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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인권이 무슨 상관이냐고?”

기사승인 2020.02.11  20:5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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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교양특강]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
주제 ① 기후위기 시대의 인권

“독일 학생들 정신과 진료가 늘었대요. 왜 그런 줄 아세요? 기후 위기로 ‘우리의 미래가 없다’는 걱정에 우울증을 겪는다고 합니다.”

‘기후위기’와 ‘인권’은 익숙하지 않은 조합이다. 한국인권학회 회장인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상응할 것 같지 않은 두 단어를 결합해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 주제로 삼았다. 조 교수는 기후위기가 어떻게 인권에 위협이 되는지 설명하며 예비언론인들에게 이런 문제의식에 동참해주길 부탁했다.

그는 2015년 처음으로 기후위기와 인권의 연관성을 인지했다. 당시 책 발간을 위해 외국 학술 자료를 찾다가, 인권의 연관검색어로 ‘기후변화’와 ‘위기’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그도 두 단어의 조합에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의문은 곧 풀렸다. 말 그대로 기후위기가 우리 삶에서 인권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은 기후위기가 인권을 침해한다는 인식을 하지 못한다”며 “나라도 나서서 이 문제를 알려야 하겠다는 의무감이 들었다”고 했다.

   
▲ 조효제 교수는 지난해 12월 12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기후위기 시대의 인권'을 주제로 강연했다. Ⓒ 이정헌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기후변화

조효제 교수는 기후변화가 더울 때와 추울 때 기온이 극단화하는 현상과 불규칙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위협적이라고 했다. 그는 “지구온난화나 지구고온화, 기후변화 등 다양한 용어를 쓰고 있다”면서 “단순히 기온이 높거나 낮음을 나타내는 표현으로는 지금의 심각성을 잘 담아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보다 ‘기후위기’라는 표현을 통해 경각심을 표현했다. 향후 5년 내 어떤 영역이든 기후 위기와 관련된 문제들이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면서 인권학자로서 기후변화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세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6가지를 꼽는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기후변화로 사람들이 죽거나, 삶의 터전을 잃는 등 생명권(생존권)이 위협받습니다. 최근 관심이 높아진 미세먼지도 우리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고요. 기후에 따라 경작지가 줄어들고 달라지면 ‘먹고사는 문제’인 생계권에도 영향을 줍니다. 이런 사회적 재화나 환경 영향으로 개인 또는 집단 간 폭력도 증가될 수 있고요.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런 환경 변화는 더 치명적이죠. 이런 갈등으로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까지 붕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그는 이러한 기후 위기가 만들어내는 ‘정의롭지 않은 상황’도 지적했다. 환경의 특성상 가해와 피해가 일치하지 않는 '비대칭’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공간적으로는 지구엔 지붕이 없으니 가해국가와 피해국가도 다를 수 있다”며 “현재의 기후 이상으로 더 피해를 입게 될 사람은 젊은 세대이겠지만, 그들 중 다수인 19세 이하는 투표권이 없어 발언권도 별로 없다”고 했다. 또 사람이 저지른 일인데도 광범위한 생물종이 피해를 입는다.

   
▲ 지난해 9월 27일 청소년기후행동이 주축이 되어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기후위기를 위한 결석 시위'가 열렸다. 청소년과 성인 500여 명이 참여한 이 집회에서 '대한민국 청소년이 평가한 기후위기 대응 성적표'를 발표했다.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위기를 인지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 이나경

기온 1도 상승하면 사망률 1.5% 증가

예를 들면 전세계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적은 나라 중 하나인 남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는 피해를 가장 크게 입는 나라에 속한다. 키리바시는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수몰 위기에 처해 있다. 아노테 통 전 키리바시 대통령은 2015년 한국을 방문해 자국민의 집단 이주를 요청했다. 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국토의 평균 해발고도가 약 5m에 불과한 남태평양 섬나라 주민들이 ‘기후난민’이 되어가고 있다. 조 교수는 “이런 나라들은 기후변화의 책임이 없는데도 자신들이 대대로 살아온 땅을 잃게 생겼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키리바시 전 대통령의 이주 요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때문에 해발고도가 낮은 남태평양 섬나라들이 수몰 위기에 놓였다. 조 교수는 키리바시, 투발루 등 국가들이 겪는 피해 사례를 언급했다. Ⓒ 이정헌

생존권(생명권)은 ‘가라앉는 섬’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조 교수는 2019년 여름에 나온 한 연구결과와 언론보도를 인용해, 우리가 간과하는 폭염과 사망률을 언급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8년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사망자 수가 48명이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홍윤철 서울의대 교수팀은 정부 통계보다 최대 20배 이상 많을 것으로 추산했어요.”

