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이 드러낸 한국사회 밑바닥] ③ 자영업자

“임대료로 적자 누적되는데 폐업 않고 버텨?”

대구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는 지난달 29일 741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1일 현재 69명으로 눈에 띄게 하향 추세지만, 대구시내 자영업자들의 위기감은 오히려 고조되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분위기가 굳어지고 가게의 적자가 계속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둘러본 대구시 풍경 가운데 지난 10일 오후 4시경 대구시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을 예로 들면, 확진자가 줄었다는 대구시 발표에도 거리에 나다니는 사람은 아주 드물었다.

동성로에서 19년째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기형(58) 씨의 표정은 어두웠다. 김 씨는 “명절에도 문을 열었는데 장사 시작하고 처음 문을 14일간 닫았다”며 “다음 달 임대료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12명이던 종업원을 가족 4명 운영으로, 자정 되면 닫던 문도 오후 7시면 닫는 걸로 바꿨지만 지출은 그대로다. 그가 다음 달 내야 할 임대료는 1천만원이 넘는다.

대구백화점에서 2.28공원으로 가는 길목에는 문 앞에 ‘임시 휴업’ 공지가 걸린 가게가 꽤 많다. 동성로5길 네거리 양쪽에는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던 건물 전체가 문을 닫았고 인근 오락실 안에는 게임기만 반짝거리며 불빛을 내뿜는다. ‘코로나19 예방 방역 소독을 완료했다’는 문구가 붙어있는 노래방도 곳곳에 보이고 아예 소독증명서를 문 앞에 붙여 놓은 술집도 있다.

▲ 평소 유동인구가 수십만이 넘는 대구 동성로 거리였지만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고 마스크를 쓴 몇 사람만 지나다닌다. 대구는 2월 18일 31번 확진자 이후 신천지 교인 집단감염이 계속 발생해 3월 21일 기준으로 전국 확진자 8799명 중 6344명으로 72%를 차지한다. ⓒ 박두호

“‘착한 임대인’은 뉴스 속 이야기일 뿐“

“아마도 폐업하는 사람 안 있겠어예? 저도 굉장히 힘들어예. 너무 힘들어 우울증이 올라 캐예. 코로나19 이게 한 달 정도 더 그라믄 완전 ‘폭망’이지예.”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 동산병원 맞은편 서문시장 들머리에서 30년째 국밥 장사를 하는 황서유(57) 씨가 “IMF 때도, 메르스나 사스가 퍼질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며 답답함을 호소한다. 평소 같으면 바쁜 시간인 평일 저녁 7시이지만 40평 정도에 테이블이 30개가 넘는 가게에 손님은 한명도 없다. ‘코로나 확진 자가 줄고 있다’는 TV 뉴스 소리만이 적막함을 깨고 나온다. 함께 일하던 직원은 두명 더 있지만 한 달째 혼자다.

황 씨는 “’착한 임대인’은 뉴스 속 이야기 아니냐”며 “정부가 가게 유지할 수 있는 최소 비용이라도 좀 지원해 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가 다음 달 내야 할 돈은 임대료 160만원에 부가세 16만원, 관리비와 물건값 등 모든 지출 내역을 포함하면 300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인터뷰 당일 매출은 ‘0’원이었다.

서문시장 안은 황 씨가 말한 상황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4천 개가 넘는 점포 중 문을 연 곳은 스무 곳이 채 안 된다. 2016년 6월 개장해 서문시장 최고의 자랑이던 ‘야시장’은 지난달 21일부터 한 달째 문을 닫고 있다. 오승훈(35) 야시장회장은 “가족들끼리 집에서 사태가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지만 언제 끝날지 몰라 답답한 상태”라며 “다음 달 나가야 할 관리비 80만원이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 ‘방역 실시로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서문시장’이라는 현수막 아래에는 손님이 없어 문 닫은 가게들이 즐비하다. ⓒ 박두호

