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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센티 유리장에서 ‘나를 사가세요’

기사승인 2020.02.20  00: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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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도 생명이다] ④ 보호법 안 지키는 ‘펫샵’ 거래

서울 지하철 충무로역 8번 출구에서 나와 약 100미터(m)를 직진하면 충무로 애견거리가 나온다. 개·고양이를 분양하는 펫샵(반려동물가게) 8곳이 줄지어 있다. 가게마다 작은 유리상자에 강아지, 고양이들을 넣어놓고 구매자를 기다린다. 18일 오후 찾아간 펫샵에서 특히 작아 보이는 유리상자를 줄자로 재어보니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30센티(㎝) 정도였다. 어른 손바닥만 한 몸집의 강아지가 사람을 보고는 반가운지 유리벽을 박박 긁어댔다.

   
▲ 서울 충무로의 한 애견가게 유리상자 안에 진열되어 있는 강아지. 사람이 다가가자 어른 손바닥만 한 몸을 바싹 들고 유리벽에 붙어 섰다. ⓒ 김정민

시바견 등 몸집이 큰 강아지들은 조금 큰 유리상자를 차지했지만, 움직일 공간이 거의 없어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가게 안에 있는 수십 마리 동물 중에는 축 늘어져 잠을 자고 있는 것들도 있었지만 대다수 개, 고양이들은 비좁은 유리상자 안에서 계속 빙글빙글 돌며 짖고 낑낑거렸다. 다른 가게에서 본 큰 몸집의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강아지는 유리상자 안에서 계속 몸을 날리며 몸부림을 치는 바람에 유리벽에 퍽퍽 부딪히는 소리와 긁히는 소리가 이어졌다. 강아지가 날뛰는 바람에 바닥에 있던 깔개는 구석으로 밀려났고 바닥에는 소변인지 물기가 흥건했다.

역한 냄새에 1분 이상 머물기 힘든 곳도 

충무로 애견거리 펫샵에는 매장마다 20마리에서 50마리 정도 동물이 전시돼 있는데, 상주하는 직원은 대개 1명씩이다. 제때 배설물을 치워주지 못하다보니 강아지 똥이 이곳저곳에 사료와 섞여 뒹굴고, 깔개에는 곳곳에 얼룩이 보였다. 고양이 똥오줌을 받아낸다고 신문을 잘게 잘라서 넣어둔 곳도 있었다. 청결하게 관리하는 가게도 있지만 두세 곳은 역한 냄새 때문에 1분 이상 머물기가 어려웠다. 코를 싸매고 헛구역질하다가 나가는 손님도 있었다.

한 펫샵에는 생후 2개월이 안 된 고양이가 2마리 있었다. 1월 2일생이라고 써 붙여 놓았는데, 그렇다면 한 달 반 정도밖에 되지 않은 고양이다.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을 등록하고 판매할 수 있는 나이는 2개월령부터다. 법에 따르면 품종, 암수, 출생일, 예방접종 및 진료사항 등 동물정보도 게시해야 하지만 제대로 기재해놓지 않는 업자도 있었다. 한 업주에게 고양이들의 월령을 묻자 크기가 제각각인 고양이들 모두가 2개월 반 됐다고 답했다. 고객이 사실 여부를 알 방도는 없었다.

지난 2016년 에스비에스(SBS)의 <TV동물농장>이 열악한 시설에서 밀집사육하는 ‘강아지 공장’의 동물학대 실태를 폭로한 후 동물보호법은 여러 차례 개정됐다. 2017년에는 동물생산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강화했고 펫샵 영업자가 생산업체 정보 등을 기재한 계약서를 게시하도록 의무화했다. 강아지 공장 같은 불법 생산업체에서 공급받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충무로 애견거리 펫샵 8곳 중 2곳은 계약서 제공의무고지와 동물판매업자 등록증, 요금표를 게시하지 않았다. 나머지 6곳은 계약서 견본을 게시했으나 그 중 2곳은 생산업체 정보가 빠져 있었다. 

 
서울 충무로 애견거리 펫샵에 전시되어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들. 직원이 분뇨처리 등을 제때 해주지 못해 지저분한 환경에 있거나 좁은 유리상자 안에서 벽에 부닥치고 낑낑거리는 등 불안 행동을 보이는 동물이 많았다. ⓒ 김정민

대형몰과 온라인에서도 ‘동물 매매 성업 중’ 

이마트가 ‘반려동물 원스톱 멀티샵’을 내세우며 전국 33개 대형유통매장 등에 낸 몰리스 펫샵은 충무로 애견가게들에 비해 시설과 관리상태가 좋은 편이다. 경기도 하남시 하남 스타필드에 입점한 몰리스 펫샵의 경우 계약서 제공의무고지와 함께 분양계약서 견본을 게시했고 견본에는 생산업체 정보를 인쇄해 공개했다. 강아지 10여마리가 각각 전시된 유리상자에는 배변패드와 식수대, 잠자리가 오밀조밀 배치되어 있었다. 다만 ‘구슬급수기’라고 불리는 강아지 식수대는 혀를 국자처럼 이용해 물을 떠마시는 개의 습성에 맞지 않아 물을 충분히 먹을 수 없다는 점에서 동물학대 논란이 일기도 했다.

