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 김정민 기자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지난 2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칫국 마시지 말라(don’t eat your kimchi stew)’는 표현을 언급해 논란을 불렀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새로 배운 한국말을 올린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론 한국 언론들이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 타결 임박’이라고 보도한 걸 비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31일 정은보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가 “타결을 위한 막바지 조율 단계”라고 밝힌 후 국내 언론들은 미국이 분담금 요구금액을 대폭 낮춘 수준에서 사실상 타협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는 이런 관측을 부인하며 협상이 끝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둘러싼 미국의 태도를 보면 ‘김칫국은 누가 마셨나’를 되묻고 싶어진다. 주한미군 주둔을 위해 우리가 지난해 지불한 분담금은 1조389억 원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난데없이 무려 5배에 달하는 약 5조 원의 분담금을 2020년부터 내라고 요구했다. 여기에는 원래 미국이 전적으로 부담하겠다고 했던 경북 성주기지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 비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논리도 명분도 없는 막무가내 요구지만 ‘밀어붙이면 된다’고 생각한 것일까? 우리 정부가 호락호락하지 않자 미국 측은 주한미군 기지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 4500명의 무급휴직을 강행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인상안을 제시한 것은 북한의 도발 위협 속에서 한국이 ‘핵우산’을 제공하는 미군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또 보수 세력을 포함한 한국 국민 다수가 ‘주한미군 철수’를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현실을 계산했을 것이다. ‘더 내놓지 않으면 철수한다’는 지렛대를 써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곤란하게 할 심산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이런 구도 속에서 우리는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했고 무리한 요구를 수용해 왔다. 

▲ 지난 2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칫국 마시지 말라(don’t eat your kimchi stew)’는 표현을 쓴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 ⓒ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 트위터

국방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 군은 미국의 공군력과 해군력에 의존하면서 육군 중심으로 기형적인 성장을 했고, 무기의 절반 이상을 미국에서 수입했다. 국방기술품질원의 ‘2019 세계 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한국은 2009년에서 2018년까지 세계에서 4번째로 미국산 무기를 많이 구입한 국가였다. 한국의 무기 수입에서 미국산 비중은 51%로 절반을 넘었는데, 이 기간 중 62억7900만 달러(약 7조3000억 원)를 썼다. 이 무기들이 꼭 필요했는지, 성능이 뛰어났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도 많다. 

정부는 이제 미국의 무리한 압력에도, 우리 내부의 과도한 공포에도 냉정하고 담대하게 대응해야 한다. 지난해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은 35조6710억 원으로 남한(1893조4970억 원)의 약 50분의 1이었다. 미국 국무부의 ‘2016년 세계군비보고서’를 보면 북한은 군사비로 11년간 35억1000만 달러를 썼고 남한은 같은 기간 301억 달러로 약 8.6배를 지출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해도, 남북한의 누적된 경제적·군사적 격차는 ‘함께 전멸할 생각이 아니라면’ 감히 도발할 수 없는 조건을 이미 만들었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한다. 주한미군이 없으면 곧 전쟁이라도 날 것처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미국은 지금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우리의 협력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경제적, 군사적으로 미국의 패권국 지위를 노리는 중국에 맞서기 위해 미국은 아시아 주변국들을 최대한 자기편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한미동맹은 지금 미국에게 더 절실하거나, 최소한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호의존관계다. 결코 우리가 미국의 도움을 일방적으로 받는 관계가 아니다. 정부는 이런 사실을 미국과 우리 국민 앞에 분명히 하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우리는 용병을 고용한 것이 아니라 동맹을 맺은 것이며, 그 관계에 합당한 비용만을 분담할 것이라고 당당히 말해야 한다.


편집 : 김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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