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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안 썼는데 한푼도 안 돌려주는 방세

기사승인 2020.07.06  20: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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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비현장] 코로나로 연세 날리게 된 원룸 학생들

충북 제천 세명대 부동산학과에 재학중인 이세환(23, 경기 성남시 이매동) 씨는 지난 1월, 10개월 치 월세를 한 번에 내는 연세(年貰) 방식으로 학교 근처 원룸을 계약했다. 1년치 방세를 한꺼번에 내는 것이 꺼림칙해 다른 데를 알아봤지만 예외없이 연세계약이라 어쩔 수 없이 480만원을 주고 계약했다. 그는 계약서에 원룸을 사용하기 시작하는 날인 2월 24일 입주하려 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개강이 연기되면서 방을 비워 둔 채 한 달을 보냈다. 짐도 가져다 놓지 않은 상태였다.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면서 학교 강의가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돼 계속 방을 비워 둘 수밖에 없게 된 이 씨는 지난 3월 20일 카톡으로 집주인에게 “한 달 정도 방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는데 한 달치 월세를 돌려받을 수 있겠느냐”고 문의했다. 집주인은 “지금 원룸 계약한 학생 중 3분의 2 정도는 이미 입주해 있어, 입주를 하지 않았다고 환불해 줄 수는 없을 것 같다”며 거절했다.

넉 달 안 썼는데 방세 못 돌려준다

 
세명대 후문 밖에 들어서 있는 원룸촌. 대부분 1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받는 연세계약을 한 원룸들이 방을 사용하지 않은 학생들의 방세 환불 요구에 불응해 학생들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 권영지

연세계약이라 실제 돌려받을 방법이 없어 속을 썩이던 이 씨는 지난 5월 25일 세명대 총학생회가 ‘착한 임대인 운동의 일환으로 학교 주변 원룸협회와 협의해 원룸업주들이 개별적으로 환불을 결정하기로 했다’는 공고문을 보고 집주인에게 다시 카톡으로 연락했다. 총학생회 공고문을 첨부해서 ‘방세 일부라도 환불해줄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으나 집주인은 “갑작스럽게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으니 알아보겠다”는 답만 남기고 감감 무소식이었다.

   
▲ 세명대 총학생회의 ‘착한 임대인 운동’ 협조 결과 공고문. ‘1학기 강의가 전면 비대면으로 진행됨에 따라 총학생회가 원룸업주들에게 미입주 학우들에 대한 입주비용 일부 환불에 관한 협조를 요청한 결과, 각 원룸 업주들이 개별적으로 환불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 세명대 총학생회

이 씨는 지난 6월 16일 다시 집주인에게 카톡으로 “직접 만나 이야기할 수 있냐”고 물었지만, “시간이 없고, 환불도 해줄 수 없다고 이미 말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씨가 직접 전화를 걸어 다시 문의를 하자 집주인은 “우리는 환불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며 “업주들에게 ‘착한 임대인 운동’을 강요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집주인은 “(일부 원룸업주들의 연세 일부 반환 움직임에) 따라가고 싶지 않다”며 “앞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이 씨는 “원룸 주인과 마지막으로 통화했을 때 주인이 화를 내고 너무 강경해서 돈을 돌려받는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금도 연세 480만원을 낸 원룸을 비워 둔 채 경기도 성남에 있는 부모 집에서 지낸다.  

대학들의 1학기 강의가 비대면으로 이뤄지면서 연세계약으로 1년치 방세를 모두 지불하고 방은 입주도 않은 채 비워 두고 돈만 날리게 된 학생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세명대 부근에서 원룸을 얻어 놓은 학생은 2천명 전후쯤 될 것으로 추산된다. 학부와 대학원생을 합쳐 8천여명에 이르는 세명대 학생 중 기숙사에서 생활하기로 한 3천3백여명과 통학생 1천여명 및 제천시 일대에 집이 있는 학생 등을 제외한 학생들은 상당수가 학교 주변 원룸에서 자취를 할 예정이었다.

환불 못 받은 학생 세명대 주변만 수백명

세명대 총학생회가 지난 2018년 학교 주변 원룸 방세 인하 추진을 위해 학교 정문과 후문 앞 원룸을 파악한 결과 125개 정도 원룸 건물이 있고, 한 건물의 평균 방수가 10~20개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평소 원룸 거주 학생수는 2천명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학기에는 이들 중 실험실습을 하는 일부 이공계와 한의과대∙간호학과 학생 등이 대면수업을 하면서 원룸에 입주한 학생도 있지만 상당수 학생들은 단 하루도 방을 쓰지 않고 6개월치 방세를 날리게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세명대뿐 아니라 타지역에서 온 학생들이 많은 전북 익산시 원광대와 강원도 강릉시 강릉원주대 강릉캠퍼스, 충북 충주시 한국교통대 주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지금 코로나19 확진자수가 다시 증가하고 있어 2학기에도 대면강의가 이뤄질 수 없게 되면 1년치 방세를 고스란히 날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 학생들의 불만이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커질 수도 있다.  

