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전] ‘가짜뉴스’

▲ 박두호 기자

영국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37개국 중 4년 연속 최하위다. 국민은 기성언론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기성언론은 가짜뉴스와 오보를 내더라도 좀처럼 정정보도를 하지 않는다. 코로나19 관련 보도에서도 재난보도준칙이나 감염병보도준칙은 뒷전이고 정파적 왜곡과 과장 보도가 난무한다. 가짜뉴스는 죽어야 마땅함에도 죽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좀비다. 이 좀비는 ‘표현의 자유’라는 무기를 들고 가짜뉴스를 재생산한다. 유튜브는 비슷한 정보를 계속 제공하는 확증편향 알고리즘으로 좀비가 더 큰 힘을 얻게 돕는다. 사실 관계에 근거해 약자를 대변하고 권력기관을 비판하는 공정한 언론사는 좀비의 준동을 막을 대항군이다. 하지만 대항군은 좀비를 무찌를 무기가 부실하다.

▲ 감염병 보도 준칙을 무시하고 코로나19 소식을 '공포'란 단어로 전달하는 언론사. ⓒ 네이버뉴스

대항군이 제대로 활동하려면 수구언론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한국 언론의 지형부터 바뀌어야 한다. 법적으로도 가짜뉴스를 퇴치할 수 있는 ‘허위조작 뉴스 유통금지법’ 같은 것을 제정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자신의 자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자유도 존중하고 가짜 뉴스로 피해보는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 ‘노회찬 타살설’을 제기한 언론사는 근거 없는 보도로 유가족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언론사 스스로도 좀비를 퇴치할 조직을 갖춰야 한다. 한국은 미디어 자체비평과 상호비평이 미약하기 짝이 없는 나라다. 기성언론이 서로 눈감아주는 이유는 자신도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좀비인 경우가 많은데다 동업자 심리가 발동하기 때문이다. 괴물이 된 한국 언론을 바로잡으려면 언론끼리 치열하게 상호비평을 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

허위조작 유통금지법은 가짜뉴스를 직접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다. 재벌과 정치인, 기성언론사 등은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명예를 훼손한다. 언론중재위원회도 앉아서 중재가 들어오길 기다릴 게 아니라 언론보도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일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언론의 명예훼손 재판 절차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특별재판부를 두는 건 어떨까? 몇 년 걸려 재판이 끝난 뒤에 하는 정정으로는 잃어버린 명예와 침해된 권리를 회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허위조작 유통금지법 제정과 미디어비평 강화는 언론사 스스로 보도할 때 사실확인을 철저히 하는 자정기능을 길러줄 것이다. 이는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게 아니라 언론보도의 신뢰를 높여 자유를 확대하는 효과를 낼 것이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강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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