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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의 벽에도 창을 내자

기사승인 2020.05.06  23: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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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태 PD yoohee43@naver.com

- [상상사전] ‘거리 줄이기’

   
▲ 유희태 PD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심리적 거리 줄이기’의 일환으로 창문을 통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약속한 시간에 발코니에서 한 주민이 노래를 부르면, 이웃들이 창문 너머로 콘서트를 즐긴다. 조그만 창문이 소통의 창구가 되고 있다. tvN <알쓸신잡>에 출연한 어느 교수는 “창문은 시각적으로 소통하게 해주는 소극적 연결장치”라고 설명했다. 공간은 벽으로 나누어지지만 문과 창문을 통해 다시 연결될 수 있다. 문이 적극적 연결장치라면, 창문은 소극적 연결장치다. 창문은 ‘불가근불가원’의 원칙을 지키는 이상적 소통창구다.

중세 유럽에서는 창문에 ‘창문세’를 매겼다. 부유한 집일수록 창문을 많이 내는 건축 양식을 반영한 것이다. 이런 세태는 오늘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창문 너머로 콘서트를 즐기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방을 쪼개고 쪼개 볕 드는 창문 하나 없는 쪽방촌에 사는 이들도 있다. 땅을 파고 들어간 반지하 창문 너머로는 사람들 발소리와 자동차 매연이 자욱하다. 코로나 사태는 그나마 있던 사람들 발길마저 완전히 차단했다. 

창문 없는 집에 사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회적 고립에 가깝다. 철저한 방역 체계가 그나마 있던 소통창구마저 모조리 막는다. 온정을 나누던 자원봉사자들 발길은 끊긴 지 오래고, 한 끼를 제공하던 무료급식소는 운영을 중단했다. 용돈벌이라도 하던 공공근로 일자리도 모두 취소됐다. 발길이 끊긴 골목길 풍경은 삭막하기 그지없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한 평 남짓한 방에서 외로움을 곱씹는 것 말고 달리 방도가 없다. 그래도 누구 하나 관심을 갖지 않는다. 코로나가 두려운 탓이다.

   
▲ 코로나 사태와 같은 재난 상황이 발생할 때 사회적 소외계층이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 Pixabay

취약계층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눈 앞에 닥친 생계 문제다. 당장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니 사회적 거리두기는 고사하고 거리에 나가 일자리를 구해야 할 형편이다. 이들이 일할 곳이 없는 것은 더욱 서글픈 현실이다. 누군가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져온 외로움을 하소연하는 동안에 누군가는 생계를 걱정한다. 취약계층을 구원하기 위한 손길이 시급하지만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다, 자기 위험을 감수하면서 도움을 주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니까.

이런 상황에서 취약계층을 책임지는 것은 사회복지다. 코로나 사태처럼 큰 재난이 덮칠 때 사회복지가 제 기능을 못 하면 절벽 끝에 서있는 사람들은 꼼짝없이 추락한다. 마지막으로 그들을 구원하는 것은 절벽 아래 설치된 사회안전망이다. 그러나 그물망이 촘촘할 때 가능한 이야기다. 우리 사회안전망은 너무나 부실하다. 사람들은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리지만, 그들을 받아줄 그물망은 구멍투성이다.

더 이상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핑계 아래 희생자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단순히 벽을 쌓는 것이 아니다. 창문 너머를 보듯이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게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쉽게 벽을 쌓으면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사회 곳곳에 창을 내어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있을 때 추락하는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튼튼해질 수 있다. 하루 빨리 사회적 연대를 이뤄 코로나를 극복하고, 나아가 어떤 재난에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재난복지 매뉴얼도 만들어야 한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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