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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보다 시민에게 돈 줘야 하는 이유

기사승인 2020.08.01  1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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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사전] ‘코로나의 경제해법’

“온라인 세미나와 컨퍼런스 경험이 호텔, 항공사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매사추세츠 대학 듀브 교수가 코로나19 이후 사회를 예측하며 한 말이다. AP통신은 코로나19 이후 서비스업 판도가 구조적으로 바뀔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장기간 물리적 거리두기를 거치며 사람들은 새로운 소비 및 생활 패턴을 학습했다. 식당 대신 인터넷 쇼핑, 영화관 대신 넷플릭스, 출근 대신 재택근무를 체험해 본 코로나 이후 시민들은 기존과 전혀 다른 소비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지금과 같은 특수상황에서는 수요가 공급에 선행한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Say’s Law)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적용되지 않는다. 산업 구조 전체가 재편되는 현실에서 기업은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어떻게든 수요를 키우는 것이다. 충분한 수요가 있어야 그 수요가 어떤 방식으로 변화한 사회에 적용되는지 빨리 파악할 수 있다.

정부의 지원 방향은 공급업체가 아닌 소비자, 시민으로 명확히 설정돼야 한다. 아낌없이 현금성 복지를 쏟아부어 시민들 주머니를 채워 넣어야 한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시민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푼돈 조금 보태주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 코로나19로 변화한 사회의 소비성향을 파악해 시민에게 일정 금액을 반복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 시행이 필요하다. ⓒ Pixabay

이대로 가면 코로나19가 잦아들고 사회가 정상으로 돌아갈 때가 되더라도 문제다. 경기가 회복돼야 할 시기에 소비할 돈이 없다면 경제 복원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시민들 주머니를 채우고 수요를 키워야 코로나19로 변화한 사회의 소비성향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새로운 사회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확인해야 공급도 그에 맞춰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경기를 급격히 회복하겠다고 기업에 지원을 몰아넣는 정책은 합당하지 않다. 어떤 분야의 수요가 어느 정도까지 회복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급업체에 먼저 지원이 집중되면, 과잉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로 밀려나야 할 산업에 막대한 자금이 흘러들어간다면, 그 돈은 경제 복원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눈먼 자금이 될 수 있다. 

공급 사슬에 집중지원 하는 게 합당하지 않은 또 다른 이유로는 당위성을 들 수 있다. 코로나19로 직원들을 해고한 기업들이 코로나19 지원금을 받아 기업주의 배를 불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미국에서 통과된 슈퍼 부양책 2조3000억 달러(2700조 원) 중 5000억 달러를 뺀 1조8000억 달러는 기업에 지원되는 돈이다. 영국 <가디언>은 미국에서 코로나19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워싱턴 로비스트들이 광란의 전쟁에 뛰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이런 전철을 밟는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지면 안 된다.

그 대신 시민에게 일정 금액을 반복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을 시행해야 한다. 지나치게 많은 자금이 투입된다는 우려가 있다면, 소득분위와 재산에 따라 차등지급 하는 방법도 있다. 국가 위기상황에서 우선 살려야 하는 것은 기업이 아니라 시민의 생명이며, 시민의 생활을 제 궤도로 올려놓아야 미래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고작 1회, 가구당 40만~100만 원을 지원한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의 제3차 추경안이 발표됐지만 실업난에 빠져 있는 시민들을 당장 어떻게 살릴 것인지 뚜렷한 대안은 없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은 "폭풍우를 돌파하는 데 기름을 아낄 수 없다"며 "잘 버텨서 폭풍우를 벗어난 다음 뒷감당을 걱정하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시민을 살려놓고 나면, 부활한 수요에 맞춰 공급은 자연스레 정상화한다. 공적자금이라는 이름으로 부실기업을 연명하게 한 과거 정책이 국가 전반에 얼마나 큰 손실을 입혔는지 생각해보면 답은 명확하다. 코로나19로 한계기업이 될 수 있는 과거 유물에 돈을 쏟아 붓는 일이 재연되면 안 된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임지윤 기자

양동훈 기자 skytop01@daum.net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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