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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사장 신년사 2 – ‘MBC’ ‘TV조선’ ‘뉴스타파’

기사승인 2020.01.15  23: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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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기자들의 시선] ⑭

새해다. 촛불정신을 구현할 숱한 사회개혁 과제들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4·15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어떻게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할까 당리당략에 충실하다. 다시 언론이다. 개혁의 성공도, 선거혁명도 제대로 된 언론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3년 전 촛불에서 언론의 야누스적 두 얼굴을 확인한 바 있다. 언론이 망가졌을 때 권력은 부패했고, 언론이 살아있을 때 촛불혁명이 가능했다. 신년 첫 [청년기자들의 시선]은 언론이다. 청년기자들이 언론사 사장이 되어 언론의 시대적 사명과 역할을 주문한다. (편집자)

<MBC 사장 신년사>

말한 대로 행하는 방송사를 만듭시다

MBC 노동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2년간 망가진 제작 현장을 정상으로 되돌리고, 무너진 뉴스를 바로 세우기 위해 정말 애쓰셨습니다. 제작 현장을 원상회복하는 데도 정신없는데, 디지털 전환과 재정위기까지 겹쳐 우리는 안팎으로 고통을 겪었습니다. 잘 버텨주셔서 고맙습니다. 모두 비전이 안 보인다고 했는데, 우리는 이겨냈습니다. 이제 조금씩 앞이 보입니다. 

우리는 다시 새 출발선상에 서있습니다. 우리가 처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저는 사장으로서 몇 가지 약속을 하려 합니다. 시사교양국 PD로 입사한 뒤 20년 넘게 일하면서 다짐해 온 일입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문화방송이 공영방송으로 살아남기 위한 비전이자 원칙입니다. 

첫째, 고용에서 소수자 우대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겠습니다. 제가 지상파 방송사 첫 여성 사장이 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2019년 10월 기준으로 MBC 본사 정규직 인력 중 여성 비율은 21%, 부장 이상 여성 비율은 13%입니다. 지역 MBC는 상황이 더욱 심각합니다. 여성 정규직 비율은 12.5%, 부장 이상 보직자는 단 6%입니다. 미디어 전문 매체가 작년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방송3사 보도국 여성간부 비율은 10%대라고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공영방송이라는 KBS, MBC 모두 지난 9년 동안 법정장애인의무고용률 3.4%를 지키지 않았습니다. 2019년 6월, 우리는 단지 1.29%의 장애인의무고용률을 기록했습니다. MBC는 9년간 1%대를 넘지 않았습니다. 저는 여성고용률과 여성임원 비율을 정하고 실천하겠습니다. 법정장애인고용률을 지키겠습니다.

둘째, 다양성을 보여주는 방송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그동안 방송계는 콘텐츠 제작이나 진행자 선정에서 지나치게 외모지향적인 가치관을 유지해왔습니다. 2018년 MBC 여성 아나운서가 ‘이례적으로’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뉴스 속 앵커나 아나운서는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인데도 규격화한 미남, 미녀들이 주를 이룹니다. 나이∙성별∙인종∙종교∙외모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면 안 되는데, 방송사가 직무 능력만을 고려해 사람을 뽑았다고 볼 수 있나요? 우리 사회는 다양한 외모와 신체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습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이 뉴스를 진행하고, 장애를 가진 캐스터가 날씨를 알려주면 큰일 날까요? 공영방송과 대중매체는 우리 사회를 오롯이 반영할 책임과 의무를 지닙니다. 우리가 보여주는 화면이 우리 사회라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우리가 다양한 사람을 카메라 앞에 세우면, 사회가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할 논의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예능 프로그램은 이주민, 여성, 북한주민 등 소수자를 유머 코드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작 자율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대중매체 종사자로서 소수자를 혐오하는 콘텐츠를 제작해선 안 됩니다. 저는 차별금지 제작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고 전 직원에게 인권교육을 하겠습니다.