서문시장상가연합회 김영오(67) 회장은 “거리두기 캠페인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말아야 하다 보니 손님이 많이 줄어서 많은 점포가 문을 안 열거나 일찍 문 닫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회장은 “’착한 임대인 운동’을 한다고 현수막을 붙여 놓은 뒤 약 300개 점포가 임대료 인하에 동의해 줬지만 자기가 직접 상가를 사들여 운영하는 점포를 제외하고 약 1700개 점포는 다음 달에 평당 100만원인 임대료를 그대로 내야 한다”고 말했다. 서문시장 점포 평균 면적은 3평이다. 그는 “특히 매출이 없는 일부 영세사업자들은 매출 부담이 커서 사업자 등록을 안 하고 노점을 운영한다”며 “그 사람들은 소상공인 지원책에도 포함되지 않아 지금 같은 때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즐겁던 먹자골목과 꽃시장에도 시름이 가득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7번 출구로 나오면 보이는 광장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광장시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으로 유명하며 마약김밥과 빈대떡이 ‘특산물’이다. 최근 해외 유명 유튜버들이 이른바 ‘먹방’을 위해 방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광장시장도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을 피해가지 못했다. 광장시장 먹자골목 중앙에서는 노점상들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는데, 30%쯤은 아예 가게를 열지 않았다. 이곳에서 13년째 ‘자매 원조 김밥 분식’을 운영하는 김은순(71) 씨는 노점 가게를 2주간 안 열다가 9일에야 다시 장사를 시작했다. 김 씨는 “처음에는 가게를 열려고 했지만 재료 값도 안 나오고 음식만 남아 다 버릴 수밖에 없었다”며 “이럴 바에는 쉬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신분당선 ‘양재 시민의 숲’ 역 근처 양재화훼공판단지도 불경기를 겪고 있다. 화환은 결혼식, 장례식, 졸업식을 비롯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소비되는데, 식을 취소하거나 약식으로 치르기 때문에 화훼 소비가 급감했다. ‘ㅅ플라워’를 운영하는 김지영(47·가명) 씨는 “작년 이맘때와 비교했을 때 매출이 40% 정도 수준”이라며 “예년에는 3월이면 봄을 맞아 집을 꾸미고자 식물을 보러 나오는데, 지금은 봄이 온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 양재 화훼 공판 단지는 코로나19 이후 방문객이 급감했다. ⓒ 권성진

너무 오래 걸리는 대출도 빚으로 남을 뿐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급감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금융권 지원을 확대했다. 금융위원회는 2월 7일과 28일 2차례 금융 지원 방안을 내놓았고, 총 4조2000억 규모 소상공인 저금리 대출을 시행한다. 지난달부터 3월 10일까지 받은 금융 상담만 15만건이 넘었을 정도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받고 싶어 한다. 저금리 대출 이자는 일반 은행 대출에 견주어 2~3% 포인트 감면 효과가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 반응은 냉담하다. 대구 동성로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윤석민(48) 씨는 불 꺼진 가게에서 한숨을 내쉰다.

“소상공인한테 저금리로 대출해 주는 건 원래 있어요. 정부가 우리한테 ‘지금 경제가 어려우니 조금 싸게 빌려줄게. 너네 빚내서 버텨’라고 말하는 거랑 마찬가지예요. 자영업자들은 당장 매출이 10% 밑으로 떨어졌으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또 대출받는 거예요. 악순환의 반복이죠. 막상 은행 가면 예약만 2~3주 기다려야 하고요. 실제로 5월쯤 대출 실행이 된다는 거예요. 무슨 의미가 있어요.”

▲ 2월 7일부터 3월 10일까지 중소·중견기업·자영업자 금융 지원 현황 ⓒ 금융위원회

한국 산업은 서비스업이 60%를 차지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4분기 서비스업 대출은 741조 9000억으로 3분기보다 9% 증가했다. 코로나 사태로 자영업자 대출이 늘어남에 따라 증가세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에서도 전체 가구 평균은 128%이지만 자영업 가구는 175%로 재무 건전성이 약하다.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건 자영업자임이 분명하다. 이미 대출을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어 경제 위기 때 대응이 어렵다. 자영업자는 폐업하면 빈곤 계층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임금근로자보다 높다. 임금근로자는 퇴직금과 실업급여로 재취업 준비를 할 수 있지만 자영업자에게 남은 건 빚뿐이다.

