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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부표가 미세플라스틱 되어 식탁에

기사승인 2019.12.14  16: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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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비현장] 경남 통영해안 스티로폼 수거활동 동행 취재

작업복 위에 노란 조끼를 입고 낫을 든 남녀 20여명이 해변에 쌓인 쓰레기 더미 사이를 분주히 오간다. 지난달 6일 오후 통영환경운동연합이 주도한 경남 통영해안 정화활동 ‘나눔과 꿈’에 참여한 인근 선촌마을 주민들이다. 주민들은 풀 베는 낫으로 스티로폼 부표를 하나하나 찍어 올려 파란 그물망에 넣었다. 제법 많은 쓰레기가 그물망을 채우자, 이번엔 삼삼오오 모래사장에 쪼그려 앉아 모래에 섞인 스티로폼 가루를 두 손으로 퍼내기 시작한다. 마대에 한참 퍼 담았는데도 스티로폼 가루는 여전히 모래 속에 허옇게 보인다. 멀리 해안가 얕은 절벽을 따라 줄줄이 널부러진 폐스티로폼 부표도 눈에 들어온다.

해변 모래 속엔 스티로폼 가루가 빼곡

 
경남 통영시와 거제도를 이어주는 신거제대교 아래에서 통영환경운동연합 회원과 주민들이 물결에 밀려온 폐스티로폼 부표 등을 수거하고 있다. 해변 모래 속에 스티로폼 가루가 뒤섞여 있다. ⓒ 박지영

두 손으로 스티로폼 가루를 퍼내던 이정자(69)씨는 “워낙 잘게 쪼개져서 치울 엄두가 안 난다”며 “주워 담는 게 끝도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윤삼순(70)씨는 “파도가 때린 스티로폼이 쌀알 같은 가리(가루)가 되어 묻혀 있다”며 “이게 다 물고기 입에, 우리 입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연안에서 모래를 밟는데 발자국이 살짝 남을 정도로 푹신한 겁니다. 탄력 있는 스티로폼이 모래와 섞이니까 해안이 스펀지처럼 푹신해진 거죠. 우리가 모래는 물 속에 가라앉고, 스티로폼은 가벼우니까 물 위로 뜰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이게 모래와 섞이면서, 세상 파도 파도 1미터(m) 밑에서도 스티로폼 가루가 나오는 겁니다. 모래에 파묻힌 채로, 연안까지 많이 확산되는 거죠.”

통영환경운동연합 지욱철(54) 의장의 말이다. 그는 “스티로폼은 밀도가 낮고 기포 층이 많아 부러지기 쉽다”며 “연안에 수십 년 동안 쌓인 스티로폼 쓰레기가 파도와 암반에 부딪쳐 가루로 날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이 사는 섬 43개를 포함, 총 570개 섬으로 이뤄진 통영은 움푹 팬 ‘개(만∙灣)’가 많아 파도에 밀려온 쓰레기가 연안에 잘 갇힌다. 통영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통영 연안에서 2018년 한 해 동안 72회 1756명이 참여해 1톤(t) 트럭 68대에 가득 실을 정도의 쓰레기(약 6만8160kg)를 수거했다고 한다.

값싼 재료 찾아 굴 양식장 등에서 스티로폼 애용

   
▲ 신거제대교 인근 육지에서 바라본 바다 위 굴 양식장 모습. 국내 굴 양식장은 스티로폼 부표를 많이 사용한다. ⓒ 박지영

스티로폼으로 불리는 발포 폴리스타이렌(Expanded Polystyrene, EPS)은 전체 부피의 98%가 공기고 2%만 원료다. 열가소성 플라스틱 종류인 폴리스타이렌에 탄화수소가스를 주입해서 만든다. 잘 부서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부력(뜨는 성질)이 커서 사용하기 편리하고 가격도 저렴해 국내 어업∙양식업에 많이 사용된다. 특히 남해안에서 어린 굴을 줄에 매달아 수면 아래 늘어뜨려 키우는 수하식(垂下式) 양식에 스티로폼 부표를 많이 사용한다.

굴 양식을 해봤다는 채형관(56) 어민은 “스티로폼은 사용할수록 물을 머금기 때문에 무거워지면 바꿔야 한다”며 “가격이 저렴한 스티로폼을 재차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6년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스티로폼 부표 사용량은 김 양식장이 44%, 굴 양식장이 30%를 차지하고 있다. 통영, 거제, 고성 등이 있는 경남 남해안은 전국 굴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산지다.

수거∙처리되지 못하고 외부 환경에 노출된 플라스틱은 풍화작용을 거쳐 5밀리미터(mm) 이하의 미세플라스틱, 1마이크로미터(µm) 이하의 초미세플라스틱이 된다. 강렬한 자외선에 노출된 플라스틱은 표면이 딱딱해지면서 균열이 생기는데, 외부의 물리적 충격으로 부서지면서 작은 입자인 미세플라스틱을 형성한다. 해안에서는 수면의 자외선 반사율이 80~100%에 이르는데다 파도까지 치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이 생기기가 더 쉽다.

국내 해안 미세플라스틱 검출량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

특히 밀도가 낮은 스티로폼은 일반 플라스틱보다 미세화하기가 더 쉽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심원준 박사의 <대형플라스틱에서 미세플라스틱으로: 풍화와 파쇄> 보고서에 따르면, 통제된 실험 환경에서 24개월 동안 스티로폼을 햇빛에 노출할 경우 1제곱센티미터(cm2)면적당 약 7800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한다.

