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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빵집 이겼지만 코로나는 “암담”

기사승인 2020.08.13  22: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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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mump5657@naver.com

- [단비인터뷰] ‘제과 명장’ 경남 김해 김덕규 대표

“코로나 때문에 큰일입니다. 어떻게 될지 암담해요.”

경남 김해•양산에서 ‘김덕규 과자점’ 3개 매장을 운영하는 김덕규(53) 대표는 경상남도 최초의 제과제빵 분야 대한민국 명장이다. 지난해 8월 숙련기술 발전과 제과 종사자 지위 향상에 기여한 공을 인정해 고용노동부가 선정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을 딛고 40여 년 한길을 걸으며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의 ‘골목 상권 침략’도 이겨냈던 그는 요즘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에 타격을 입으며 인생 최대의 도전을 맞고 있다. 지난 5월 17일 김덕규 과자점 김해 내동점 4층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고, 지난 10일 이메일로 추가 인터뷰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빵집 2층 카페 매출 70% 감소

   
▲ 경남 김해시 내동 김덕규 과자점 4층 사무실에서 <단비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김덕규 대표. ⓒ 김태형

경남 통영에서 2남 4녀 중 셋째로 태어난 그는 어려운 집안 살림에 ‘빵집에서 일하면 굶진 않을 것’이라는 부모 권유로 중학교 졸업 후 통영 칠성제과에 들어갔다. 1981년이었다. 이후 경남 마산·창원 등의 빵집에서 일하며 기술을 배운 후 93년 김해에서 ‘그린하우스’라는 제과점을 개업했다. 98년도부터는 자신의 이름을 내세워 김덕규 과자점 간판을 걸었다. “빵을 만지는 촉감이 좋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는 그는 그동안 겪었던 어떤 경영위기보다 심각한 ‘코로나 위기’를 겪으며, 속이 타들어 가는 자영업자들의 심경을 대변했다.

“(내동점) 매장 1층에서 빵을 판매하고 2층에서 카페를 하는데, 빵은 집에 사 들고 가는 손님이 많아 큰 타격이 없지만 카페 손님은 코로나 직전 대비 70% 줄었어요.”

특히 지난해 12월 개장한 김덕규 과자점 양산점(양산시 물금읍)은 주변에 확진자가 다녀간 뒤 매출이 50~60% 떨어졌다며 답답한 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특히 치즈•버터 등 재료를 공급하는 미국•유럽 기업들이 코로나로 공장가동을 중단하면서 앞으로 조달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 지난 5월 말 경남 김해시 내동 김덕규 과자점 2층 카페. 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이 크게 줄어 주말인데도 한산했다. ⓒ 김태형

외환위기 후 설비•직원복지 중요성 절감

“97년도에 (김해시) 삼정동에 있는 가게를 인수했는데, 계약금을 다 주고 5일도 지나지 않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가 터져 상당히 고생했어요. 그런데 지금이 IMF 때보다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김 대표는 외환위기를 버텨내고 99년에 시설을 개보수해 재개장했지만, 또 한 번 위기를 겪어야 했다. 갑작스레 몰린 손님을 대비하지 못해 서비스가 부실했고, 격무에 지친 직원들이 줄줄이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당시 직원이 김 대표 포함 8명이었는데, 15명은 있어야 감당할 수 있는 일이 닥치니 직원들이 너무 힘들다며 일주일도 안 돼 다 그만뒀다고 한다. 그는 “95년도부터 전국대회 입상 등으로 입소문이 난 상태였지만 그렇게 손님이 몰릴 줄은 몰랐다”며 “제품을 만들 인력이 없으니 좋은 제품을 못 만들어냈고, 그 결과 손님도 한 둘씩 떠났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실패를 통해 장비와 인력 투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지금은 작업장에 좋은 설비를 들이고 직원 복지를 위해 휴게실과 숙소 등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 경상남도 김해시 내동에 있는 김덕규 베이커리 빌딩. 최신 설비와 직원 휴게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 김태형

또 다른 시련은 김덕규 과자점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2010년에 닥쳤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흥행으로 빵에 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제과제빵업계 세계대회 ‘월드페스트리팀챔피언십(WPTC)’ 초콜릿 공예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최우수상을 수상했을 무렵, 김해시 삼정동 김덕규 과자점(본점) 앞에 파리바게트가 생긴 것이다.

