루 10시간 일하면서 평균 7시간은 앉아 있다. 주말 기준 하루에 200개 이상 나가던 닭꼬치는 요즘 100개도 나가지 않는 때가 많다. 

통인시장상인회에 따르면 작년엔 평일 500~600명, 주말 1200~1800명 정도 되던 손님들이 코로나 이후 평일에는 30명 안팎, 주말에는 50명 선으로 줄어들었다. 다른 전통시장도 마찬가지로 손님이 많이 줄고 경기가 악화했다.  

체감경기 넉달 만에 109에서 49로 악화

   
▲ 소상공인(좌), 전통시장(우)의 지역별 경기 체감지수 (자료=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 유재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난 2일 발표한 ‘2020년 8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각각 67.6과 49.2로 지난 7월보다 각각 0.5, 6.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그보다 낮아지면 경기가 악화했음을 나타내고 그보다 높아지면 경기가 호전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 확산으로 식당 등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소상공인들도 많은 타격을 받았지만 전통시장은 그보다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BSI는 지난 5월까지 각각 88.3과 109.2를 기록했던 것이 불과 넉 달 만에 절반 또는 그 이하로 떨어지면서 체감경기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상공인들은 경기악화의 이유(복수응답)로 코로나19 유행(51.3%)과 장마(45.1%), 불경기(14.9%) 등을 들었고, 전통시장 상인들은 장마(66.8%)와 코로나 유행(42.9%), 소비자 학생 회원 감소(17.3%) 등을 꼽았다. 

전통시장에서도 업종별 체감경기지수는 의류∙신발(43.7%) 수산물(45.1%) 농산물(45.7%) 가공식품(45.8%) 기타소매업(48.1%) 등이 전통시장 전체 지수보다 낮아 더 타격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재래시장에 직접 찾아와서 많이 사간 상품들이 코로나와 장마 등으로 방문객이 급감하면서 매출급락과 경기악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떠난 고객 안 돌아와 소멸 위험”

전통시장 상인들은 코로나에 따른 단기적인 매출 급감과 함께 코로나로 빠져 나간 고객들이 전통시장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더 우려한다. 소비자들이 비대면(언택트: Untact) 시장으로 넘어 가면서 전혀 대비가 안 된 전통시장은 소멸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인시장상인회 관계자는 “지금 상인들이 걱정하는 것은 당장 손님이 없어 장사가 안 되는 것도 있지만 손님들이 영영 돌아오지 않을까 봐 더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래시장 손님들이 코로나 이후 야채나 물건들을 핸드폰 앱으로 주문하고 결제해서 집에서 배달받고 있잖아요. 코로나가 오래 가면서 그런 생활에 익숙해지면 더 이상 재래시장에 올 이유가 없어지고 그래서 손님이 끊어지고 시장 문을 닫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들을 하고 있는 거지요.”

시장상인회 관계자의 걱정은 실제로 모바일 앱을 통한 비대면 유통 급증이란 현실로 이행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처로 체인형 카페의 영업제한이 이뤄지자 커피도 집으로 배달해주고, 동네 분식센터는 물론 피자나 한식까지도 배달해 받아먹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코로나 확산 이전 꾸준히 늘어나던 생활용품의 앱 주문 결제 및 배송건수가 급증하는 것과 함께 모바일 커머스 앱 쿠팡 등의 신선식품이나 야채 등 식재료 새벽 배달이 급증하고 있다. 

쿠팡은 하루 출고량이 지난 1월말 역대 최고인 330만건을 기록한 데 이어, 신선식품이나 생활용품을 주문하고 다음 날 새벽 또는 낮에 바로 배달해주는 로켓배송의 소상공인 기업매출액이 지난 2분기에 전년보다 84%나 증가했다. 신선식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인 마켓컬리도 지난 1월 주문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67%나 늘어났고, 맥도날드는 지난 3월 전체 매출 중 비대면 주문 플랫폼인 맥드라이브와 맥딜리버리에서 발생한 매출이 60%에 이르렀다. 코로나 확산으로 재래시장은 물론 이마트나 롯데마트 같은 대형마켓 고객들까지 급속하게 모바일 앱이나 온라인 몰 등 비대면 유통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전통시장 비대면 대응 미미           

비대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전통시장들도 매우 부분적으로 온라인 주문 배송시스템을 만들고 일부 운영하고 있기는 하다. 통인시장에서 청과물을 판매하고 있는 ㄴ 씨는 코로나 이후 오래된 단골의 전화 주문을 받아 배달해주는 방식으로 어렵사리 가게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 안에서 참기름과 들기름을 짜서 파는 충남방앗간도 오프라인 매출보다는 온라인 주문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제주도 전통시장들은 ‘제주전통시장’이란 온라인몰을 개설해 제주도 특산물인 감귤부터 축산물과 수산물까지 온라인으로 주문받아 배송해주는 체제를 갖춰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도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개설해 전통시장의 온라인몰 구실을 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아직 아주 초보적인 단계로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어 비대면 시대 전통시장의 활로 개척에는 큰 도움이 안 되고 있다. 네이버의 ‘전통시장 장보기’에는 통인시장과 돈암제일시장을 비롯해 전국 41곳 재래시장의 점포들이 등록돼 있지만 시장별 가입점포수를 보면 아직은 아주 적다. 

