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위기와 혁신] ⑲ 교육 불평등 심화하는 이중노동시장

“우리 하청노동자는 직영노동자와 같은 일을 하는데도 근속 5년이 넘도록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고, 일체의 상여금‧수당도 없었습니다. 설‧추석 때 명절 보너스도 직영은 통상임금의 50%를 받지만, 하청은 근속연수에 따라 50만 원 미만으로 차등 지급받았어요. 직영노동자가 휴가 기간이라 일거리가 없으면 하청노동자는 무급 휴업을 가야 했고요. 심지어 현장에서 위험한 석면해체 작업을 할 때 직영은 휴업하고, 하청이 전부 떠맡아 일하기도 했습니다.”  

현대건설기계 사내 하청업체인 서진이엔지에서 용접일을 하다 지난달 24일 사측의 폐업으로 해고된 안종걸(43) 씨는 “(하청노동자로 일하는 동안) 우리나라의 노동 차별과 양극화가 너무 심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소속 하청업체만 4번 바꿔가며 모두 18년간 현대건설기계에서 용접을 했다는 그는 “사람들 머릿속에서부터 대기업‧중소기업, 원청‧하청, 정규직‧비정규직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터무니없는 차별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낮은 임금, 쉬운 해고로 고통받는 비정규직

▲ 현대건설기계 하청회사인 서진이엔지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지난달 25일 울산 현대중공업 내 2야드에서 원청의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대건설기계는 현대중공업 계열사다. ©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서진이엔지는 코로나19 때문에 생산물량이 감소했다는 이유로 폐업을 단행하고 전 직원 60여 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지난해 9월 자신들이 전국금속노조에 가입하고 지난 5월 노동조건개선을 요구하며 파업하자, 사측이 보복 차원에서 위장폐업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고노동자들은 그동안 현대건설기계가 사실상 자신들을 직접 지휘‧감독하는 ‘불법파견’을 했으므로 원청으로서 고용 승계를 책임져야 한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충남노동권익센터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강하나(42) 씨도 과거 비정규직노동자로서 설움을 겪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충남의 한 사립대를 졸업하고 2000년대 초반부터 비정규직으로 초등학교 전산보조원, 고등학교 회계직(현 공무직), 초등학교 교육행정직 등을 맡아 일했다. 전산이나 회계, 서무 등이 본업이었지만 교사들이 하기 싫어하는 업무까지 떠맡아야 했고, 임금이 적은 것은 물론 정규직이 받는 휴가비나 성과급 등에서 항상 소외됐다고 한다.   

“교실마다 고장난 컴퓨터를 고쳐주는 것도 모자라 어떤 선생님 집에 있는 컴퓨터를 봐준 적도 있어요. 손님이 오면 선생님들이 해도 되는데 굳이 행정실로 와서 커피를 타 달라, 수박을 잘라 달라 시키기도 하고요. ‘너는 이런 일을 하러 온 사람이야’라고 생각하고 저를 약간 아래로 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 자체보다는 그런 차별적인 대우를 받을 때 많이 힘들었어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강원지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조합원 갑질·괴롭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 비정규직노동자 절반에 가까운 49.1%가 갑질과 괴롭힘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당한 업무지시(52.1%‧중복응답)와 무시·따돌림 등 차별적 태도(47.2%), 연가·병가 등에 대한 부당한 제재와 눈치주기(41.7%), 폭언·욕설·조롱 등 언어폭력(30.7%), 사적 심부름(23.1%) 등으로 형태도 다양했다.

한국지엠(GM) 사내 하청업체 비정규직인 40대 노동자 김모 씨는 산업재해를 입고도 제대로 치료와 보상을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 그는 “지게차로 컨테이너에 물건을 옮기다 떨어져 오른쪽 어깨 다섯 군데 구멍을 뚫고 수술할 만큼 크게 다친 적이 있는데, 당시 업체 담당자가 집에 가서 쉬라고 하며 산재처리도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해고를 당할까 두려웠고, 함께 목소리를 내줄 노조도 없어 제대로 항의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김 씨는 “같은 일터에서 일해도 하청 비정규직이 큰 쇳덩어리, 무게 있는 짐을 많이 다루게 된다”며 “우리는 늘 무겁고 힘들고 더럽고...그런 일들만 한다”고 말했다. 

