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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왔는데 태양광 때리는 언론

기사승인 2020.09.27  2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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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이나경 기자 akimmin37@naver.com

- [단비현장] ‘기후변화와 지속가능 저널리즘’ 세미나

“아시아 각국의 탐사보도기자협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한 ‘investigative.earth(지구탐사)’라는 단체에서 기후변화를 주제로 연속 보도를 하고 있는데, 여기 한국 기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게다가 국내언론은 기후위기 이슈에 대한 전문성과 관심 부족으로 기후 보도를 소홀히 하거나, 진영논리에 휘말려 사실관계를 왜곡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25일 오후 3시 서울 소공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12호에서 열린 ‘기후변화와 지속가능 저널리즘’ 세미나에서 1부 발제를 맡은 박기용 <한겨레> 사회정책부 기후변화팀장이 이렇게 말했다. <미디어오늘>이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한 이날 포럼은 사단법인 저널리즘학연구소가 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했다. 3부로 구성된 세미나의 발제는 박 팀장 외에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주영기 한림대 교수가 맡았다. 

전문성 부족한 취재팀에 무관심한 편집국

   
▲ 박기용 한겨레 사회정책부 기후변화팀장이 발제에 이어 토론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미디어오늘> 유튜브

‘국내언론의 기후 보도, 현황과 문제점’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박 팀장은 최근 2년 동안 그레타 툰베리(스웨덴의 청소년 기후운동가)의 결석 시위부터 미국 하원의 그린뉴딜 결의안, 국내 기후위기비상행동 결성, 호주산불 등 기후위기와 관련한 이슈들이 쏟아졌음에도 국내에선 제대로 보도한 언론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후위기 보도와 관련해 기자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자평했다. 지난 4월 구성된 <한겨레> 기후변화팀 역시 팀장과 환경, 에너지, 기상·과학 담당 등 구성원 4명 모두 서로 다른 팀에서 일하다 하나로 묶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위기 이슈를 담은 기획기사는 편집회의에서 계속 ‘킬(퇴짜)’당하거나 미뤄지는 일이 잦다”며 편집국 차원의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팀장은 경제지와 보수지들이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깎아내리는 등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것도 비판했다. 그는 “<조선일보>가 올여름 장마 기간에 ‘하루에 한 번꼴로 태양광 때문에 산사태가 났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태양광 전체 설비의 0.01%고 산지 태양광만 놓고 봐도 0.4%”라며 작은 문제를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또 “문재인 정권 들어서 태양광 때문에 5년간 300만 그루의 나무가 잘려나갔다고 보도했는데, 사실 절반 이상이 이전 정권에서 발전허가가 난 점에 대해서는 배경 설명이 없다”며 <조선>이 재생에너지 정책 반대를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기후위기를 막는데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각종 지원 제도를 통해 태양광, 풍력 등의 설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 <조선일보>는 집중호우가 쏟아진 올여름 하루에 한 번꼴로 전국 각지에서 토사 유출 등 태양광 시설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홈페이지

1부 토론자로 나선 문소영 <서울신문> 논설실장은 “기후변화는 이슈가 너무 거대하기 때문에 언론사들이 진영논리를 떠나 연대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논설실장은 “다른 언론사들도 <한겨레>처럼 약소하게나마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팀을 구성할 필요가 있고, <조선> 보도도 곱씹어봐야 한다”며 “산을 깎지 않고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게끔 방식을 빨리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는 기후변화가 계속될 경우 초래될 디스토피아(암울한 미래상)를 예측하고 위기를 강조하는 ‘소셜 픽션’과 기후위기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솔루션 저널리즘’을 언론의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이영태 <뉴스핌> 부국장은 “단발성 기사가 아닌, 기후변화로 인해 누가 고통을 받고 누가 이익을 보는지 등 사례 중심의 스토리텔링 기사로 독자의 공감과 재미를 끌어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선> <중앙>, ‘기후위기’ 표현 사설 한 건도 없어

두 번째 발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삶의 패러다임 전환과 언론’을 발표한 윤순진 교수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키워드를 추출한 결과 <조선> <중앙> 등 보수지들은 사설에서 ‘기후위기’란 단어를 단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보수지의 경우 ‘온실가스’ 얘기가 주를 이뤘다”며 “온실가스는 기후위기의 원인일 뿐 대안에 대한 얘기가 아니기 때문에 적절치 않고, 기후변화의 경제적 영향이나 국제적 동향, 재생에너지 얘기는 하나도 없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후변화 대응 수단으로 ‘원자력’이 적절하다는 사설과 칼럼이 <조선> 같은 보수지나 <한국경제>같은 경제지에서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원자력은 후쿠시마 사고 등에서 보듯 대형 참사의 위험성이 있고 재생에너지 투자와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독일 스위스 벨기에 등 많은 선진국이 ‘탈원전’ 혹은 ‘원전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정치적 의지’와 ‘시민의 실천‘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 <미디어오늘> 유튜브