은퇴자들이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이유

2020년 한국 자영업자 수는 644만으로 전체 취업자 중 24%다. 자영업자 비중은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지만 OECD 평균인 15%에 견주면 여전히 높다. 많은 사람이 자영업자로 내몰리는 이유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노동시장에서 질적으로 차이 있는 두 시장을 뜻한다. 1차 노동시장은 양질의 일자리로 대기업 정규직과 공무원 등이 포함되며 전체 노동시장의 약 10%다. 2차 노동시장은 고용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임금이 낮은 비정규직과 중소영세기업 종사자 등이 포함되며 노동시장의 약 90%다.

1980년대 중반까지는 중소기업 노동자 임금 수준이 대기업 노동자의 90%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2018년 대기업 정규직 평균 임금은 409만원이고 중소기업 정규직 평균 임금은 280만원으로 약 1.5배 차이 난다. 근속연수 역시 대기업 정규직은 12.2년인 반면 중소기업 정규직은 6.9년으로 중소기업 노동자는 낮은 임금과 고용안정성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은퇴자들이 열악한 2차 노동시장보다 자영업자를 선택하는 이유다.

대기업이 상품시장에서 독과점 지위를 갖고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납품하는 하청기업에만 머물러 있는 시장구조도 문제다. 인건비·재료비 등 공급원가는 상승해도 대기업은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않는다. 중소기업은 납품단가에 맞춰 공급하려면 저임금으로 회사를 운영해야 하고 생산성도 낮아진다. 인구 만명당 기업 수를 비교하면 일본은 309개인데 한국은 191개로 취업 기회 자체도 적다. 자연스럽게 자영업으로 유입된다.

▲ 2019년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반영 비율 ⓒ 박두호

사회안전망에서 벗어나 있는 자영업자

대표적인 자영업종은 숙박업·음식업·소매업·도매업으로 진입장벽이 낮고, 비슷한 업종끼리 치열하게 경쟁한다. 이 업종들은 1년 생존율이 60% 안팎이고, 2018년 자영업자 폐업률은 10.9%로 자영업자는 항상 폐업과 실업 위기에 놓여 있다. 대부분 자영업자는 전문적 기술과 자본이 없어 폐업 때 재취업도 힘들다. 자영업자의 노동환경도 취약하다. 주 52시간에서 배제돼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상태다. 장시간 노동으로 휴식시간이 부족해 생활 수준이 열악하고, 산업재해에 노출될 가능성도 임금근로자보다 높다.

자영업자는 사회안전망에서도 벗어나 있다. 특히 1인 자영업자는 4대 보험과 민간보험 가입률이 낮다. 임금노동자의 국민연금 보험료 미납률은 2%인 반면 자영업자는 보험료 미납률이 약 30%다. 국민연금 가입은 의무임에도 자영업자는 보험료에 부담을 느껴 회피한다. 연금보험료율은 기준소득월액의 9%다. 임금노동자는 사업주가 절반을 부담해 기준소득월액의 4.5%만 내면 된다. 반면 자영업자는 전부 납부한다.

또한 전체 자영업자 중에서 1%만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다. 자영업자가 고용보험에 가입해도 고용보험 중 조기재취업수당과 육아휴직과 산전∙후 휴가 급여 혜택은 못 받는다. 그렇다고 보험료 감면은 없다. 고용보험 역시 임금노동자는 사업주와 함께 부담하기 때문에 자영업자는 실질 납입 부담이 임금노동자보다 3배나 높다. 자영업자의 산재보험 가입은 올 7월 처음 시행될 예정이다. 4대 보험은 임금노동자에 맞춰 설계됐다. 4대 보험 안전망에 밀려나 있는 자영업자는 사회적 위험을 겪어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그대로 위험에 노출된다.

