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세명 저널리즘비평상' 공모전] 가작 수상작

<심사평>

'조국 사태'라고 불린 조국 전 법무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가 우리 사회에 던진 파문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진보적 지식인이었던 고위 공직자의 윤리 의식, 언론의 취재와 보도 윤리, 검찰 수사의 적정성과 통제 문제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관한 폭넓은 문제가 제기되었다.

제1회《세명 저널리즘비평상 공모전》에 출품된 비평들 중에 조국 사태 관련 보도를 다룬 응모작들이 많았던 것은 그런 의미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다. 가작으로 선정된 김준수 씨의 글은《시사IN》626·627호에 실렸던「조국과 진보는 ‘울타리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시리즈를 다뤘다. 저널리즘이 기본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저널리즘이 처한 위기를 어떤 자세로 헤쳐 나가야 할 것인지를 잘 짚어준 글이다.

이번 공모전에서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비평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로 그 기자의 다른 기사를 비판적으로 조명한 비평이 최우수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기사의 성공과 실패가 어떤 면에서는 종이 한 장 차이일 수도 있고, 기사를 보는 시각이 다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기사 하나로 어떤 기자를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측면도 있겠다. 

원제: <조국 대란에 관한 정확한 시선> :『시사IN』 626·627호 「조국과 진보는 ‘울타리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에 대하여

‘교과서’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예문 중에 “고정 관념이나 교과서적인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으면 적응력이 뛰어날 수가 없다”가 있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나 교과서적인 판단은 옳다. 교과서적이라는 것은 교과서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뜻에 의해 오직 정답만을 의미하며, 경우에 따라서 옳고 그름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것은 이미 그 이름이 좋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어 중용이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적응력을 이유로 교과서적인 판단을 비판을 할 수 없다. 그러니까, 교과서적인 판단 때문에 환경에 적응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환경이 잘못돼 교과서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교과서적인 저널리즘이란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누군가는 저널리즘의 1차적인 목적을 시민들의 자유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떤 이는 잘못된 선거 결과를 만들지 않고 사회 공포를 조장하지 않으며 정치, 경제, 사회 구조의 본질과 변형을 보도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정답이라고 했다. 이런 비슷한 대답을 정리하면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 1월 5일 저널리즘토크쇼J에 출연한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 ⓒ KBS

오늘날 우리나라의 저널리즘을 생각해보면 교과서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대다수의 언론이 생산해내는 정보들은 똑똑한 유권자를 만드는데 기여하지 못한다. 오히려 관심을 다른 곳으로 쏠리게 해 사안의 본질을 가린다.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교과서적 저널리즘을 실천하기 어려운 것은 언론 환경 때문이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이 <저널리즘 토크쇼 J>에 출연해 “지금은 자본권력이 언론을 주무르고 있다”고 한 것은 그 실태를 한 줄로 정리한다. 물론 실력적 실패 역시 존재한다. 작년에 있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일들은 언론의 실력적 실패를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조국과 진보는 ‘울타리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기사는 실력적인 성취를 보여준다. 언론 환경이라는 맥락을 생각하면 이는 언론의 구조적 결함까지 극복한 예시가 된다. 이 기사는 여러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특징들은 똑똑한 유권자를 만드는데 기여한다. 대표적인 특징 몇 가지를 살펴보자.

▲ 주간지 <시사IN> 626·627호 표지. ⓒ <시사IN>

특징 1: 사실에 기초하면서 유기적이라는 것

당연하게도 좋은 기사는 사실에 기초한다. 그러나 정보가 다량으로 쏟아지면서 해석이 중요해지고 그러다보니 객관적인 진실이라는 것이 힘을 잃게 됐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천관율의 글에는 객관적인 진실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좋은 의미에서 기자가 수치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는 “조국 후보자 이슈가 그야말로 블록버스터가 된다”라는 문장을 쓰기 위해서 ‘네이버 데이터랩’이 제공하는 검색량을 근거로 사용한다. 이러한 태도는 기사 전체에 퍼져있다.

흥미로운 것은 기사에서 제공되는 사실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이 글은 기본적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일들에 관한 것이다. 거기에는 조 전 장관의 딸을 둘러싼 문제와 그것으로 인한 정치권의 시선, 그리고 문제를 바라보는 여론의 감정이 있다. 조국을 새로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하겠다는 것에서 다른 것들이 생겨났다는 점에서 당연히 유기적일 수밖에 없지만 기자가 그것들을 엮어내는 방식은 선형적이지 않다. 즉, 단순히 그것들이 원인과 결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보다 심오한 문제를 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엮어낸다. 이는 이 기사의 두 번째 특징인 ‘본질적이라는 것’으로 이어진다.

특징 2: 본질적이라는 것

조 전 장관을 둘러싼 문제는 표면적으로 좌우 진영의 대립이다. 검찰 개혁이라는 것을 잘 수행해낼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 대해서 한 쪽은 긍정하고 다른 한 쪽은 부정해서 조국이라는 인물을 지켜내거나 끌어내리거나 하는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기자는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린다. 청년노동자 단체 ‘청년전태일’이 열었던 대담회 속 이야기를 듣고, 조 전 장관의 자녀를 둘러싼 입시비리 의혹을 진상규명 해달라는 청년층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것이 좌우 진영 문제가 아니라 울타리 안과 밖의 문제라는 점을 지적한다.

▲ 작년 9월 1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청년시민단체 '청년전태일' 회원들과 기념 사진을 찍는 조국 전 장관 ⓒ 청년전태일

따라서 조국 대란은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된다. 그것은 진영 문제가 아니라 계급의 문제가 된다. 좋은 대학, 좋은 일자리를 가진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의 싸움 말이다. 그로인해 기자가 지적하듯 정부가 내놓아야 할 메시지의 종류 역시 바뀌게 된다. “울타리 게임을 합법의 이름으로 승인할 것인가, 울타리 밖 사람들의 편이 되겠다고 선언할 것인가.”

기자는 의미심장하게도 미국의 선례를 들어가며 민주당의 실패를 말한다. 노동자들을 대변하던 좌파들이 어느 순간 그 역할을 버리고 기득권을 대표하기 시작했고 그 끝에 트럼프의 당선이 있었다는 것.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단계를 밟아나가게 될 것이냐는 의문을 천천히 근거를 들어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이는 공포심을 조장하는 방식과는 다르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문제를 바라보는 정확한 시선을 보여주는 셈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 글의 세 번째 특징이 이어진다.

특징 3: 교육적이라는 것

누군가는 뉴스가 시민들이 직접 경험할 수 없는 바깥의 것에 대해 공부하고 생각하는데 사용되는 자료라고 했다. 쉽게 말해 뉴스는 교육적이어야 한다. ‘울타리 밖’ 기사에서 기자는 책과 논문 등 다양한 근거들을 가지고 사실에 깔려있는 핵심 문제를 밝혀내고 이를 쉬운 말로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그로 인해 독자들의 눈은 내가 지지하는 이들을 도와야한다는 정치의 시선에서 생계의 문제인 계급의 시선으로 바뀌게 된다. 조국을 임명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단기적 문제에서 경제적 평등이 가능하냐는 장기적 문제로 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독자들에게 사안의 본질을 제공하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이 글을 교육적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무의미하거나 쓸모가 없어 피로한 수많은 기사 속에서 저널리즘이 추구한 기본을 만족시킨 천관율 기자의 글을 읽을 수 있어서 행운이다. 저널리즘 비평가들에게 현실을 모른다고 말하거나 관행을 운운하는 기자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비슷한 환경에서 왜 독보적인 기사가 탄생하는가?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바뀌는 것은 없다. 


편집: 박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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