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가]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첫 간담회 현장

“학교가 학생을 배제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이 교수나 교직원보다 월등히 수가 많은데 학교는 학생이 갖고 있는 파워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소비자로만 인식합니다. 학생이 어떤 건의를 해도 단순한 불평으로만 취급하고 학교 측은 제3자 위치에서 이야기합니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를 계기로 대학의 주인인 학생 목소리를 사회에 더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의 주인’ 학생을 ‘소비자’로만 인식 

24일 오후 대전시 대전천서로 스터디카페 ‘애트’에서 열린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첫 간담회에서 경상대 교지 ‘개척자’의 이솔(21) 편집장이 말했다. 각 대학 신문사와 방송국에서 일하는 학생기자·피디(PD)들이 연대를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날 간담회에는 연합매체인 <대학 알리> 구성원 등 11개 대 16명이 참석했다. 서울, 대구, 부산 등 전국에서 모인 참석자들은 ‘대학언론을 하는 이유’ ‘언론사 운영상황’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운영방안’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 24일 대전에서 열린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첫 간담회 ‘대학언론인, 만납시다’ 현장. 참석자들이 명단을 띄워놓고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 진영호

참석자들은 기성 언론과 마찬가지로 급격한 디지털화 추세 속에 대학신문 등에 대한 독자의 관심이 급격히 줄어든 현실을 걱정했다. 대구대신문 김규민(22) 편집국장은 기자들이 열심히 뛰어도 동료 학생들의 외면에 힘이 빠진다고 하소연했다. 

“저희만큼 지면 발행이 완전히 몰락한 사례는 없을 것 같아요. 대구대학교 신문사는 원래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신문과 보이스 신문도 발행했어요. 전성기 때는 하루에 한 번씩 기사를 내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면 발행이 1년에 4번, 2번, 점점 줄어들다가 지금은 아예 없어졌어요. 인터넷 뉴스가 되어 버렸는데 문제는 운영이 잘 안됩니다. ‘좋아요’ 개수도 적고, 거기에 집착하다 보니 객관성, 중립성을 잃고 자극적으로만 보도하고 있지 않나 생각될 때가 많습니다.”

김 국장은 등록금 문제, 학생회 비리, 총장 선거 등 진지한 주제로 비판적인 기사를 내도 ‘좋아요’가 4~5개에 그치고, 자극적 표현이 들어간 기사에는 반응이 몰리는 것을 보면서 회의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대신문 김동건(22) 편집장도 “영상이나 이미지가 중요하게 여겨져 학내 방송사와 협업도 하지만 문제는 학생들이 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첫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경상대 개척자 이솔 편집장(왼쪽)과 한국교원대신문 김동건 편집장. ⓒ 황진우

교수·직원들의 고압적 태도에 위축도 

학생 기자들은 학교 측의 무관심과 비협조 때문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남대 한남미디어센터 김산(20) 편집장은 “교수님이나 교직원들에게 인터뷰 거절당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등록금 관련 기사처럼 학교 측을 비판하는 기사는 ‘나중에 다뤄달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솔 편집장은 “학교 통합이 학생들 사이 이슈라 관련 취재를 위해 교수를 만나러 갔을 때 ‘또 왔네?’ 하는 반응이었고, 행정 비리에 관해 취재하러 갔을 때는 교직원이 ‘이런 거 싣지 마라’고 했다”고 전했다. 

동아대 다우미디어센터학보 박주현(21) 편집국장은 “학과 통폐합 문제로 기획처 인터뷰를 갔는데, 기획처장 등 직원 5명이 맞은편에 대치하듯 앉아 있어 기가 죽은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학생들이 등록금 반환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취재했을 때는 ‘학교가 힘들다’며 혼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한남대 한남미디어센터 여승엽(20) 편집국장은  대학 측에 재정적으로 의존하는 구조 때문에 편집권 침해를 겪는 일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남대 신문사는 총장 부속기관이에요. 발행인에 총장 이름이 들어가 있고 그 밑에 센터장이라고 교수님이 계셔요...장학금은 편집국장 70%, 편집장 50%, 평기자 30% 받고 학교 행사비도 다 지원금이 나와서 만족하고 있고요. 그런데 문제는 학교에서 지원받는 게 워낙 많다 보니 학교의 민감한 부분을 기사로 쓸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끼리 지원금을 포기하고 싣고 싶은 이야기를 써야 하나, 울며 겨자 먹기로 적당히 합의 봐서 학교가 원하는 대로 기사를 써야 하나 고민이 많습니다.”

반면 대구대나 충남대 신문의 경우 학교 측의 재정지원이 너무 적고 관심이 없어 운영이 어렵다고 참석자들이 털어 놓았다. 

전국서 모인 대학언론인, 지역 네트워크 등 연대키로

참석자들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대학언론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지역 단위, 전국 단위의 연대를 추진하면서 적극적으로 독자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김산 편집장은 “학교 내에 제보 문화가 갖춰지도록 학내 언론사가 간담회나 행사를 적극적으로 열며 학생들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충남대 학보사 이정란(21) 기자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이나 페이스북, 네이버 블로그 등 온라인으로 소통할 채널을 확장해 각 대학 언론인이 빠르게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개별 대학의 문제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알리>의 차종관(24·단국대) 대표는 “내가 어떤 의견을 낸다고 대학이 뭐가 바뀌겠냐는 ‘보이지 않는 패배주의’가 학생들 사이에 만연해 있다”며 “지방으로 갈수록 더 심한데, 대학 언론이 이를 희석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대 알리>가 지속적으로 기사를 써서 학생회 활성화와 교내 성폭행 사건 해결 등을 이끌어 낸  경험을 소개했다.

▲ ‘대학언론인 네트워크’의 공동관리자이자 비영리 연합언론 <대학 알리>의 대표인 차종관 씨. ⓒ 황진우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는 2011년 8월 ‘전국 대학생 학보사 기자 페이스북 모임’으로 시작됐는데, 9년이 지난 이날에야 첫 대면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차종관 대표는 “앞으로 지역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조직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대학생의 공통 의제를 대학 언론인 스스로 발굴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온·오프라인 모임을 주기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 : 이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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