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국회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그린뉴딜’ 토론회

“코로나 이후에는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거라고들 얘기합니다. 그러나 코로나보다 백배 천배 더 큰 위기가 있다면 바로 기후위기입니다. 지금 논의 중인 '한국형뉴딜'은 주로 디지털뉴딜에 관한 내용이지만 유럽과 미국을 필두로 전 세계는 '그린뉴딜'을 준비 중입니다. 이 영역은 아직 우리가 많이 뒤처져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위기에서 'K-방역'이 모범을 보인 것처럼 그린뉴딜의 영역도 코로나 이후 시대에 우리가 잘 대처할 수 있게 되길, 이 토론회가 새로운 세계로 가는데 이정표가 되기를 바랍니다.”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그린뉴딜’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한국형뉴딜TF 단장인 김성환 의원이 축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김 의원은 환경단체인 에너지전환포럼, 그린피스와 함께 이 토론회를 주최했다. 이어 축사에 나선 같은 당 우원식 의원은 “세계적 대기업들은 이미 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약속)’을 하고 있고 협력업체들도 RE100을 하지 않으면 교역을 거부당하기 시작했다”며 “RE100에 무관심한 우리 기업들이 수출 장벽에 부딪힐 위험이 크다”고 에너지전환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그린뉴딜’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왼쪽)과 우원식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 김정민

코로나19 위기의 진정한 출구는 ‘전환적 뉴딜’

“우리가 K-방역을 얘기하고, 대한민국이 세계를 리드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데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는) '기후악당'으로 남아서는 할 수 없습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그린뉴딜의 필요성’이란 발제를 통해 코로나19 방역에서 보여 준 역량을 기후위기 대응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들어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에 맞게 행동하지 못했고, 암에 걸리고 나서야 중요한 것을 놓치고 급하게 살아왔음을 깨닫게 됐다”며 “그린뉴딜은 원래 중요했지만, 코로나의 여파로 더욱 절감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그린뉴딜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제하는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장. ⓒ 김정민

유 원장은 “경제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성공적 출구는 과거 회귀가 아닌,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라며 “한국형 그린뉴딜은 사람중심 경제민주화를 이루는 ‘전환적 뉴딜’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소극적인 환경정책을 탈피하고, 그린뉴딜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재건의 주축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원장은 “그린뉴딜은 원래 '환경과 지속가능성' '성장과 일자리 창출' '분배와 형평성'을 동시에 추구하는데 세 가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휴면뉴딜과 디지털뉴딜이 함께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린뉴딜은 사람중심 가치 위에서 성립하고, 디지털 기술이 중심적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화 투자로 일자리 창출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에너지뉴딜과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 기조발제에서 “회색부양이 아닌 녹색부양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당장 경기를 활성화하고 일자리 만들고 건설사 살리고 하는 것이 전통적인 사회간접자본(SOC)투자”라며 “우리 SOC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수준에 뒤지지 않기 때문에 이제는 그런 회색부양 대신 공공성, 경기활성화, 일자리와 소득창출에 도움이 되는 에너지 재정투자로 녹색부양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에너지뉴딜과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을 주제로 발제하는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김정민

홍 교수는 “에너지는 가장 큰 혁신의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펼치지 못했던 분야”라며 “디지털, 바이오 기술과도 엄청난 융합을 이룰 수 있는 무궁무진한 산업”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태양광 농장(solar farming)을 통한 농민 소득창출, 육상 및 해상풍력발전을 통한 주민·지자체 소득창출, 디지털 기반 (전력)계통연계,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 등을 에너지투자 프로젝트로 예시했다. 

홍 교수는 특히 “에너지전환의 일자리 효과가 엄청나다”고 강조했다. 이미 전 세계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1천1백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됐으며, 우리나라도 ‘RE100’을 추진할 경우 2050년까지 5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에너지전환이 새로운 도전의 기회인데도 우리 사회에서 정치 양극화 등으로 (‘탈원전’을 둘러싼 공방 등)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탈탄소 흐름에 부응해야 국내 제조업 위기 탈출

이어 임춘택 에너지기술평가원장이 좌장으로 이끌어간 토론에서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저탄소 배출 시스템으로 경제 체제를 당장 바꾸지 않으면 위기에 처한 제조업에 현재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이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전기차 배터리 회사들이 이미 확정한 수주가 300조 원어치인데도 한국에 공장을 짓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를 써서 공장을 운영하라’는 외국 전기차 업체와 부품사들의 요구와 압박이 커서라고 한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재생에너지만 따로 구매 계약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고 재생에너지도 없다”고 비판했다. 한 연구원은 “전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이 너무 가팔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다”며 “지금 많은 제조업들이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는데, 이를 탈피하려면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당장 깔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 이나경

장다울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정책전문위원은 “기후위기는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방어하기 위한 탄소예산 소진기간이 7년 7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방역한데다 집권여당이 총선공약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그린뉴딜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해 세계적 관심과 기대가 집중된 상황이지만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기후악당 국가로서 실질적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장다울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정책전문위원. ⓒ 민지희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원장은 “(곧 개원할) 21대 국회부터 그린뉴딜 계획을 전담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우리 사회를 탈탄소 사회로 대전환하는 큰 기획을 어떻게 그려갈 것인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에서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효과를 거둔 것처럼 기후위기 대응도 마찬가지”라며 “질병관리본부처럼 실력 있는 실행조직이 기후위기 대응에도 뒷받침되어야”한다고 말했다.