셋째, 장기계획을 세워 방송국 내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습니다. 당장 전환이 어려운 계약직은 순차적으로 급여와 복지를 정규직 사원 수준으로 조정해 나가겠습니다. 신년인사 첫 마디에서 저는 여러분을 ‘임직원’이라고 부르지 않았습니다. 정규직 직원뿐 아니라 파견직, 프리랜서 등 다양한 계약직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우리 방송을 만듭니다. 같은 일을 하고 더 나은 능력을 갖춰도 공채를 통과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임금·노동조건은 큰 차이가 납니다. 시험이라는 과정의 공정성은 결과의 공정성을 담보하지 않고,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유일한 잣대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공장의 왼 바퀴는 정규직이 돌리고, 오른 바퀴는 비정규직이 돌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의 방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노동자가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넷째, 방송 제작 현장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겠습니다. ‘예전에 견주면 많이 나아졌다’는 말은 나쁜 말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지금보다 더 좋은 미래를 꿈꿔야 합니다. 제작사, 방송사, 노동조합이 2019년에 만든 ‘4자협의체’를 재가동해 제작 현장에서 반드시 고용노동부 표준근로계약을 이행하겠습니다. 영화 현장처럼 12시간 일하고, 12시간 쉬는 제작환경을 만들겠습니다.

다섯째, 공영방송의 사장 선출은 시민참여제로 전환하자고 방송문화진흥회에 건의하겠습니다. 이용마 기자가 제안했던 시민이 사장을 선출하는 시민참여제를 MBC 사장 선출에 도입하겠습니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지낸 한상혁 변호사는 ‘직무 위계와 관계없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던 분위기가 MBC의 공영성과 경쟁력’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치 권력과 결탁한 공영방송의 경영진은 프로그램과 제작진을 9년 간 검열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앉은 꼭두각시 사장들 때문에 제작현장은 망가졌고 보도는 신뢰를 잃었습니다. 무능한 경영진은 미디어 환경이 디지털로 변하던 중요한 시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경영방침을 내놓지 못하고 창의성과 자율성이라는 생명력을 MBC로부터 빼앗았습니다. iMBC라는 인터넷 브랜드를 만들어 방송사 중 가장 앞서나가던 우리는 디지털 콘텐츠를 고민할 기회를 잃었습니다. MBC는 시청자가 신뢰하고 인정하는 사장이 필요합니다. 모바일 시대에 맞는 창의적인 콘텐츠 제작 환경과 문화가 회복돼야 합니다. 방송사 거버넌스 변화는 공영방송 MBC에 관한 시청자의 신뢰 회복과 디지털 콘텐츠 전략 수립의 첫 단추입니다.

   
▲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은 자율적인 제작환경을 보장해 제작진이 창의력을 발휘하게 함으로써 역동적인 미디어 환경 변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게 만든다. © KBS

기업이 경영위기에 처하면 우선 노동자를 해고하고 구조조정에 들어갑니다. 회사가 살아남자고 사람을 내쫓는 것을 경영방침이라 부릅니다. 방송계도 생존전략이 필요한 때지만 언론사이자 콘텐츠 제작사인 공영방송 MBC는 달라야 합니다. 저는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하겠습니다. 제작자에게 나은 환경을 제공하겠습니다. 외부와 네트워킹으로 제작비를 투자받아 콘텐츠를 제작하고, 제작과 투자가 선순환되게 하겠습니다. 방향을 상실한 우리 사회는 좋은 콘텐츠, 정론 보도를 요구합니다. 이 역할을 MBC가 해야 합니다. 위기는 기회입니다. 과감한 투자로 위기를 돌파하겠습니다.

저는 시사교양국 PD였고,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언론인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언론을 ‘사양산업’이라 부릅니다. 저널리즘의 위기는 우리가 보도한 사회 부조리를 우리가 그대로 답습한 데서 왔을지도 모릅니다. MBC에서 일하는 모두가 행복할 때, MBC의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력을 감시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제언해온 MBC의 저널리즘 정신이 우리 조직문화에 스며들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말한 대로 행하는 방송사를 만듭시다. 감사합니다.

