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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구독자 10만 모으기 쉽네’

기사승인 2020.06.18  21: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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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케치북] ‘증오’와 ‘혐오’ 알고리즘

   
▲ 유연지 PD

‘지나가는 짱깨 참교육 한 썰.’

유튜브 추천 동영상을 내리던 손가락이 멈췄다. 당황해서 얼굴을 가리는 중국인의 모습을 썸네일 소재로 한 영상이었다. 안 그래도 언어 미숙을 핑계로 팀플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중국 유학생 팀원에게 화가 나 '중국어 욕'을 검색하던 참이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내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중국에 적대적인 콘텐츠를 우르르 연결해주었다. 

'ㄹㅇ 착짱죽짱; 개싫음.'

영상에 댓글을 달았다. 댓글에 ‘좋아요’가 60개나 달렸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현실에서 말하지 못했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데 동질감을 느꼈다. 이후 4시간 동안 '중국 혐오 식품, 중국인들 냄새 나는 이유가 있었네' '중국 남자랑 결혼하면 절대 안 되는 이유 5가지' 등 중국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올린 콘텐츠를 서핑하고 그들과 열이 나게 소통했다.

‘이딴 외노(외국인 노동자)는 추방 좀......’

그러던 중 다시 눈길 가는 제목을 발견했다. 나는 평소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역시나 현실에서는 마음 맞는 사람들이 없어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이다. 신나서 또다른 추천 영상들을 보기 시작했다. 영상들의 조회수가 말해주듯, 사람들은 수많은 대상들을 혐오하고 있었다. 게다가 댓글도 엄청나게 많이 달렸다. 다들 신난 듯 보였다. 

'와 진짜 속 시원. 솔직히 다들 이렇게 생각하지 않나? ㅋㅋㅋ'

마음껏 싫어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면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미루면 누군가가 할 것 같다는 생각에 곧바로 채널을 개설했다.

‘ㄸㄲ충은 못말려~’

50번째 영상으로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연을 재구성한 채널을 올렸다. 구독자 수는 어제 1만명을 찍었다. 시청자들을 끌고 오는 법은 간단했다. 다양한 혐오 영상에 가서 '완전 공감입니다. 저도 풀 썰이 많습니다. 사연 제보도 받습니다.'라고 적어두면 알아서 마음 맞는 구독자들이 채널로 유입됐다. 채널이 잘되자, 이 채널을 벤치마킹하는 채널들도 생겨났다. 극단적 성향을 가진 유튜버들은 시청자들에게 '길티 플레져'라 불리며 많은 구독자 수를 확보했다.

   
▲ 유튜브 속 무분별한 증오와 혐오 표현, 이대로 놔둬도 괜찮을까. ⓒ Storyberries

‘PC충은 제발 구(독)취(소) 해주세요.’

어그로가 아니었다. 정말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보지 않아도 이미 구독자 수는 넘쳐났다. 어느 정도 콘텐츠 정체성을 가진 내 영상은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마구마구 추천되었다. 하지만 몇몇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을 통해 들어온 사람들이 내 영상을 신고하고, 지속적으로 비판 댓글을 남겼다. 

'싫으면 보지 말라고; 왜 이 채널 와서 분탕질?'

대부분 구독자들은 내 팬이었기에 반대 의견은 전부 묵살됐다. 그들은 역으로 엄청난 공격을 받고 댓글창에서 추방됐다. 댓글창은 매일 전쟁터였다. 그에 따라 상처받는 수많은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러거나 말거나 구독자 수는 10만. 내일 채널 멤버십 회원들을 위한 팬미팅을 열기로 했다. 그들은 채널 멤버십에 가입하면서 더 자극적인 콘텐츠도 볼 수 있고, 비슷한 성향의 타 채널과 콜라보 콘텐츠도 볼 수 있었기에 내 말과 주장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다. 이제 더 이상 나와 다른 의견을 보지 않아도 된다. 마음이 맞는 수많은 사람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팬미팅 다음 날, 내 콘텐츠를 따라하던 채널 중 하나인 B의 채널에 자극적인 제목의 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진짜 죽었어? OO님 사망 사건 총정리.’

"아직 누가 죽였는지는 몰라요, 모르는데...... 어제 그러니까 OO님 팬미팅 하고 돌아가는데 끝까지 쫓아가서 죽였다는 거를 제가 경찰한테 들었어요. 경찰 말로는 원한 관계였다는 거 같은데…... 제가 생각하기로는 아마 OO님이 올린 콘텐츠에 원한 품은 시청자가 일부러 멤버십 가입하고......" 

환장할 일이다. 내가 죽다니! 아니, 이런 일이 실제 일어날지 모르니까 이 기회에 아주 잠수타버리는 건 어떨까? 그런다고 이 채널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살아있는 유기체가 영양분을 섭취하면서 성장하는 것처럼, 알고리즘이 마음 맞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이어줄 거니까.


편집 : 신지인 기자

유연지 PD ygyoo94@naver.com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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