윤 교수는 “올해 장마 동안 태양광 발전 때문에 산사태가 생긴다고 비판하는 보도는 많이 나왔지만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 중단된 사례는 보도되지 않았다”며 “기후위기 자체가 ‘원자력 안전성’ 신화를 위협하는데 언론이 이를 묵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두산중공업은 과도한 해외 석탄발전 투자 등으로 원래부터 경영난이 심했는데도 탈원전 정책 때문에 경영이 어려워졌다는 프레임으로 기사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옳지 않은 보도는 사회적 의견 통합을 저해하고 긴급하고 적절한 기후행동을 방해하기 때문에 언론사가 허위 기사를 잘 체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이어 “우리 언론이 성찰과 대안 제시가 부족하고 세계적인 흐름과 달리 기후 이슈를 정치 쟁점화하는 경향이 너무 뚜렷하다”고 말했다. 그는 “1~2년 만에 순환보직하는 기자들의 전문성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특정 지면뿐이 아니라 경제·사회면에서도 기후위기 이슈를 다뤄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 교수는 “특히 배출권거래제나 RE100(100% 재생에너지 사용), 친환경차 보조금 혜택 정보 등을 시민들이 한눈에 쉽게 볼 수 있도록 다뤄야 하며 지엽적 사업 얘기만 하지 말고 정치,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또 “기후위기는 경제 문제이고, 대응하지 않으면 생존의 문제가 된다”며 “중요한 것은 정치적 의지와 시민의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전히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 과학자들은 희망이 있다고 본다”며 “시민들이 냉소하고 체념하지 않도록 기자들이 희망의 프레임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부 토론에 나선 박상주 전 <문화일보> 기자는 “우리 언론이 현재 태양광 보도 등에서 가짜뉴스로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며 ‘탈진실’의 선봉에 서 있는 데다, 기자들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올바른 보도와 건강한 담론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진우 건국대 교수는 “기후위기 이슈를 과학면과 기상면에서만 다룰 게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씩은 1면에 올리기로 회사 내부 방침으로 정하는 등 변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기사를 꾸준히 싣고 있다. 9월 23일 나온 이 기사는 '남극 빙하가 녹으면 파리기후협정의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전 세계 해수면이 약 2.5미터 상승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실었다. ⓒ The Guardian

정치성향 따라 기후변화 인식과 대응 의견 달라 

세 번째 발제는 '기후변화 뉴스 프레이밍과 시민 프레이밍'을 주제로 주영기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교수가 맡았다. 주 교수는 미국과 영국의 경우 정치성향에 따라 기후변화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언론으로 나뉘는 반면, 독일과 스위스 등 유럽 대륙의 언론은 기후변화 자체는 인정하되 기후변화의 영향과 대응 방안에 관해서는 진보와 보수의 견해차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유럽 대륙 국가들 상황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주 교수는 의학적 개념을 활용, ‘진단(diagnosis)’과 ‘예후(prognosis)’라는 두 개념으로 국내 기후변화 보도를 분석했다. '진단'은 사회의 문제를 찾고, 부정적인 사회의 양상을 특정 요인과 결부시키는 것을 말한다. 반면 ‘예후’는 문제가 존재할 때 해결을 위해 현실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다. 주 교수는 2014년 6월부터 6개월간 13개 뉴스매체를 분석한 결과, 지상파 TV 3사와 인터넷 뉴스는 예후 프레이밍이 더 우세하고 신문과 케이블TV는 진단 프레이밍이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 주영기 한림대학교 교수가 ‘기후변화 뉴스 프레이밍과 시민 프레이밍’이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미디어오늘> 유튜브

마지막 순서인 종합 토론에서 이준경 리앤컴 대표는 시민사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의료진에게 감사를 표했던 '덕분에 챌린지',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예로 들며 어려운 담론일수록 시민사회가 작은 캠페인을 늘려가는 게 사람들의 접근을 쉽게 만들 수 있고, 언론의 기후변화 보도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욱 서울여대 교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사회가 각성해야 할 부분보다는 기업, 산업계가 책임질 부분이 많다”며 “탄소배출과 이로 인한 기후변화의 책임 주체가 누군지,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를 제시하고 정책 수립에 시민사회 동의를 어떻게 이끌어낼지를 언론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선거에 뽑을 ‘기후 대응 지도자’가 없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데는 예산과 인력, 사람이 필요한데 우리는 한 번도 갖춰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변화 문제가 한 번도 정치 의제로 등장한 적이 없고, 다음 선거에서 뽑아줄 사람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후 문제가 경제 프레임을 바꾸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며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종합 토론에 나선 이준경 리앤컴 대표, 엄재한 산교타임스 지국장, 진행자인 김성해 대구대학교 교수 겸 저널리즘학연구소 총무이사, 김성욱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오른쪽부터). ⓒ <미디어오늘> 유튜브

이 연구원은 또 “지역 곳곳에서 이미 일어나는 기후변화를 한국은 잘 다룰 줄 모른다”며 “바닷가, 산속에서 일어나는 기후변화의 증거가 있는데 도시에 집중한 언론이 우리나라에 일어난 현상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닷속의 변화가 크지만 중앙정부, 특히 해양수산부 홈페이지 가면 기후변화 대응자료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기후위기에 관해 언론사 내에서 철학과 방향이 정립되지 않은 문제도 꼬집었다. 3년 전 한 언론사와 협업해 에너지 생산과 소비구조, 도시와 지역 간의 불균형, 전기요금 체계의 문제점 등을 시리즈로 다뤄 상도 받았는데, 같은 언론사가 금방 ‘전기요금 누진제 폭탄’이라는 기사를 썼다는 것이다. 그는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면 경제시스템을 바꿔야 하는데, 값싼 전기요금에 익숙해진 구조를 바꾸기 위해 큰 그림을 그리는 접근이 부족하다”며 “기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스크(편집간부)의 기후위기 인식을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수 언론은 재생에너지가 안 되는 열 가지 이유를 말하고, 원자력이나 다른 에너지는 전부 된다고 말한다”며 보수 언론의 모순된 태도를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시민들은 태양광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하냐고 걱정하는데, 10만 년을 보관해야 하는 핵폐기물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편집 : 이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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