차별대우, 갑질 당하는 일자리 피하려 ‘교육’ 집착  

비정규직 등 ‘힘없는’ 노동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차별, 갑질 등 억울한 일을 당하며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은 ‘그런 처지에 빠지지 않도록’ ‘더 나은 학벌’ 등에 집착하는 분위기를 만든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 강원도 교육공무직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지난해 7월 강원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합원 갑질·괴롭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강원지부

황갑진 경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는 2018년에 낸 책 <사회 불평등과 교육>에서 “불평등이 심한 사회일수록 권력, 돈, 명예와 같은 사회 희소가치를 얻을 기회가 주어지는 명문학교 입학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학교가 학부모나 학생들의 성공 욕구에 편승하여 입시 위주의 교육에 치중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과열된 입시경쟁과 학벌주의 역시 대표적 교육성과 중 하나인 ‘일자리’가 양극화하고 불평등이 확대된 탓이 크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서울 명문대’ 등에 집착하는 학벌주의를 완화하고 지방대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과도한 노동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의 이중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기업‧정규직 등 고임금‧고용안정‧양호한 근무환경을 특징으로 하는 ‘1차 노동시장’과 중소기업‧하청‧비정규직 등 저임금‧고용불안‧열악한 근무환경의 ‘2차 노동시장’으로 나뉜 게 현실이다. 

장근호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2018년 발표한 ‘우리나라 고용구조의 특징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체 임금노동자 2000여만 명 가운데 대기업‧정규직에 근무하는 1차 노동시장 종사자는 213만 명으로 10.7%에 그친다. 2차 노동시장 종사자는 1787만 명으로 89.3%였다. 양극화한 두 시장 간에는 이동이 잘 이뤄지지 않는데, 비정규직노동자가 3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될 확률은 22%에 불과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들 중 가장 낮은 수치다.

▲ 우리나라 전체 임금노동자 중 대기업‧정규직인 1차 노동시장 노동자 비중은 10.7%에 불과하다. © 한국은행

‘대기업·정규직’ 1차 노동시장 종사자는 10% 남짓 

일자리 양극화의 심각성은 임금 격차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통계청이 지난 1월 발표한 ‘2018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결과’ 자료에 따르면, 기업규모별(평균매출액 기준)로 구분했을 때 대기업에 다니는 노동자의 월 평균소득은 501만 원, 중소기업은 231만 원으로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46%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종사자규모별로 살펴봐도 300명 이상 기업 노동자의 평균소득은 415만 원인 반면, 50~300명 미만 기업 노동자는 292만 원, 50명 미만은 211만 원에 그쳤다.
   
원청-하청의 임금 격차도 크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8년 발표한 ‘소득불평등과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전방위적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를 보면 하청기업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340만 원으로 원청기업 545만 원의 62.4%에 불과했다. 반면 월평균 노동시간은 하청기업 190.3시간으로 원청기업 181.8시간보다 8.5시간 더 많았다. 원청기업은 300인 이상 대기업 비중(65.3%)이 높고 하청기업은 중소기업 비중(82.2%)이 압도적으로 높다.  

정규직-비정규직의 임금 격차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발간한 ‘2019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정규직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361만 원인 반면 비정규직은 164만 원으로 정규직의 45.5%에 불과했다. 비정규직의 노동시간이 더 짧은 것을 고려해 시간당 임금을 살펴봐도 정규직은 2만2193원인 반면 비정규직은 1만5472원으로 정규직의 69.7%밖에 되지 않았다. 

▲ 2019년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의 월 임금을 나타낸 표.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 고용노동부

‘위험의 외주화’ ‘코로나19 피해’도 비정규직 집중    

임금 격차가 이렇게 큰 이유는 개인별, 기업별 특성 차이에 ‘차별’까지 더해져 이중으로 격차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문영만 부경대 경제사회연구소 연구교수가 2019년 발표한 논문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 및 결정요인’에 따르면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는 노동자 측 요인(학력, 근속연수 등)이 44.2%인데, 이중 ‘차별에 따른 격차’가 절반가량인 20.4%로 추정됐다. 또 기업 측 요인에 의한 격차는 44.9%였는데, 이중 ‘차별에 의한 격차’가 8.5%로 추정됐다. 