파리바게트와 ‘전쟁’ 1년 만에 매출 2배

“당시 우리 매장이 전국에서 손꼽힐 정도 매출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항상 누군가 도전할 거란 각오는 하고 있었어요. 그럼에도 파리바게트가 들어선 후 처음 1년간은 매출이 최대 50%까지 줄더라고요. 당시 파리바게트 전략이 장사 잘되는 곳 옆에 입점해서 그 매장을 몰살시키는 것이었다는 얘길 들었죠. 가게에 앉아 맨날 파리바게트를 쳐다보면서 저걸 어떻게 넘기지 하고 고민했어요. 실제로 목에 담이 걸릴 정도로 아팠죠.”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 따르면 2003년 초 약 1만8000개였던 제과 자영업 점포 수는 2011년 말 4000여 곳으로 줄었는데, 1986년 1호점을 낸 파리바게트는 2011년에 점포 수 3000개를 돌파했다.

   
▲ 김해시 삼정동 김덕규 과자점 본점 바로 맞은 편에 프랜차이즈 빵집인 파리바게트가 있다. ⓒ 네이버 거리뷰 갈무리

“보통 매출이 줄면 인력을 줄이거나 공간을 축소시키는데, 저는 (점포) 옆 빈 공간에 작업장을 더 확장해서 설비를 보강하고 인력을 더 채웠습니다.”

그는 “파리바게트와 전쟁을 하기로 하고, 군사를 더 보충하는 차원에서 인력과 설비를 보강했다”며 “신제품 행사도 적극적으로 벌였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1년이 채 되기 전에 파리바게트가 들어서기 전 대비 매출이 두 배로 뛰었다. 파리바게트로 갔던 손님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며 자신감을 얻었다는 그는 “사람은 경쟁상대가 있을 때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경영환경이 더 어려워지고 있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지역특색 빵 개발해도 탁상행정에 무용지물”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과 차별화한 ‘동네빵집’을 찾아다니는 여행이 ‘빵지순례’란 이름으로 유행하는 추세에 맞춰, 김 대표는 ‘김해를 대표하는 빵’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해에 터를 잡았던 가야국 김수로왕 설화의 알 모양을 본뜬 ‘배꼽빵’을 개발했고, 지역 특산물인 장군차, 산딸기, 단감, 아로니아, 블루베리를 넣어 ‘오감오미’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막상 김해시에서는 크게 관심이 없다”며 서운해 했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초코파이 먹으러 전주에 가듯 김해를 대표하는 빵을 만들면 김해시 관광효과가 클 텐데 시에서 제대로 홍보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 김해 구지봉 산을 본떠 만든 ‘구지봉빵’과 김수로왕이 태어난 알을 본뜬 ‘배꼽빵’. 김덕규 대표가 지역을 상징하는 제품이 되길 기대하며 만든 빵이다. © 김태형

경상남도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제품으로 금상을 받기도 한 김 대표는 “경제적 지원을 바라는 게 아니라 김해를 대표하는 빵이 될 수 있게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주길 바라는 건데, (공무원들은) 상장 주고 자기들 생색내면 끝”이라며 “제발 탁상행정 좀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덕규 대표가 지역특산물 빵 등 다양한 제품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 대표 왼쪽으로 국내외 대회에서 받은 상장과 상패 등이 보인다. © 김태형

제과·제빵 성공하고 싶다면 5년 이상 현장 체험을

김 대표는 제과제빵 분야 진출을 희망하는 중·장년층, 청년들에게 “유행 따라 남들 잘되는 거 보고 따라 하면 100% 망한다”며 “정말 하고 싶으면 현장에서 5년 이상은 죽을 만큼 힘들게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가 창업특강 강연 다닐 때 무슨 창업하고 싶냐 물으면 전부 베이커리 카페 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베이커리 카페를 어떻게 할 건지 물으면 학원에서 2~3달 정도 배워서 하면 안 되겠냐고 해요. 저는 바로 백발백중 망한다고 했죠. 30년 넘게 한 나도 항상 긴장하면서 하는데, 2~3달 배워서 성공할 수 있겠냐고 물었어요.”

   
▲ 김덕규 과자점 양산점에 진열된 각양각색의 케이크들. © 김태형

그는 “초대형 베이커리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조그만 제과점들은 다 망하고 있다”며 “작은 빵집들이 살아남으려면 지역적 특색이 있는 제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가까운 곳에서 고객과 소통하며 발전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동시에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의 동네 상권 잠식을 막기 위해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편집 : 김은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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