당시 질병관리본부 집계 48명은 전국 500여 곳 종합병원 응급환자 중 사망자만을 대상으로 한 수치다. 지난 11월 <한겨레21>에서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사망원인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같은 기간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160명이었다. 의료기관을 거쳤지만 당국에 보고되지 않은 사망자와 온열질환 감시체계 밖 사망자를 합쳐 좀 더 늘어났다. 행정안전부는 이보다 많은 7천명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7~8월 온열질환으로 진단받지는 못했으나 폭염이 간접적 원인이 되어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큰 ‘초과사망자’를 앞 수치보다 넓게 포괄한 것이다.

홍연철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은 2006~2017년 통계청에 등록된 전국 14세 이상 사망자 313만210명을 대상으로 기상 데이터와 사망 원인을 연결 지어 분석해 이중 1440명이 폭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결론을 냈다. 연구팀은 이 보고서를 통해 여름철 기온이 1도 올라가면 전체 사망률이 1.5% 오른다는 사실도 도출했다.

조 교수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으로 31주 동안 38명이 사망했고, 2018년 폭염 사태로 18주 동안 최소 160에서 최대 7000명이 죽었다”며 “어느 쪽이 더 큰 사건인가”라고 반문했다. 기후변화가 우리 생명을 위협하는데, 예외적이고 비일상적 문제에 언론이 주목하면서 정작 우리가 더 신경 써야 할 문제에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눈 앞에 안 보인다고 안심은 금물

“저는 오늘 세명대 강연 와서 두 가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청중으로서 여러분이 이렇게 몰입해서 강연을 들어주셔서 감사하고요. 다른 하나는 화장실에 있는 ‘절수용 수도꼭지'예요.”

그는 여러 곳에 강연을 다녀봤지만 절수용 수도꼭지가 설치된 곳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했다. 한국은 2019년 물부족 위험 국가 53위다. 순위를 매기는 150개 나라 중 중상위에 속하지만 이런 위협에 따른 후속조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의 불확실성은 폭우나 가뭄의 증가도 관련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물부족이 따른다는 것이다. 그는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추수 작황이 10% 감소해 식량안보를 위협한다”며 “농지 유실, 흉작과 기근, 물부족에 따른 난민, 농어업의 유형 변화, 경제 상황 악화까지 전망이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서 사람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논의하지 않고, 당연히 대책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사회학적 상상력으로 봐야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 장벽을 허물어야 해요. 기온이 상승하면서 주요 농산물의 재배 경계가 북상한다는 소식은 그래도 많이 접했을 거예요. 사과 주산지가 어디죠? 대구 경산 쪽에서 사과농사 하던 분이 강원도에서 농장을 하려고 땅을 보러 다니더라고요. 경산이 더워져서 그전처럼 농사를 짓기 힘들다고 토로하는 현실이 지금 일어나고 있어요.”

조 교수는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고등어 등의 양식업자들이 힘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면서 농업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여러 업계와 종사자에 걸친 문제임을 강조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분쟁과 폭력 문제에서도 한 과학저널을 인용해 수단과 다르푸르 국가 분리 문제를 예로 들었다. 그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연설에서도 여러 번 언급됐지만, 시리아 내전에서 기존 종파 갈등에 더해 기후변화로 일어난 물부족과 자원부족이 부족 간 갈등을 부추겼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런 물이나 자원부족으로 발생하는 요인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기후 문제는 곧 계급 문제다