문 교수가 같은 해 발표한 논문 ‘원‧하청기업의 임금 격차 및 해소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노동자 측 요인의 임금 격차 47.5% 중 ‘차별에 의한 격차’가 18.7%로 추정됐다. 기업 측 요인의 임금 격차 39.1% 중 ‘차별에 의한 격차’는 6.3%로 추정됐다. 여기서 차별에 의한 격차는 인적자본이나 기업특성의 차이로 설명되지 않는 격차를 의미한다. 

노동시장의 격차는 복리후생에서도 나타난다. 정규직 대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을 고용노동부의 ‘2019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통해 살펴보면, 고용보험 94.4% 대 74%, 건강보험 98.2% 대 64.2%, 국민연금 98% 대 61% 등으로 비정규직 가입률이 크게 떨어진다. 상여금 적용률은 61.8% 대 22.4%, 퇴직연금 가입률은 57.2% 대 23.2%로 차이가 난다. 노동조합 가입률은 더욱 심각해 정규직이 12.9%인 반면 비정규직은 0.7%로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사회보험 가입률, 상여금 적용률, 퇴직연금 및 노조 가입률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 고용노동부

사고 가능성이 높은 업무를 비정규직 등 취약노동자에게 넘기는 ‘위험의 외주화’ 문제도 심각하다. 전국의 하청노동자 비율은 18% 정도지만, 최근 3년간 산재 사망자 중 하청노동자 비율은 2017년 40%, 2018년 37%, 2019년 34%나 차지한다. 또 고용노동부가 2013~2018년 3명 이상 사망한 재해발생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사망자 109명 중 93명이 하청노동자로, 그 비율이 85%에 이른다. 2016년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 중 숨진 김군(당시 19세), 2018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 사고로 숨진 김용균(당시 24세) 씨가 대표적 사례다. 

최근 코로나19 등 재난 상황에서 더 고통받는 것도 노동 약자들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지난 6월 발표한 ‘코로나19 6개월, 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 결과, 월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이 비정규직 52.8%로 정규직(19.2%)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실직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비정규직은 26.3%로 정규직 4%보다 6배 이상 높았다. 

대학서열 따라 생애임금 큰 격차 나는 게 현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에서 출신학교는 일자리와 얼마나 밀접한 관련성을 가질까? 한국개발연구원 이지영 전문연구원‧고영선 선임연구위원이 지난해 발표한 논문 ‘대학서열과 생애임금격차’에 따르면 대학 졸업자 1400여 명이 1998~2017년 20년 동안 받은 임금을 분석한 결과 대학서열 상위 1그룹(18개) 졸업자 임금이 5그룹(53개) 보다 취업 시기엔 14% 높고, 40~44세 때 최대치인 46.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대학서열이 높은 1분위 대학 졸업자의 임금이 서열이 낮은 5분위 대학보다 40~44세 때 46.5% 더 높다. © 한국노동연구원

우리나라 교육 불평등 현실을 광범위하게 분석한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격차 실태 종합분석(2017)’ 보고서는 “교육체제 내에서 다양한 교육격차 개선정책을 실행하더라도 노동시장에서 존재하는 유인체계, 즉 교육을 매개로 한 임금 격차가 존재하는 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교육결과의 차이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노동시장에서 받는 처우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부모의 경제력 등이 작용하는 교육 불평등도 해소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대학진학을 포함한 교육결과의 차이가 타고난 능력, 가정 배경 등으로부터 시작된 인과사슬의 결과이고 상당 부분 가정 배경과 같은 우연의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면 노동시장에서의 보상은 지금보다는 축소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의 문서희(26) 기획팀장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임금이나 복리후생을 따져보면 그 격차가 너무나도 벌어져 있다”며 “대학생들이 졸업 유예를 하면서 취업 재·삼수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가 출발선에 따라 격차가 벌어지는 걸 구경만 할 게 아니라 임금체계를 비롯해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장치들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 집중 지원 통해 중소기업 이윤 높여야

노동‧교육 전문가들도 지방대 차별을 포함한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해 일자리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모은다. 양준석 대전세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27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사회경제적으로 힘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생산성을 과대평가해서 높은 임금을 정당화하고 약한 사람들은 생산성을 과소평가해서 저임금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풍토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출신대학이 개인의 능력, 심지어 인성을 설명해줄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지방대 졸업생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라며 “지위나 학벌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노동 가치를 공정하게 평가해 합당한 보상을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학벌에 집착하는 사회풍토 속에서 ‘지방대생’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혐오를 겪은 학생들은 ‘더 나은 대학’을 목표로 수능을 다시 치르기도 한다. ⓒ KBS 뉴스

