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 윤재영 PD

비례자유한국당 창당준비위원회가 지난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미래한국당’이란 이름으로 정당 명칭을 변경하겠다고 신고했다. 기존 정당에 ‘비례’만을 붙인 이름은 허용할 수 없다고 선관위가 결정하자 비슷하게 들리는 ‘미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미래 세대를 위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이 공공연히 밝혔듯, 개정 선거법 아래에서 비례의석을 더 확보하려는 ‘꼼수’라는 게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개정 선거법의 핵심은 정당 지지율과 실제 의석 간의 비례성을 높이는 것이다. 정당 지지율이 높은데도 지역구에서 1등 당선자를 많이 못 낸 정당은 새 선거법에 따라 의석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의당이 그런 경우다.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지지자가 늘고 있는 녹색당도 새 선거법 체제에서는 원내 정당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처럼 지역구에서 당선자가 많이 나오는 정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전체 의석수가 현재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자유한국당이 노골적으로 ‘비례위성정당’을 추진하는 것은 이런 판세분석에 따른 전략인 셈이다. 영남권 등 ‘텃밭’에서 지역구 의석을 얻고, 위성정당을 통해서 비례의석도 확실히 챙기겠다는 것이다.

▲ 21일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부산에서 창당대회를 열었다. 정당 이름을 급조하다 보니 '미래' 부분을 종이로 붙였다. ⓒ KBS부산

자유한국당은 ‘4+1’이라고 불리는 여당과 소수 야당 협의체가 제1야당을 제치고 선거법 개정을 강행했으니 위성정당을 통해 의석을 확보하는 것은 정당한 자구책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래한국당 창당은 ‘정당의 목적·조직·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자발적 조직이어야 한다’고 한 헌법과 정당법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 당원들에게 회비 10만원씩을 기부하게 하거나 황교안 대표가 불출마 선언 의원들에게 미래한국당 입당을 설득하는 등 ‘비자발성’과 ‘비민주성’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구, 부산 등 지역당 창당대회는 자유한국당 시도당사에서 10~20분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과정을 보고도 유권자들이 표를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국민 수준을 너무 얕잡아 보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다른 야당들은 자유·미래한국당의 ‘꼼수’를 적극 고발하는 한편으로 각자 정당의 내부 민주주의를 진전시켜 유권자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비례대표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중앙당 실력자의 입김이 작용하는 현재의 공천 제도는 반드시 손질해야 한다. 현재의 하향식 공천으로는 ‘국민의 뜻’ 대신 중앙당의 눈치를 살피는 정치인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오픈 프라이머리’ 등 당원과 일반 유권자가 참여하는 상향식 공천을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 선발에 모두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번 공천에서는 또 보다 다양한 인구집단이 대표될 수 있도록 후보를 고루 선발해야 한다. 지난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당선자를 보면 평균 나이가 55.5세이며 청년세대를 대변할 20대 의원은 1명도 없다. 당선자들의 평균 재산 신고액은 41억 400만 원으로 국민 평균의 14배나 된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OECD 국가 평균 여성의원 비율은 27.8%다. 장애인, 이주민 등 억울하고 답답한 일이 많은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국회에서 대변할 사람도 극소수다.

나아가 독일 등 유럽 선진국처럼 ‘완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다당제 협치’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현재 300명으로 묶어두고 있는 의원 정수를 정의당이 제안한 것처럼 350~360명 정도로 늘릴 필요가 있다. 국회의장 직속 선거제도개혁 국민자문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국민 약 17만명 당 1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 약 10만명 당 1명에 비해 매우 적다. 의원수를 늘릴 여지가 꽤 있다는 얘기다. 의원 세비 등 과도한 혜택을 줄이면서 비례대표 수를 100명 내외로 늘려 완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정당 간 협치와 엄밀한 행정 감시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지역구 예산 챙기기’ 등 혼탁한 거래로 국가예산이 낭비되는 것도 막고, 거대 정당의 독단 대신 여러 정당 간 타협을 통해 연속성 있는 국정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집 : 윤재영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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