학생들은 단 하루도 쓰지 않고 꼼짝없이 1년치 방세를 날릴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법률가들이나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임차인이 임대인과 1년치 방세를 미리 주는 것으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임대인으로서는 환불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세명대 총학생회는 법적으로는 연세로 지불한 방세를 환불받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감안해 ‘착한 임대인 운동’ 차원에서 원룸 주인들에게 협조를 요청했지만, 일부 원룸업자들만 방세 일부 환불에 동참하고 대부분 원룸 업주들은 거부하고 있다. 총학생회는 지난 3월말부터 학교 주변 원룸업자들을 만나 ‘착한 임대인 운동’ 차원에서 입주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방세 일부를 환불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업주들은 “이미 연세계약을 한 상태라 법적으로는 환불할 의무가 없으며, 개강이 언제까지 연기될지 모르니 지켜보자”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1학기 비대면 강의 방침이 확정된 이후 총학생회는 다시 원룸협회 임원들에게 협조 요청을 했지만, 그들은 “논의 결과 원룸업자들이 개별적으로 결정할 일이지 전체적으로 환불해주겠다는 약속은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세명대 총학생회 간부들이 지난 3월 31일 학교 후문 주변 원룸 업주들을 직접 찾아가 ‘착한 임대인 운동’ 동참을 요청하고 있다. ⓒ 세명대 총학생회

‘착한 임대인 운동’ 요청에 “등록금 반환요구나 해라”

엄창열 의림지원룸협회 회장은 “원룸업주들에게 방세 환불을 요구하지 말고 정부를 상대로 등록금 반환 요구를 해라”고 말했다. 엄 회장은 “협회에서 환불 결정을 해도 원룸업주들과 합의가 안 된다”며 “이미 원룸에 들어온 학생들도 있어서 미입주한 학생들에게만 환불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차제에 연세 계약방식을 바꾸자는 논의는 이뤄지고 있는 게 없느냐고 묻자 엄 회장은 “그런 건 전혀 없다”며 “원룸협회 총회를 몇 번 거쳐서 어떻게 조율할지 이야기를 나눴지만 모두 반대했다”고 말했다.

원룸협회가 ‘원룸업자들이 개별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정리한 뒤 일부 원룸 주인들은 학생들에게 방세 일부를 돌려주겠다고 나섰지만 아직은 그렇게 많은 업자들이 동참하고 있지는 않다. 세명대 후문 주변에서 원룸을 운영하는 ㄱ(40대) 씨는 “방을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연세를 낸 거니까 학생들에게 한달 치 월세 30~40만원 정도를 돌려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학생들이 안 내도 될 돈을 미리 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돌려줄 생각”이라고 했다.

안유준 세명대 총학생회장은 “착한 임대인 운동에 참여해준 좋은 업주들도 있지만, 대부분 업주들은 협조를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학생회가 학생들이 입주하지 않은 원룸 71개를 대상으로 ‘착한 임대인 운동’ 협조를 요청해 20여 개의 업자로부터 일부 환불 약속을 받았지만, 원룸에 미입주한 학생들에게 확인한 결과 실제 환불을 한 원룸은 10여 개에 불과했다.

제천시청 “사적재산권 문제, 강제할 수 없다”

총학생회가 나서서 ‘착한 임대인 운동’ 동참을 요청했음에도 원룸업자들이 협조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학생들은 제천시청에 중재나 해결을 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타지역에서 세명대학교에 다니면서 자취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후된 원룸을 비싼 가격에 계약했습니다. 학교 후문은 (원룸비가) 1년에 550만원인데 1년 단위도 아닙니다. 3월부터 12월 종강까지만 원룸 이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한 달에 55만원이라는 거금을 내야 합니다. 제천시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등록금보다 비싼 가격의 월세를 내면서 제천시에 있고 싶지 않습니다.’

-제천시청 공개민원 내용(4월5일)

제천시청 홈페이지엔 4월3일부터 지금까지 원룸비 환불 등과 관련한 공개 민원이 모두 8건 올라와 있다. 한 민원인은 “코로나 때문에 2~3달의 월세를 버리고 있는데 원룸 주인이 가격을 인하해주지 않는다”며 “이기적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룸업주들이 “학생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 목 조르는 (환불 거부) 행동은 결국 지역을 죽게 한다”며 “제천시가 나서서 해결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제천시는 원룸비 관련 8개 민원에 “원룸 계약은 사적 재산권에 관한 문제로, 시에서 임대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가격 인하를 강제할 수 없으며 도의적인 차원에서 원룸협회에 임대료를 인하할 것을 권고했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제천시청 홍보학습담당관실 우정근 주무관은 “원룸협회 측에 코로나가 특수한 상황이고 장기적으로 고객과 관계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신경 써 달라고 전달했다”며 “원룸 문제 협의를 위해 원룸협회 측에 몇 번 연락했는데 그때마다 시간이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계약해지, 주택임대차분쟁조정 신청해야

법률전문가들은 “임대계약을 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환불받을 방법은 현재로선 없지만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법무법인 굿윌파트너스 오현성 변호사는 “민사소송에선 누가 책임져야 할 영역인지를 보는데 이런 경우 임차인의 과실로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하지만 코로나19로 대면 강의가 미뤄진 건 누구 잘못도 아니기 때문에 임차인이 계약해지를 임대인에게 통보하고 한 달 뒤 손해액을 일정 부분 물어주고 남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했다. 임대인이 계약 해지를 거부할 경우에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강구해볼 수 있다고 오 변호사는 말했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서울 수원 대전 대구 부산 광주에 지부가 있으며, 전화나 온라인을 통해 방문을 예약하거나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편집 : 이정헌 기자

권영지 기자 kjih01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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