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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발달은 왜 약자를 외면할까

기사승인 2020.01.01  15:3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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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사전] ‘장애인’

   
▲ 황진우 기자

내가 입대한 9월 날씨는 가을보다 여름에 가까웠다. 훈련은 뜀걸음부터 시작하는데 아침부터 내의가 땀으로 흠뻑 젖었다. 훈련병이라 내의를 빨래할 시간도 제한됐다. 그마저 손빨래였다. 자취할 때 세탁기만 사용해본 나는 처음 하는 손빨래가 어색했다. 내의에 빨랫비누를 고루 묻히는 일부터 헹구는 일까지 손으로 하다 보니 쉬운 게 아니었다. 세탁기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훈련소 기간에 어쩔 수 없이 내의 두 벌을 아껴 입으며 버텼다. ‘장교는 물론 기간병 숙소에선 세탁기가 놀고 있는데…’

급속한 문명 발달로 인류가 누리는 혜택은 급증했다. 10여 년 전만해도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출시를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편리한 휴대성 덕분에 어디서나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다양한 사람과 쉽게 소통할 수 있다. 내 손 안의 모바일로 또 다른 세계를 펼칠 수 있다. 이제는 디지털 시대를 넘어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했다. 터치스크린으로 주문하면 음식을 만들어주는 로봇까지 등장했다.

이렇게 빨리 변화하는 사회를 만든 것은 우리가 더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편리함을 누리고 있을까? 아직 모바일 티켓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인이나 시각장애인은 터미널이나 음식점에서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법조차 모른다.

   
▲ 모두가 공존 가능한 문명 발달이 이뤄져야 한다. ⓒ pixabay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고속도로휴게소 가운데 장애인을 위한 키오스크를 설치한 데는 28%밖에 안 된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용 키오스크는 아예 없다. 보통 사람에게는 정말 편리한 기계가 다른 사람에게는 무용지물이다. 편리함은 무차별적이지 않다.

물질과 공간 면에서만 배려가 없는 게 아니다. 교육과 취업 등에서 장애인을 배려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말로는 ‘공존 사회’라고 하지만 장애 학생과 일반 학생을 분리해 교육하고 공영방송인 KBS와 MBC는 지난 9년간 법정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았다.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은 장애인 혜정과 비장애인 혜영 자매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존하는 사회는 어떤 사회여야 하는지 물음을 던진다. 혜영은 ‘혜정의 언니가 된다는 것은 내가 된다는 걸 포기하는 것이었다’며 한국 사회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장애인 가족의 형편을 부각했다. 기술 발달로 이룩한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우리 의식은 예전 그대로다. 아니, 인성과 공감능력은 오히려 후퇴한 듯하다. 혜영이 혜영임을 포기하게 만든 건 혜정을 배려하지 않는 우리 사회다. ‘배려’(配慮)는 말 그대로 짝을 생각하는 것이다. 장애인을 가족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들의 짝이 되어야 한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권영지 기자

황진우 기자 gugu92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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