통인시장은 시장내 전체 78개 점포 중 9곳만 가입해 있고, 돈암제일시장은 전체 104개 점포 중 6곳만 가입해 있다. 돈암제일시장 상인회측은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에 올라와 있는 점포들이 각자 가입한 것이어서 숫자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통인시장상인회는 “‘동네시장 장보기’에 관한 수요조사를 했으나, 상인들 나이가 많아 참여율이 낮았다”고 했다. 

“온라인으로 주문 들어온 적이 없어요. 온라인으로 한다 해도 어떻게, 어떤 식으로 하는지 설명도 제대로 못 들었고. 작은 가게들은 상인회 설명회에 참석도 하지 않고 설명을 들으러 가도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아 잘 몰라서 가입을 하지 않았어요.”(통인시장 상인 ㄷ 씨)

일부 전통시장은 온라인몰을 구축해 놓긴 했지만 제대로 관리가 안 되고 있어 상인들이 거의 이용을 안 하고 있다. 통인시장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가장 먼저 노출되는 ‘통인시장’ 사이트는 물건을 사고 파는 온라인몰이 아닌 시장 공식 홈페이지다. 통인시장 물건들을 사려면 한참 스크롤을 내려 ‘통인시장상인회’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 상인회 홈페이지를 겸한 온라인 몰이어서 제대로 관리가 안 돼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개설된 지 오래된 듯, 홈페이지의 글자 크기가 너무 작아서 보기가 어렵고 2017년 7월부터 Q&A 게시글에는 전혀 답글이 달리지 않았다. ‘이달의 특가상품’ 배너에는 아무것도 올라와 있지 않고 일부 물품은 실제로는 판매하지 않는 것을 판매물품으로 올려 놓았다. 

   
▲ 통인시장상인회 홈페이지에는 온라인몰을 개설해 놓았는데 ‘이달의 특가상품’ 배너는 비어 있는 등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 ⓒ 유재인

상인들 나이 많아 디지털 적응 잘 못해 

“시장 오는 사람들 많이 줄었지. 요즘 다 새벽배송인가 그걸로 시키잖아. 나는 인터넷으로 물건 팔 생각 안 해봤어. 인터넷을 못 하는데다 이제 와서 배울 수도 없고.”

“인터넷 그거 젊은 사람들이나 하지 우리가 뭘 하겠어? 나이 들어도 배워서 해볼 생각도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걸로 다 해결되는 게 아니니까 문제지. 인터넷으로 한다고 요새 여기 저기 값싸고 좋은 물건 많이 나오는데 누가 재래시장까지 찾아와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 가겠어?”

통인시장 상인들은 온라인 등 비대면 환경을 조성해준다 해도 전통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지를 확신하지 못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19년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종합 수준은 일반 국민 대비 64.3%였다. 세부 항목인 역량 수준은 51.6%, 활용 수준은 63.9%, 접근 수준은 90.6%로 젊은 층과 격차가 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전통시장, 상점가 및 점포경영실태조사’에 나타난 국내 전통시장 점포주들의 평균 나이가 58세로, 이 중 70세 이상의 비율이 14.4%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전통시장 상인들의 디지털 적응력은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비대면 환경을 조성해준다고 해도 활용도가 얼마나 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통인시장에서 40년 간 야채장사를 해온 소영례 할머니를 비롯한 대부분 고령층 상인들은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 고령층 디지털정보화 수준 (자료=2019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 유재인

전통시장의 비대면 유통체제 전환을 위한 인프라도 아직은 미미하다. 전국 1,437개 시장 중 네이버의 ‘동네시장 장보기’ 가입점포가 있는 시장이 2.8%인 41곳에 불과하고, 자체 홈페이지가 있는 시장도 2018년 현재 전체의 10.9%인 157곳에 불과하다. 더구나 홈페이지에서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곳은 1.3%인 18곳 뿐이었다. 

비대면 시대 대비 생존대책 시급

이처럼 코로나로 급속히 이행되고 있는 비대면 시대에 대비한 전통시장의 생존대책은 지금으로서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에는 제로페이를 이용한 수수료 인하나 지역사랑상품권 등의 방안이 담겨 있지만 비대면 시대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이나 상인 대상 디지털 교육과 지원 방안 등은 찾아볼 수 없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각 지자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통시장 시설현대화사업’도 디지털 인프라가 아닌 시설물 개보수, 테마거리 조성, 고객쉼터 및 조형물 설치 등의 외관 단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전통시장 관련 홈페이지인 ‘전통시장 통통’에도 지역별 전통시장 찾기나 개별 전통시장 소개 정도만 나와 있다.

비대면 시대가 길어질수록 생명줄이 짧아지는 전통시장.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고군분투하는 상인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편집 : 이동민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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