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 양동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집값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2017년 5월 6억635만원이던 서울 집값의 중위가격은 2019년 10월 8억7527만원으로 44.4%나 올랐다. 서울 집값이 2년 5개월만에 이렇게 폭등했는데도 ‘안정적 관리’ 운운한 것이다.

서울 집값 중위가격은 2020년 5월에는 9억2013만원으로 더 올랐다. 3년만에 50% 넘게 오르는 기록을 달성했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6월 17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내놨다. 집값이 폭등했는데 그 가격에서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면 된다는 주장은 직무유기고 배임행위다.

▲ 서울 강남구 일대의 아파트 단지. ⓒ 연합뉴스

집값을 낮추려면 두 가지 방법이 필요하다. 공급을 늘리거나, 수요를 줄이면 된다. 한 가지만 시행하기보다는 양 쪽을 다루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문 정부는 수요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각종 대출규제 위주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 상승을 억제하지 못했다. 이제 고민해야 할 것은 공급을 어떻게 늘리느냐다.

공급을 늘리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새 집을 짓는 것과, 집을 가진 사람이 팔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새 집 짓기 계획이 있다. 2017년 기준 6% 수준에 불과한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OECD 평균 수준까지 끌어올리려 한다. 임대주택의 주거안정성은 민간주택보다 높고, 집값 상승을 막는 데도 도움을 준다. 국토교통부가 서울지역에서 재개발을 할 때 임대주택 의무 공급 비율을 30%까지 올린다고 발표한 것은, 제대로 시행되기만 하면 좋은 정책이다.

집을 팔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언론보도를 따르면 된다. 우리나라 부동산 보도의 핵심 키워드는 '종부세 폭탄'이다. 6·17 대책을 두고도 ‘종부세 폭탄’ 프레임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법인 보유 주택 종부세 폭탄'이라는 새로운 말풍선이 등장했다. 종부세를 피하기 위해 집을 법인 명의로 돌렸다는 편법적 조세회피자가 당당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법인 보유 주택에 추가로 물리는 종부세가 무서워 집을 팔 생각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보유세를 대폭 인상하면, 사람들은 집을 판다.

7·10 대책에서는 다주택자 종부세율을 높이는 정책이 등장했다. 3주택 이상 보유자나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보유자에게 최대 6.0%의 종부세율을 적용한다. 문제는 이번 정책도 극소수 부자에 대한 핀셋 증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종부세를 엄청나게 많이 올린 것 같지만, 실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작년 기준 0.17% 수준인 보유세 실효세율은 7·10 대책 이후에도 제자리걸음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집값이 훨씬 더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는 폭탄이 아니라 솜방망이 수준이다. 2017년 기준 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수는 0.8%로 영국(3.1%), 프랑스(2.8%), 미국(2.7%) 등에 견주어 턱없이 낮다. OECD 평균인 1.1%에도 못 미친다. OECD 평균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안 난다는 반론이 있지만, 이는 두 가지를 고려하지 못해 빚어진 착각이다.

첫째 ‘평균의 함정’을 고려해야 한다. GDP 대비 보유세 세수가 낮은 국가들은 인구가 적거나 인구밀도가 낮은 특징이 있다. 그 수치가 0.2%인 스위스와 에스토니아는 인구가 1000만도 안 되는 소국이고, 호주와 터키는 우리보다 인구밀도가 훨씬 낮다.

둘째 고려사항은 GDP 대비 부동산 가치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순자산 비율은 2018년 기준 8.2배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산 중 토지·건물 등 비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기준 75.6%나 됐다. 영국(57.4%), 캐나다(55.1%), 일본(44.3%), 미국(34.9%) 등 다른 국가를 압도할 만큼 높다.

2011년 OECD는 과세를 4종류로 분류하고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순으로 열거했다. 재산과세가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가장 작고, 그 다음이 소비과세였다. 개인과 법인 소득에 매기는 과세는 부정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며, 재산과세와 소비과세를 증대하는 방향으로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7·10 대책은 문재인 정부의 22번째 집값 대책이다. 6.17 대책을 두고 강남의 한 부동산업자는 “6개월만에 나온 부동산 대책인데, 6개월 뒤면 또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코웃음 쳤다. 이 부동산업자의 말은 틀렸다. 실제로는 한 달도 걸리지 않았으니까. 21번이나 실패하고 내놓은 정책이 극소수 부자를 겨냥한 종부세 인상이니 그 결과는 안 봐도 뻔하다. 잘 해야 집값을 ‘안정’시키는 정도다.

다주택자에게 찔끔찔끔 종부세를 올릴 것이 아니라, 1주택자라도 고가 주택을 가진 사람에게는 확실하게 보유세를 높여 집을 팔고 싶도록 만들어야 한다. 장하성,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재산이 10억 이상 늘었다. 현 청와대 민정수석과 경제수석 모두 다주택자다. 이미 수억을 번 고위 관료와 국회의원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집값 ‘안정’에 골몰한다는 비판을 극복하려면, 집값 하락을 가져올 만큼 강력한 정책을 내놓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


편집 : 이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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