(정소희 피디)

 

<TV조선 사장 신년사>

청년의 마음을 얻어 지상파를 넘읍시다

사랑하는 TV조선 사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11년 12월 개국 이래 우리는 시청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던 긴 어둠을 헤쳐왔습니다. 초기에는 비난도 많았습니다. 뉴스 수준이 낮다며 인터넷에서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픽 수준은 낮았고, 선배들은 방송 일에 적응하지 못해 허우적댔습니다.

8년이 지난 2019년, TV조선 <뉴스9> 시청률은 종편 4개사 중 가장 높았습니다. 12월 마지막 주를 기준으로, 주간시청률이 종편 프로그램 10위 안에 들어간 뉴스프로그램은 3.976%를 기록한 우리 <뉴스9>뿐이었습니다. 가끔은 MBC 뉴스데스크 시청률을 넘기도 합니다. 뉴스 수준을 높이고, 구성을 고민하며, 중요한 이슈가 터지면 연속 보도를 지향해온 성과입니다.

뉴스만이 아닙니다. <내일은 미스트롯>은 종편 예능 사상 최고 시청률인 18.1%를 기록했습니다. <아내의 맛>은 꾸준히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썰전>에 밀려 존재감 없던 <강적들>은 4% 안팎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비록 대성공까진 못 갔지만, 드라마를 일년 내내 꾸준히 편성하며 진정한 종합편성채널로 발전하려 시도했습니다.

2020년 새해는 TV조선이 지상파와 대등한 위치까지 도약하느냐 기로에 서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2019년의 성장을 이어받고, 새로운 도전으로 더욱 성장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 목표가 종편에서 가장 높은 자리였다면, 앞으로는 MBC와 SBS가 목표가 돼야 합니다. 마지막 목표는 물론 KBS의 아성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지상파를 뛰어넘으려면, 방송사 얼굴인 뉴스부터 변해야 합니다. 과거 JTBC <뉴스룸>이 왜 압도적 시청률을 자랑했습니까? 세월호 사고에서 끈질기게 보도를 이어가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태블릿 PC를 찾아내 지속적으로 국민의 관심을 끌어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땠습니까? 미르재단 관련 보도는 바로 우리 TV조선이 가장 먼저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슈를 이어나가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발굴한 아이템의 열매는 <한겨레>와 JTBC가 따갔습니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분통 터지는 기억입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우리 <뉴스9>의 시청률은 이제 <뉴스룸>보다 높습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단독과 특종도 중요하지만, 시청자 유지 전략이 중요합니다. 핵심은 단순합니다. 평소부터 좋은 기사를 끈질기게 내는 겁니다. 꾸준히 좋은 기사를 낸다고 갑자기 시청자가 몰리지는 않습니다만, 찾아온 시청자들이 떠나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꾸준히 좋은 보도를 해야 결정적 순간에 시청자들이 이동합니다.

이미 우리는 고령층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습니다. 한국갤럽이 2019년 10월 발표한 ‘한국인이 즐겨 보는 뉴스 채널’ 조사를 봅시다. 10월 자료를 기준으로, 60대 이상에서 TV조선은 8%의 지지를 받아 MBC, SBS, 종편 3사를 제쳤습니다. 우리 위에는 YTN, 연합뉴스TV, KBS뿐입니다. 2019년 내내 8~9%를 받아왔습니다. 청년층을 살펴볼까요. 딱 한번 30대에서 2%를 기록한 적 있을 뿐, 내내 1%였습니다. 순위를 따지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입니다.

미래의 주시청자층인 젊은이들을 우리 방송의 애청자로 만들어야 합니다.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인식의 변화입니다. 우리 스스로 인식을 바꾸자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를 보는 젊은이들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젊은이들이 우리에게 가진 인식은 기본적으로 ‘꼰대’입니다. ‘보수 꼰대’ 말이지요.