▲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원장. ⓒ 민지희

회색산업 규제 강화, 신산업은 ‘원스톱’ 규제 완화 

양원영(양이원영) 더불어시민당 비례의원 당선인은 “기존의 회색산업을 대체하는 성장산업을 키우려면 고탄소산업 규제와 신산업에 대한 규제완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온실가스를 대규모로 배출하는 자동차산업을 규제하기 위한 ‘친환경차 의무 판매 제도’를 소개했다. 그는 “인도 기업이 지분의 75%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쌍용자동차 같은 경우 친환경차를 단 하나도 팔지 않는다”며 관련 법안은 통과됐지만 규제를 준수하지 않아도 벌금이 제대로 부과되지 않는 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프랑스 파리가 미세먼지로 고통 받았을 때 택시를 전부 전기자동차로 바꾸기로 했고, 중국도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우리도 발맞춰 나갈 것을 주문했다. 

▲ 양원영(양이원영) 더불어시민당 국회의원 당선인. ⓒ 민지희

양 당선인은 신산업 규제완화의 예로 덴마크의 ‘원스톱샵(ONE-STOP-SHOP)’을 꼽으며 “풍력발전으로 유명한 덴마크의 경우 한 곳에서 모든 인허가 절차를 다 진행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연료가 무한정으로 제공되는 ‘한계비용 제로’의 재생에너지 산업이 우리나라에서만 비싼 이유는 수십 개의 인허가 단계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양 당선인은 “우리가 10년 동안 60메가와트(MW)의 해상풍력을 준공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을 때 대만은 ‘싱글 윈도우(단일 창구)’를 만들어 3년 만에 5.5기가와트(GW) 해상풍력발전 시장을 열었다”며 인허가 간소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은 “우리 인류는 코로나19와 기후위기로 인해 재난이 일상화한 사회를 겪게 됐다”며 “한국형 뉴딜의 두 축은 일상화하는 재난을 예방하고 완화하기 위한 ‘예방적 뉴딜’과 재난 상황에서 우리가 덜 고통 받고 잘 적응하기 위한 ‘적응을 위한 뉴딜’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방을 위한 뉴딜은 온실가스를 감축해 기후위기를 막는 그린뉴딜이고, 적응을 위한 뉴딜은 일상적 재난상황에서 비대면 중심 사회를 작동케 하는 디지털뉴딜”이라며 “디지털뉴딜은 필연적으로 인력 감축을 동반하므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그린뉴딜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 ⓒ 이나경

이 당선인은 “석탄,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같은 고탄소 산업들을 축소하고 산업의 중심축을 재생에너지나 전기차 등으로 전환하려면 먼저 탄소배출 저감의 원칙과 목표를 명확히 해서 산업계, 금융계, 경제계에 정확한 시그널을 주어 안정적 준비와 전환을 가능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두 번째로 산업구조 대전환을 위해 저탄소 배출 산업에 여러 가지 지원과 혜택을 주는 강력한 특례조치를 입법화하고, 세 번째로 고탄소 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특수한 산업구조를 고려해 고용위기 업종을 지정하고 실업 최소화를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50여 청중 ‘미래세대를 위한 대안’ 경청 

이날 토론회는 150명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회의실에서 열렸으나 250여명이 참석해 통로에 앉거나 뒷줄에 서서 듣는 사람도 많았다. 청중은 감염예방을 위해 모두 마스크를 썼으나 장소 사정 상 ‘거리 두기’는 어려웠다.

 
발표와 토론을 경청하는 250여명의 청중. ⓒ 김정민

주최 기관 중 하나인 그린피스의 장다울 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4월 20일 ‘한국형 뉴딜’을 언급한 후 경기부양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그린뉴딜에 대한 논의가 미흡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경기부양과 기후위기에 동시 대응할 수 있는 건 그린뉴딜밖에 없기 때문에 향후 정부에서 발표할 뉴딜 정책에 관련 내용이 포함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청중으로 참석한 윤화영(35·보건소 간호사) 씨는 “의료진으로서 코로나 이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궁금했고 마침 총선이 끝났기에 국회에서 어떤 구체적인 얘기가 나올지 궁금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린뉴딜에 대해 정치권에서 아직까지 거의 논의되지 않는 것 같아 절망적이지만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느꼈다”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오회옥(65·금천구 우리동네살리기 도시재생뉴딜사업 주민협의체 대표) 씨는 “주민 의견을 배제한 난개발로 환경이 파괴되는 상황을 멈추기 위해 고민하다가 그린뉴딜과 지역사업을 어떻게 접목시켜야할지 알고 싶어 왔는데 이번 토론회를 통해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며 “다음 행사 때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영상취재, 편집 : 이나경 / 기자 : 김정민, 민지희 )


편집 : 권영지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