   
▲ 경기도 하남의 하남 스타필드 몰리스 펫샵에서 스탠드 급수기로 물을 마시는 강아지. ⓒ 김정민

인터넷에서 동물 거래를 중개하는 온라인 펫샵도 많은데, 많은 부분이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온라인 펫샵은 ‘도그’나 ‘펫’ 등이 들어가는 이름을 쓰는데, 오프라인 가게와 연계해서 강아지, 고양이를 분양한다. 네이버 카페나 밴드에서 분양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고 전국 곳곳에서 배송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입양희망자가 미리 사육 상태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기자가 찾은 온라인 펫샵 8곳 중에 생산업체명, 주소 등을 게시물이나 홈페이지에 기재한 곳은 하나도 없었다. 한 온라인 펫샵은 ‘전문 켄넬(전문 견사), 캐터리(전문사육가의 치밀한 계획 아래 교배와 번식이 이루어지는 곳) 300여개와 제휴해 건강하고 퀄리티 좋은 반려견, 반려묘의 선별에 힘쓰고 있다’고 소개했지만 정작 어느 업체와 제휴하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사단법인 동물자유연대는 지난해 7월 ‘동물판매업 동물보호법 이행실태 조사보고서’를 통해 펫샵들의 불법 영업 실태를 고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충무로, 대구 반월동, 부산 양정동, 수원 남문지역 등의 동물판매업체 총 39업체를 방문 조사한 결과 이 중 38개 업체가 동물보호법에 명시된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 ‘영업장 내부 등록증 및 요금표 게시’ ‘동물정보 표시’ ‘계약서 제공 의무 게시’ ‘계약서 내 생산업자 정보기재’ 등의 항목을 전부 준수한 업체는 대구 반월동 애견거리에 있는 업체 한 곳뿐이었다.

불법 생산업체 근절 위해 ‘반려동물이력제’ 필요 

동물자유연대 박선화(33) 선임활동가는 “펫샵에서 내가 강아지를 구매할 때 이 아이가 불법생산업체에서 왔는지, 아니면 허가받은 업체에서 왔는지, 엄마는 누군지, 그 환경은 괜찮았는지 이걸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서에 생산업체를 명시하라고 법이 바뀌었는데도 그걸 기재하지 않는 판매업체도 많고, 실제로 주소가 있다 하더라도 조사해보니 생산업체가 아니라 경매장 주소로 밝혀진 적도 있었다”며 ‘반려동물 이력제’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려동물 이력제란 반려동물이 태어난 후 소비자에게 가는 전 과정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온라인에서 쉽게 조회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이미 축산물 이력제를 시행해 소와 돼지 등의 생산, 이동, 출하부터 도축과 판매에 이르는 정보를 기록·관리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반려동물시장보다 훨씬 규모가 큰 축산업에서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2020년 1월부터는 닭, 오리, 계란에 대해서도 유통의 전 관계를 투명하게 규명하는 이력제가 도입됐다.

”강아지들이 쉽게 병에 걸리는 이유는 애견샵에서 파는 강아지들이 너무 어리기 때문이다. 강아지는 2달 정도가 되어야 어미에게서 젖을 떼고 정상적으로 성장하는데 실제로 두 달이 되면 생각보다 강아지가 거대하고 젖살도 포동포동 찌고 그때부터 엄청난 속도로 성장이 시작된다. 솔직히 큰 강아지는 아무도 사려하지 않기 때문에 대체로 한 달도 안 된 강아지를 억지로 어미에게서 떼어놓고, 이빨도 안 난 채로 (강아지에게) 사료를 억지로 먹인다. 두 달이 넘지 않은 아이를 분양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신고한다 한들 그 수많은 개들이 언제 태어났는지 일일이 단속할 방법은 없다. 성장이 느리다고 하면 그만이니까.”

   
▲ 몸집이 큰 강아지는 잘 팔리지 않기 때문에 업주들은 생후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강아지를 억지로 젖을 떼고 전시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김정민

“생후 2개월 안 된 강아지 거래는 불법”

2015년에 한 판매업자가 인터넷에 올린 양심고백글이다. 이런 실태는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12일 네이버 카페 ‘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에서 펫샵을 키워드로 검색하자 펫샵에서 입양한 강아지가 사망했거나 아프다는 게시글이 24시간 동안 세 건이 올라왔다. 게시글들은 입양한 강아지가 아픈데도 펫샵이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며 성토했다.