좀 전에 제가 <강적들> 얘기를 했습니다. 예전보다 인기를 끌고 있지만, 치명적 단점이 있습니다. 다른 방송사 시사토론 프로그램 패널과 달리 <강적들>은 보수 일변도 패널구성을 갖고 있습니다. 진보 패널이라고 해봐야 박지원 의원, 김갑수 평론가 정도입니다. 젊은 보수 패널은 어쩌다 한 번 나오지만, 젊은 진보 패널은 아예 없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종편 모니터를 살펴보면, 2019년 1년간 총 92건의 비평이 있었습니다. 이 중 제목에 특정 종편사를 지목한 글들을 살펴보면, 채널A가 18건, MBN이 9건, JTBC가 1건인데 우리는 26건이나 됩니다. 물론 “민언련이 뭔데? 거기 좌파단체 아냐? JTBC는 비판 안 하네.” 그렇게 생각하는 사원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 말이 틀렸다는 게 아닙니다.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비판도 있지만 냉정하게 새겨들어야 할 부분도 있다는 겁니다. 청년들 마음을 울렸던 김용균 사망사건을 시사프로그램에서 1분도 다루지 않은 유일한 방송사가 TV조선이라는 지적, 미성년자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초점을 맞췄다는 지적 등은 우리가 새겨들어야 합니다.

다른 곳을 살펴보겠습니다. 청년들이 집단으로 작성하는 지식정보 웹사이트가 있습니다. ‘나무위키’라고. 아무나 몰려들어 작성하는 사이트니 공신력도 신뢰도는 낮죠. 그런데 굳이 언급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종편 4사 중 유일하게 우리 TV조선만, 나무위키에 특이한 하위 문서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 페이지 이름이 ‘비판과 논란’입니다. 다른 종편사보다 비판할 거리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문서를 따로 만들었답니다. 청년들이 TV조선에 갖는 인식을 대변하는 현상이겠지요. TV조선 개국 때부터 쌓인 내용이다 보니 지난해 추가된 것은 하나뿐이지만 무엇인지는 기억해야 합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실수로 ‘일베’ 용어를 사용해 공식 사과한 일입니다. 이런 실수가 다시는 없어야 하겠습니다.

   
▲ TV조선에 대한 비판 항목 25가지가 정리된 나무위키 사이트. ⓒ 나무위키 캡처∙편집

젊은이들 인식을 바꾸려면 더 젊은 패널들을 시사프로그램에 등장시키고, 젊은이들이 비판하는 지점을 찾아 고쳐나가야 합니다. 부당한 비판도 있고, 수용할 수 없는 지점도 있을 겁니다. 우리 정체성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이념적 비난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까지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오래 번영하는 방송사가 되기 위해서는 젊은이들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고 이들을 반드시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다음은 태도 변화입니다. 태도는 우리가 바뀌어야 합니다. 젊은이들을 끌어내기 위해 뉴스를 생성하는 기자들 생각부터 젊어져야 합니다. 데스크는 일선 기자들을 압박하기보다 그들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열어줘야 합니다. 젊은이들의 감각을 따라가기에 우리는 한계가 있습니다. 요즘 청년들은 집에 TV가 없는 경우도 흔합니다. 어릴 때부터 TV를 보며 자란 우리가 컴퓨터와 유튜브를 보며 자란 청년들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톱-다운방식 혁신에 매달리지 말고, 연차가 낮은 기자∙피디들을 믿고 그들의 실험을 도와야 합니다.

뉴미디어 시대입니다. 모바일 중심 새로운 시장과 소비 행태 변화로 기존 언론산업이 위기를 맞아, 새로운 디지털 전략을 찾아내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확실합니다. 디지털로 전환하면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저널리즘의 본령은 어떤 시대에도 변하지 않습니다. 좋은 뉴스를 만들고,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예능, 드라마, 교양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방송사 본분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들은 수직적 구조가 아닌 자유로운 발상을 인정하는 것에서 나옵니다. 다양한 시도와 개선을 통해 청년의 마음에 파고들되 언론의 본분을 지킬 때, 지상파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는 눈앞으로 성큼 다가올 것입니다. 2020년, 도약과 변신의 해가 됩시다.