폭염 피해는 쪽방 거주민이나 독거노인 등 에너지빈곤층이 특히 취약하다. 조 교수는 “기후위기는 모든 사람에게 닥치지만, 피해는 차별적으로 발생한다”면서 “24시간 냉방 시설로 이어지는 동선을 따라서 살 수 있는 소수와 그렇게 살 수 없는 다수로 나눠질 것”이라고 했다. 기후에 따른 환경을 자본력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소수는 그렇지 못한 다수보다 기후변화의 위협에 둔감할 수도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에어컨도 창문도 없는 휴게실에서 쉬던 중 숨진 기사를 언급했다. 이날 서울 낮 기온은 35도에 육박했고, 청소노동자가 쉬던 휴게실은 계단 아래 마련한 간이 공간이었다. 조 교수는 “사고가 발생하고 서울대 교수들은 청소 노동자들 노동 환경에 관한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진작 목소리를 냈어야 하는 일”이라며 아쉬워했다. 이렇듯 노동의 사각지대는 기후위기 상황에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비슷한 시기 있었던, 건설노동자의 건설 현장 폭염 실태와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도 언급했다. 그는 “산업안전 보건법에 폭염이 있는 날에는 1시간에 15분의 휴식 제공이 명시돼 있지만 건설노조에 따르면 실제로 이렇게 쉬는 노동자는 8%라고 한다”고 말했다. 건설노조가 지난해 7월 20~22일 토목건축현장 노동자 2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폭염특보 발령 때 규칙적으로 쉬고 있다’고 답변한 이는 8.5%에 불과했다.

   
▲ 지난해 8월 13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는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건설노동자의 온열질환을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휴식 공간과 시간 부여, 식수 제공 등을 의무화했지만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 SBS뉴스

“인권은 계급에 따라 생명의 경중을 두지 않아요. 유명인이나 노숙자나 모두 소중한 생명이에요. 그게 바로 인권의 출발점이죠. 폭염이나 추위가 닥치면 쪽방에 사는 주민들이 더 힘들겠다는 생각이 당연히 들지 않나요? 그런 분들의 주거와 노동 환경 개선에 우리 사회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개인을 넘어 국가 간에도 기후위기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존재한다. 조 교수는 UN 극빈과 인권에 관한 특별보고관 필립 알스톤이 언급한 ‘기후 아파르트헤이트(Climate Apartheid)’를 인용했다. 특별보고관은 보고서에서 “부자들은 돈으로 생존을 사고, 빈곤층의 인권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파르트헤이트는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합법적으로 제도화한 인종차별과 분리 정책인데, 여기서는 기후위기가 인권에 미치는 차별적 영향을 뜻한다. 기후 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의 상황 역시 극명하게 대비될 수 있다.

환경인식 저변을 넓히는 건 ‘한 줄의 글’

60년대 ‘국민학교’에 다닌 조 교수는 당시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이것이 곧 우리의 발전이라 생각했다. 지금은 공해라 여기지만, 당시에는 산업 발전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환경 문제에 관한 인식의 저변이 넓어진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 심각성에 비해 우리는 잘 모른다”고 했다. 심각성을 잘 모르던 시절은 어쩔 수 없다지만, 지금은 알면서도 별다른 조처들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 조 교수는 언론인을 꿈꾸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에게 기후위기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 이정헌

“현실은 그와 정반대로 갔어요. ‘엑슨모빌 기후변화 소송’ 들어봤나요? 내부 회의를 통해서 탄소를 줄일까 고민하는 게 아니라 가짜뉴스 만들기에 집중한 거죠. 퇴직한 과학 연구자 등을 매수해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논문을 써달라고 수백만 달러를 주면서 로비를 했어요. 가짜 비정부기구(NGO)를 만들어서 회사에 유리한 활동을 부탁했고요.”

그는 ‘전체 내용이 틀린 게 아니라 일부만 내용을 비트는’ 가짜뉴스의 본질을 언급하면서 이런 뉴스가 기후위기의 경각심을 떨어뜨린다고 했다. 그는 <잔인한 국가 외면하는 대중> 책 내용을 인용해서 “문자 그대로 ‘오리발’을 내밀거나, 사실은 맞지만 해석을 다르게 하면서 수용자에게 경각심을 떨어뜨린다”면서 “결과적으로 우리들이 행동하지 못하게 막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사람들이 행동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심리적 장벽을 허물기 위해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대중의 동기화한 망각을 깨고, 사람들로 하여금 행동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연구보고서 수백 편보다 기자들이 제대로 된 기사 한 편을 통해 이 사실들을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알리는 게 훨씬 영향력이 있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께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기도 합니다.”

그는 ‘심각한 문제를 심각하게 만드는’ 언론의 소명을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문제를 인식하게 하는 언론의 '게이트키핑’ 기능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사람의 인지 용량(cognitive load)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기사로 포털 뉴스 지면을 채우지 말고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문제를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19년 2학기 [인문교양특강]은 원종원, 안치용, 이택광, 김용락, 조순환, 권순긍, 조효제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김정민 기자

장은미 김은초 이정헌 기자 quaestio15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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