   
▲ 네이버 카페 ‘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에는 펫샵에서 입양한 강아지가 사망했거나 아프다는 내용이 종종 올라온다. 글쓴이들은 입양한 강아지가 아픈데도 펫샵의 대처가 미온적이라고 불만을 떠뜨렸다. ⓒ 네이버 카페 ‘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

동물자유연대 박 활동가는 “반려동물 생산업체에서 판매업체로 가기 전에 경매장이라는 곳을 거치게 되는데 실제 경매장으로 들어오는 아이들이 법정 월령수인 2개월령보다 훨씬 어린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반려견 행동교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보듬컴퍼니 강형욱 대표는 홈페이지에 올린 칼럼에서 “어린 강아지는 8~10주 정도 모견과 함께해야 건강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동물보호협회 최정아(46) 대표는 병든 동물을 팔고 소비자가 비싼 돈 들여 치료하게 만드는 구조에서 가장 피해보고 상처받는 쪽은 소비자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픈 강아지를 산 소비자 입장에서는 강아지를 치료하고 싶은 건데 샵에서는 그냥 새 강아지로 바꿔주겠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최 대표는 “만일 돌려주면 그 강아지는 백프로 죽을 거고 샵에서는 방치할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비싼 돈을 들여서 성공할지도 알 수 없는 치료를 하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충동적인 양육, 쉽게 버려지는 동물들

동물보호활동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충동적으로 양육을 결정하고 문제가 생기면 쉽게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처음에는 귀여운 모습에 끌려 입양을 하지만 병원비 등 양육비가 많이 들거나 문제 행동이 나타나면 버리거나 학대하는 일이 흔하다는 것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구조·보호된 유기·유실 동물은 12만 1077마리로 2016년 8만 9732마리, 2017년 10만 2593마리에 이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정부에서 발표하는 집계치는 전국 298개 동물보호센터에서 구조·보호한 경우만 포함하기 때문에 관리되지 않는 경우를 고려하면 유기동물의 수는 더 늘어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의 등록·유기동물관리 등 동물보호·복지 실태조사’를 보면 버려지거나 소유주가 잃어버린 동물들은 원래 소유주에게 돌아가거나(14.5%) 재분양을 통해 새 주인을 만나기도(30.2%) 하지만 자연사(27.1%)하거나 안락사(20.2%)하는 비율이 높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2000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 반려인이 펫샵에서 반려동물을 구매하는 비율은 31.3%에 이르지만 유기동물을 재입양하는 비율은 5.5%에 불과하다. 이 외에는 지인에게서 무료로 분양받거나(50.2%) 유료로 분양받는(10.8%) 경우가 있다.

영국 정부는 작년에 ‘루시법’을 제정해 펫샵 등 제3자를 통한 개·고양이 거래를 금지했다. ‘루시법’은 강아지 공장에서 계속 새끼를 출산하다 목숨을 잃은 암컷 개 ‘루시’의 이름을 딴 동물보호법으로,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비윤리적 번식과 유통을 막기 위해 제정됐다. 이 법 시행으로 영국에서 6개월 이하 반려동물을 입양하려는 이들은 펫샵이 아닌 유기센터나 가정 분양을 찾아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작년부터 공장에서 태어난 동물들을 펫샵들이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대신 펫샵은 구조된 동물이나 보호소 동물만 분양할 수 있다. 독일은 반려동물 매매를 법으로 완전히 금지했다. 대신 정부의 허가와 검증을 받아 반려동물을 보호하는 ‘티어하임’이라는 동물복지센터를 두고, 유기된 동물들이 가정에 재분양 되도록 돕고 있다.

   
▲ 영국은 2019년 ‘루시법’을 제정, 개와 고양이를 펫샵에서 거래하는 것을 금지했다. 영국사람들은 유기동물보호센터나 가정 분양을 통해서만 반려동물을 입양할 수 있다. ⓒ Twitter

한국농촌경제원(KREI)이 2018년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수는 약 1481만 명에 이른다. 반려동물 수도 약 874만 마리나 된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수요가 앞으로 더 늘면서 국내 펫산업 규모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동물보호협회 최 대표는 “동물을 쉽게 생산하고 입양하는 유통 구조가 동물 학대와 유기 동물 증가의 주범”이라며 “태어나는 수를 줄이지 않으면 버려지는 수를 줄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쉽게 생산하고 입양하는 구조를 없애고, 자격증 있는 브리더(사육자)만 동물을 생산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개나 고양이 등을 가족처럼 여기며 사는 ‘반려동물 시대’다. 반면 버려지는 동물도 매년 10만여 마리에 이르고, 이들 중 상당수는 보호소에서 안락사 당하거나 길에서 짧은 생을 마감한다. <단비뉴스>는 ‘동물도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라는 관점에서 반려동물의 현실과 제도상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관련 시민활동을 소개한다. 나아가 공장식 사육과 남획, 잔인한 도축 등 이윤논리에 희생되는 짐승의 문제를 ‘동물권(인간의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 차원에서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편집 : 김정민 기자

김정민 기자 akimmin37@naver.com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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