(양동훈 기자)

<뉴스타파 대표 신년사>

변함없는 ‘품질 제일주의’ 언론을 실천합시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구성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 한국 기자∙PD라면 안녕하지 못할 겁니다. 지나친 상업주의로 선정적인 뉴스를 만들고 있다면 더욱 그럴 겁니다. 한국 언론은 ‘품질 제일주의’를 내세워야 합니다. 언론 신뢰도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38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꼴찌입니다. 소비자뿐 아니라 생산자 스스로도 뉴스를 믿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2017년 언론인 의식조사에서 기자들은 국민의 언론 평가인식에 관해 ‘신뢰할 수 있다’ 17.4%, ‘정확하다’ 17%, ‘공정하다’ 9.8%로 응답했습니다. 자신이 만든 뉴스를 돌아보십시오.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한다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습니까? 시중에는 이 세 가지 중 단 하나도 갖추지 못한 기사들이 매일 쏟아져 나옵니다. ‘기레기’는 왜곡, 과장 등 오염된 보도를 일삼습니다.

지금까지 그랬지만, 앞으로도 우리 <뉴스타파>는 기레기 없는 청정구역이어야 합니다. 취재할 때는 성역이 없지만, 보도할 때는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거대 자본과 권력이 침범하지 않은, 민주 시민과 참된 언론인이 이뤄낸 한국 언론의 성역입니다. 이 자부심을 지켜 나가려면 다시 우리 구성원 모두가 투철한 기자정신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저는 2013년 <뉴스타파> 개소식 장면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한국 언론계 원로인 김중배 대기자를 초청했습니다. 그는 <뉴스타파>에 탐사저널리즘의 본연을 보여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권력 비판은 탐사보도에서 나옵니다. 그가 절실히 바란 것은, 바로 국민이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언론이 감시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서 국민 신뢰를 되찾도록 우리 <뉴스타파>부터 잘해냅시다.

품질 높은 뉴스를 위해 ‘탐사보도’에 아낌없이 투자하겠습니다. 단독과 속보 경쟁에 매몰되면 사실관계가 틀리거나 맥락을 무시한 기사들이 나옵니다. 민주주의 발전과 무관한, 그저 클릭수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자극적 기사들이 교묘하게 어뷰징되어 단독이나 속보 타이틀을 달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비롯해 수많은 인터넷 신문에서 뉴스가 생산되는 시대입니다. 언론인을 자처하는 개개인이 올바른 보도의 사명감을 지녀야 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목표 없이는, 기자가 나태해지면서 취재력과 정확도가 떨어지는 기사를 쓰게 됩니다. <뉴스타파>가 지향하는 탐사보도는 시간과 자본, 노동력까지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를 지속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깊이 있는 정보와 메시지는 파급력이 큽니다. 세상을 바꿉니다.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진행하는 ‘조세피난처 프로젝트’의 유일한 한국 파트너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2013년 전두환 전 대통령 장남 전재국 씨 등 조세도피처의 한국인 명단 245명 발표를 시작으로, 5년간 계속됐습니다. 2014년에는 조세도피처로 간 국민연금을 추적∙보도했고, 2016년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 노재헌 씨의 자금을 추적한 파나마 페이퍼스, 2017년 국내 최대 카지노 기업의 돈세탁을 다룬 파라다이스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뉴스타파>는 대한민국의 조세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탈세자들과 전쟁을 벌여왔습니다. 이 결과물은 단순히 기사 형태만이 아닌, ‘크라우드 소싱’ 데이터로 구축해 시민들에게 공개했습니다. 영화 <블랙머니>를 보셨지요? 모피아의 돈세탁을 수사하는 검사에게 페이퍼컴퍼니 관련 결정적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 ‘뉴스탐사’가 등장합니다. 바로, 우리 <뉴스타파>가 모델입니다. 실제 2013년에는 우리가 취재한 자료를 토대로, 관세청이 한국인 11명에게 역외 탈세 혐의로 714억 원을 추징하지 않았습니까? 기성 언론과 달리, 우리가 탐사보도에만 집중한 덕분에 막대한 국부유출을 적발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런 성과는 <뉴스타파> 구성원의 실력과 열정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권력 눈치를 보지 않고 취재 자율성이 온전히 보장된 덕분입니다. 어떻게 가능했나요? 바로 후원회원님들이 매달 일정금액을 내면서 우리에게 힘을 실어주신 덕분입니다. 대형 광고주가 아닌, 언론 정의를 수호하는 시민들에게 ‘돈 값’하는 언론인으로 계속해서 나아갑시다. 같은 맥락으로 공영방송은 수신료에, 국가기간통신사는 국민혈세에 보답하는 고품질 뉴스를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뉴스타파>는 제가 대표로 있는 한, 광고를 게재하지 않을 것이며 출입처도 없을 것입니다. 최근 조국 사태로 검찰발 뉴스가 논란이 일었습니다. 우리는 출입처를 두지 않기에, 권력기관이 일방적인 취재원이 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출입처를 둔다고 해서 권력 비판에 소홀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힘들지만 출입처에 의존하지 않기에 다양한 취재원을 확보하고, 정부부처와 관련한 소식을 여러 방면으로 검증할 수 있었습니다.   