그는 일자리 격차를 줄이기 위해 우선 대기업-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법파견(파견이 금지된 제조업에서 위장도급 등을 하는 것), 납품단가 인하, 기술 탈취, 시장 독과점 등 불공정 행위를 없애 중소기업이 정당한 이윤을 확보하고 적정한 임금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일자리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선 (90% 가까운 임금노동자를 고용하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합니다. 우리나라 중소 제조업의 45%가 하도급거래 기업이고, 이들 기업은 매출액의 80%를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기업은 독과점 경영이 대부분이라 하청 간 경쟁이 심하고 대기업에 비해 협상력도 약합니다. 이 불공정한 구조 속에서 중소기업의 이윤이 적으니 임금 수준도 낮을 수밖에 없죠. 정부의 엄정한 감시를 통해 대‧중소기업 간 공정한 경쟁 거래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리고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도록 기술 개발과 근로 여건 개선을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집중돼야 합니다.” 

업종별 ‘연대임금’으로 불평등 줄이는 노력을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달 4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임금을 회사가 독단으로 정하거나 노조‧회사가 협상을 벌이는 등 사업장별로 결정해, 노조 교섭력이 있는 곳은 노동자 권리를 수호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임금이 적고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개별 기업의 경계를 넘어 사회적 연대임금 제도를 통해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원칙을 지향해야 한다”며 “노동자·사용자·정부가 참여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어 연대임금에 대해 논의하는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이나 북유럽 국가는 단일 사업장이 아니라 직종별 협회나 산업별 노조에서 직무와 숙련도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그러면 대‧중소기업이든, 원‧하청이든,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받게 됩니다. 우리도 산별노조가 발전해 대등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임금이나 노동자 몫에 대해 연대하며 결정하는 구조로 가는 게 바람직합니다.”

▲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양승훈 교수 © 경남대학교 홈페이지

양 교수는 또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연차가 쌓이면 저절로 임금이 높아지는 체계인 연공급제 보다는 일하는 직무 특성과 숙련 수준에 따라서 임금을 받는 직무급제가 더 적합하다”며 “우리나라도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연공급제를 고수하기보다 앞으로 어떻게 직무급제를 설계해 나갈지에 대한 논의를 더 수면 위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대생들도 일자리 격차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충남대를 졸업하고 취업 준비 중인 곽효원(26‧정치외교학) 씨는 “한국 사회는 인(in)서울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질 좋은 일자리를 얻기 어렵고 낙오되기 쉬워, 한정된 자원을 얻기 위해 학생들을 계속 도태시키고 배제하는 운영 원리를 갖고있는 것 같다”며 “지방대를 나와 대기업에 가지 못하고 전문직이 되지 못한 사람을 ‘2등 시민’으로 대우하는 사회 인식과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대생 김민관(24‧사학과) 씨는 “상위 몇% 안에 들지 못하면 사람대접 받고 살지 못할 거라는 공포가 무한 경쟁의 원동력이므로, 입시‧학벌 문제의 본질이 사실은 일자리 문제라는 지적에 일리가 있다”고 공감했다. 그는 “죽도록 달려서 남을 밟고 올라가지 않아도 괜찮은 일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면 교육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므로, 일자리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보다 활발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옥스퍼드, 케임브리지와 미국의 하버드 등 선진국 명문대학은 대부분 수도가 아닌 지방의 작은 도시에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지방에 있는 대학을 교육의 품질과 상관없이 ‘지잡대’ 등으로 싸잡아 부르며 멸시하고 차별하는 풍토가 심하다. 지방대생들이 편입 등을 통해 서울로 ‘탈출’하는 행렬도 끊이지 않는다. 저출산 추세로 학생 수가 점점 줄면서 지방대 중 상당수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와 <단비뉴스>는 심층기획 ‘지방대 위기와 혁신’을 통해 서울 중심의 불균형 발전과 왜곡된 학력 경쟁 등이 낳은 지방대 소외의 실상을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편집 :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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