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니] 대전 MBC ‘크리에이터 성장기: 독전’

“오늘도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이 영상으로 끌고 왔다.”

유튜브 댓글 창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문구다. 채널이나 콘텐츠를 굳이 찾지 않아도 이용자 취향을 기억하고 있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볼만한 콘텐츠를 추천해준다. 이런 방식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유튜브에 빠져들었다. 유튜버는 수익과 인기를 안겨주는 유망직종으로 떠올랐다. 우리나라에서만 28만여 명이 이를 꿈꾼다. 올해 초 시즌 2로 새롭게 찾아온 대전 MBC <크리에이터 성장기: 독전>은 1인 미디어 시대에 도전하는 새싹 크리에이터들의 성장기를 그린다.

▲ <크리에이터 성장기: 독전>은 새싹 크리에이터들의 성장기를 담은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 대전MBC

“나도 유튜브나 해볼까?”

세상 모든 이야기가 콘텐츠가 되는 시대다. 밥을 먹으면 먹방, 요리를 하면 쿡방, 일상 그대로를 촬영하면 브이로그(V-log)가 된다. 유튜브는 일반인이 보기에 저자본 고효율의 노다지처럼 보인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온라인 동영상 시청자의 93%가 유튜브를 이용한다지만, 대형 MCN 사업자까지 몇 개나 등장한 요즘 신입 유튜버가 그 진입 장벽을 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무언가 있어야 성공한다. 이 프로그램은 이런 어려움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신입 크리에이터의 성장기를 그린다. 어딘가 엉성해 보이는 이들의 성장기는 어떤 모습일까?

▲ 유튜버 '오드리 양장점'(왼쪽)과 '시를 발로 쓰는 남자'(오른쪽)는 4~6화에 출연했다. ⓒ 대전MBC

엉성한 모습이 뜻하지 않은 웃음을 유발할 수는 있어도,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4~6회에 출연한 2기 크리에이터들은 ‘나도 유튜브나 해볼까’라는 발상의 전형을 보여준다. ‘시를 발로 쓰는 남자’는 무작정 시작한 시골 생활의 희로애락을 시로 표현한다. 한량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크리에이터는 평범한 일상을 콘텐츠로 만든다는 접근법을 취한다. 요즘 젊은이의 생활 태도와 취향의 변화는 그들이 유튜브에 뛰어드는 가장 큰 이유다. 그들에게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지금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는 ‘욜로’(You only live once)와 보통의 존재에 눈을 돌리는 ‘노멀 크러시’(Normal Crush)로 바뀌었다.

신입 유튜버 ‘오드리 양장점’은 유튜브를 전혀 다른 태도로 대한다. 그는 “나도 유튜브를 해야겠어”라고 다짐하듯 말한다. 실력과 재능만 있다면 유튜브 세계의 문은 늘 열려 있다. 누구나 만들고 소통할 수 있는 유튜브의 가능성은 신입 크리에이터를 끊임없이 도전하게 했다. 그의 모델은 샌드박스 네트워크 창립자이자 255만 구독자를 보유한 도티다. 그는 방송국 편성 PD를 준비하면서 ‘스펙 쌓기’의 일종으로 유튜브에 입문했다. 꿈을 이루기 위한 발판이 어느새 꿈을 펼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기성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들이 새로운 개척지로 유튜브 시장을 택한 것이다.

이렇게 모두가 호기롭게 도전하지만, 현실은 그리 쉽지 않다. 프로그램이 마무리될 때 가시적인 성과인 조회 수를 발표한다. 도전자의 조회 수는 보통 3천 남짓에 머문다. 새싹 크리에이터치고는 긍정적인 수치이지만, 방송을 본 시청자들의 조회 수까지 고려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성장기의 완성인 성과가 없으니 시청자들도 자연스레 맥이 빠지고 만다. ‘그렇게 만들어서 조회 수가 얼마나 되는데’라고 기대하며 시청하지만, 본 것이라고는 도전자의 엉성함 대잔치뿐이다.

유튜브는 러닝머신, 1초라도 멈춰서면 곧 죽는다

구독자 28만을 보유한 유튜버 드레이크 맥훠터는 한 달 정도 휴식기를 가진 뒤 이전 구독자를 회복하는 데 꼬박 일 년이 걸렸다고 한다. 유튜브는 성공한 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시장 구조를 경계한다. 이를 위해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은 채널에 영상이 올라오는 빈도나 과거 성적 등은 고려하지 않지만, 동영상이 얼마나 최신인지는 고려한다. 성공한 유튜버도 쉬지 않고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한다. 새로운 유튜버도 경쟁이 자유로운 평평한 운동장이 만들어진다.

이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성장기는 가능한 목표의 달성이다. 지금도 새싹 크리에이터들이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새롭게 대중에게 소개되고 있다. 문제는 성공을 기대하는 기간이다. 유튜브는 단기 성과를 내는 공간이 아니다. 구독자들은 자기 취향에 맞는 채널을 골라 구독하고, 해당 채널에서 새로운 영상이 알고리즘을 통해 올라오기를 기다린다. 크리에이터는 차곡차곡 쌓인 구독자들과 함께 성장한다. 단기적인 성공은 예외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과정을 생략하고, 단 3주 만에 짧은 성장기를 마무리한다. 이러니 성장기는커녕 실패기를 담을 수밖에 없다.

성장 코드가 성공하려면 긴 호흡이 필요하다. 단기간에는 미약한 성과가 나올 뿐이다.  장기간에 걸쳐 ‘있는 그대로’ 날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성장기가 궁금한 이유는 장애물을 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극복에 있다. 단기간의 성공을 위해 전문성 없는 코디가 무의미한 조언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코미디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개인이 헤쳐나가는 모습을 통해 희열을 선사해야 한다. 성장기는 장기 목표를 제시하거나 긴 이야기를 압축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현실 세계의 결핍을 재현할 뿐이다.

성장을 기다릴 줄 아는 사회를 기대하며

단기간에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는 지역 방송국 제작 환경이 불가능한 목표의 시발점이다. 충분한 재원과 시간을 보장받는 환경이라면, 뚜렷한 성과와 공감이 어우러진 성장기를 오롯이 담았을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우리 교육 제도는 단기간에 여러 시험을 치르면서 성과를 요구하고 정답만을 강요한다. 그 과정에서 정답이라는 단편적인 지식은 얻을지 몰라도 개인의 개성과 창의성은 말살당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 (마틴 스콜세이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입을 통해 유명세를 떨친 말이다. 원론적인 말이지만, 이를 실천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우리 사회는 심각하게 ‘답습’에 중독되어 있다. 창의성은 내 안에서 끄집어내는 것인데, 자꾸 밖에서 주입하려 한다. 창의성은 나로부터 시작한다. 자기만의 서사를 나름대로 풀어내고, 새로운 발상으로 표현해야 유튜버로서 성공할 수 있다. 그러려면 기다려주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단기간에 이루는 얕은 성과는 지양하고, 내면 깊은 곳에서 차근차근 일어나는 변화를 기대하며 긴 호흡으로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편집 : 신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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