<뉴스타파>는 한국 언론의 품질제일주의를 이끌고 나가기 위해, 개발자와 기자의 영역을 허무는 ‘디벨로퍼 저널리스트’를 계속 키워가야 합니다. <뉴욕타임스> 역시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사를 개발하고, 데이터 저널리즘을 실현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후원회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데이터저널리즘스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탐사보도 저변을 확대하고, 미래 데이터 저널리스트를 양성하기 위해섭니다. 지금껏 본지 보도가 사회적 파장이 컸던 이유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사회적 가치가 있는 영감을 발굴했기 때문입니다. 2018년에는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와 함께 20대 국회 입법∙정책 개발비 지출 증빙서류 2만 페이지를 입수했습니다. 1년 6개월간 정보공개 청구와 행정소송 끝에 얻은 자료입니다. ‘국회 쌈짓돈’으로 통하는 정책개발비 오남용 실태를 MBC와 공동취재하여 ‘세금도둑 국회의원 추적’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가짜 학회 목록, 전두환 일가 재산내역 등 기획 기사에 활용된 데이터 자료는 ‘뉴스타파 DATA 포털’에 공개했습니다.

   
▲ 2018년 12월 <뉴스타파>는 ‘좋은예산센터’ 등 시민단체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해 20대 국회 특정업무경비 실태를 최초 공개하고, ‘세금도둑 추적 연속 기획’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달의 좋은 온라인 보도상’을 받았다. ⓒ 좋은예산센터

<뉴스타파>는 독립언론이나 시민단체와 연대를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자본력은 약해도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소신만은 강한, 저널리스트들과 공존하겠습니다. 독립언론에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겠습니다. 1974년 박정희 정권에 맞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소속 선배들은 소중한 일터를 잃었습니다. 2013년 이명박 정권이 언론을 탄압하던 시절, 거대 방송사와 족벌·재벌 신문사에서 공정보도를 외친 언론인들이 해고됐습니다. 저를 포함한 몇몇 동료들은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중고 캠코더와 낡은 노트북으로 홀린 듯 취재했습니다. <뉴스타파>의 시작입니다.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독립언론이라면, 이전보다 나은 언론활동 공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시설 건립기금을 모으는 ‘짓다 프로젝트’를 7년간 진행했고, 마침내 지난해 ‘뉴스타파 함께센터’를 설립했습니다.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활동가 김복동의 삶을 다룬 <김복동>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였습니다. 정의기억연대, 미디어몽구와 함께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원전 피해와 위험성을 다룬 <월성>도 개봉했습니다. 독립감독과 연대한 첫 다큐 영화입니다. 남태제 감독은 뉴스타파 함께센터 영상 편집실에서 작업했습니다. 앞으로도 <뉴스타파>는 ‘탐사보도’, ‘비영리매체’, ‘협업저널리즘’ 같은 가치를 지켜나가며, 한국 언론의 품질 발전을 이끄는 길잡이가 되겠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뉴스타파> 구성원 여러분, 새해도 지금껏처럼 자부심을 지킵시다.

(최유진 기자)


편집 : 홍석희 기자

정소희 양동훈 최유진 기자 ubersop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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