▲ 자영업자 비율이 연령대가 높을수록 늘어나는 것은 퇴직하면 상당수가 자영업으로 밀려난다는 걸 뜻한다. ⓒ 한국은행

부동산 규제, 노동시장 개선 시급해

정부는 2018년부터 ‘1인 소상공인 고용보험료 지원’이나 ‘두루누리 사회보험 지원 사업’, ‘노란우산공제 활성화’ 등 주로 세금 감면 형태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지원해왔다. 여기에 더해 지난 17일에는 코로나 지원 대책으로 추가경정예산 1조1683억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편성했다. 경영안정자금 8000억, 초저금리 자금 추가 공급 2547억, 소상공인 이자율 인하 소요 예산 604억 등이 대표적인 증액사업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대책을 ‘소나기가 퍼붓는데 비닐우산 정도 주는 것’이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정부 대책 중에 항상 ‘대출’ 또는 ‘세제 혜택’이 들어가 있는데 둘 다 일정 소득 이상 올리는 사람만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일을 해야 생계가 유지되는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미국의 공화당이나 보수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 교수까지 현금으로 직접 기본소득을 지원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 대구 서문시장에서 일하는 많은 자영업자가 코로나 사태 속 늘지 않는 손님과 줄지 않는 임대료에 허덕이며 문을 닫고 있다. ⓒ 박두호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하종강 교수는 자영업자가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려면 부동산으로 과도한 불로소득을 챙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땀 흘려 노동하는 사람의 소득이 많아지도록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해야 재난 상황에서도 자영업자들이 임대료 늪에서 벗어나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노동시장 이중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확진자 중에는 새벽 5시에 녹즙 배달하고 7시에 콜센터에 출근하는 노동자처럼 취약 계층이 많았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직종의 노동자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그 사람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해 소득을 보전해 주는 게 자영업자도 무너지지 않는 길”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실제로는 비정규직 노동 형태이지만 법률상으로만 자영업자로 등록된 이들의 문제를 우려했다. 지난 4일 우버(Uber) 기사들을 노동자로 인정한 프랑스 대법원, 지난해 5월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는 AB5(Assembly Bill 5) 법안이 생긴 미국 캘리포니아와 달리 우리는 아직 기업이 노동비용을 줄이려고 플랫폼 노동자나 휴지 주워 사는 노동자, 개인택시기사, 대리운전기사 등을 ‘자영업자’로 분류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을 법률상 기업에 고용된 정규직 노동자로 인정하면 재난 상황에서 발생되는 사회적 비용이 줄고 영세 자영업자 피해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하종강 교수는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대출’이나 ‘세제 혜택’과 같은 단기 지원책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 규제’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 임지윤

유럽보다 10여년 일찍 은퇴하는 풍토 바꿔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윤호창 사무처장 역시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윤 처장은 “우리나라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는 연 5% 이상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도록 상한을 두고 있지만 이 법은 허술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 임대료 5% 상한이 재계약에만 적용돼 계약기간이 끝날 때마다 집주인의 전월셋값 상승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처럼 재난상황일수록 긴급 구조 대책으로 임대료에 관한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개선에 관해서 윤 처장은 “노조가입률이 10%를 조금 웃도는 우리에 견주어 6~8배나 높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엄격히 지키는 유럽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 한국고용정보원 발표에 따르면 유럽의 평균 일자리 은퇴 연령은 60대 초반이다. 50세도 안 돼 회사에서 밀려나 치킨 집, 편의점, 카페 등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뛰어들어야만 하는 우리와 비교하면 10년 이상 더 정년이 보장되는 셈이다.


전염병은 우리 사회가 눈감아온 병폐들까지 남김없이 드러냈다. 의료진과 자원봉사자가 펼치는 가슴 뭉클한 장면이 있는가 하면, 고립돼 있으면서도 서로 혐오하고 배제하고 ‘위험의 정치화’를 꾀하는 모습들도 목격된다. 직격탄을 맞은 특수고용노동자와 자영업자, 무한 연기된 채용시험에 공부할 곳조차 폐쇄된 취업준비생, 일하는 부모의 갈 곳 없는 어린이, 영세 요양원과 정신병원에 버리다시피 방치해온 노인과 환자들은 우리 정치경제 체제와 사회 안전망이 얼마나 취약한지 벌거벗겨 놓았다. 그럼에도 힘있는 세력들은 부끄러운 참상을 얼른 가리고 싶은 걸까? 일부 교회는 구원의 주체가 되기보다 질병 전파의 매개체가 되고 있고, 상당수 정치세력과 기성 언론은 정략과 정파성을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이대로 가면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우리 사회가 얻을 것은 별로 없다. 병폐는 다시 잠재된 채 일상으로 돌아갈 테니까. 비영리 대안 매체 <단비뉴스>가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단면들을 부각하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편집 : 김은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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