해마다 차이는 있지만,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이 국내 해안 쓰레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환경공단이 주관하는 2016년 ‘국가 해안 쓰레기 모니터링’ 조사 결과를 보면 해안가 폐기물에서는 플라스틱(57%)과 스티로폼(14%)이 많이 관찰됐다. 그 중에서도 스티로폼 부표가 6%를 차지했고, 각종 뚜껑, 페트병, 비닐봉투 등도 각각 7% 가량을 차지했다.

   
▲ 국내 40개 연안에서 연 6회 해안쓰레기를 수거한 결과 플라스틱 제품과 스티로폼이 가장 많았다. ⓒ 해양수산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 홍상희 박사는 지난달 20일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플라스틱 종류에 따라서 미세화하는 속도가 다를 수 있는데, 밀도가 낮은 스티로폼은 더 잘 부서지고 물보다 가벼운 특성이 있어서 연안으로 빨리 흘러간다”고 말했다.

오염이 심한 국내 해역(오염우심해역)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 양은 세계적으로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으로 꼽힌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국내 20개 모래 해안의 미세플라스틱 평균 농도는 1제곱미터(m2) 당 2776개로 브라질, 중국, 대만, 홍콩 등과 함께 오염도가 매우 높은 그룹에 속했다. 일본, 칠레, 러시아, 우루과이 등은 같은 면적 내에 1000개 미만이었다.

해양 생태계와 인체 영향은 지속적 연구 필요

미세플라스틱을 해양 생물이 섭취하면 생태계 전반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 플랑크톤, 물고기, 조류 등 다양한 해양생물이 미세플라스틱을 먹는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2018년 연구보고서 <플라스틱 오염 현황과 그 해결책에 대한 과학기술 정책>에서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의 자료를 인용, “경남 거제와 마산 일대의 양식장과 근해에서 잡은 굴, 담치, 게, 갯지렁이 가운데 97%인 135개 개체의 몸 속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 보고했다.

과학자들은 해양 생물의 체내에 들어간 미세플라스틱이 질식, 내부 장기손상 등과 같은 물리적 피해를 낳을 수 있고, 미세플라스틱에 흡착한 화학물질이나 함유된 첨가제가 생식기 계통 장애나 질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에는 스티로폼에서 검출되는 헥사브로모사이클로도데칸(HBCD)이 스티로폼에 붙어사는 홍합에 옮겨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HBCD가 인체에 축적되면 호르몬계, 신경계, 면역계 등에 해를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해양 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을 주제로 한 연구논문이 급증하고 있다. ⓒ Web of Science

“해양 생물을 고농도 미세플라스틱에 노출시키면 독성 성분이 검출되지만, 실제 환경 조건에서 같은 결과가 나타날지는 검증을 해야 합니다. 생물에 유해할지 여부는 지속적으로 연구를 해서 위해성 여부를 정확히 밝혀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홍상희 박사는 통제된 실험 연구에서 해양 생물을 고농도 미세플라스틱에 노출하면 독성 성분이 검출되지만, 실제 환경에서 위해성 영향은 아직 연구 중이므로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아직은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한창 정보를 축적하고 있는 신규 이슈로, 관련 연구논문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일정으로 <해양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환경 위해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종보고서는 2020년 말이나 2021년 초에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근본적 해법은 플라스틱 사용량 줄이기 

 
통영시 해안 정화활동에 참여한 김재언 이장 등 선촌마을 주민들은 아무리 청소를 해도 바람이 불면 쓰레기가 해안으로 다시 밀려오기 때문에 끝이 없다고 말했다. ⓒ 박지영

이미 발생한 미세플라스틱은 인간이 수거하기도 어렵고, 완전히 자연 분해되는 것도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덜 만들고 수거 효율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지욱철 의장은 ‘스티로폼 부표 사용 규제’를 주장했다. 그는 “국가가 어민들에게 저밀도 스티로폼을 사용하도록 권장했고, 이제는 고밀도 스티로폼을 친환경 부표로 부르며 권장한다”며 “사용 승인을 낸 국가가 어민들에게 사용자 책임을 묻는 건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스티로폼을 원천적으로 대체할 부표를 마련해 어민의 양식 활동을 지원하면서 스티로폼 부표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 의장은 또 폐스티로폼 부표를 지자체가 사들이는 ‘수매제도’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영시청은 2014년부터 도서지역 폐스티로폼 수매사업을 하고 있으나 매년 수거량이 100톤(t) 안팎에 그쳐 불충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통영시청 해양개발과 김정규 해양관리팀장은 “해양쓰레기는 전국적으로 동시에 수거 되어야한다”며 “전담 수거 인력으로 통영에서 발생하는 해양쓰레기를 모두 수거∙처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업 단체들이 해양 쓰레기에 관심을 가지고, 어민들이 자율적으로 수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상희 박사는 “플라스틱 생산부터 폐기되는 단계까지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얼마만큼 쓰이고 버려지는지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플라스틱 쓰레기를 관리하고 정책을 도출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이윤정 전문연구원은 지난달 27일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쓰레기 분리∙선별 등) 재활용을 위한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해안쓰레기는 페트병, 비닐봉투, 폐 어구 등 종류가 다양하고 소금기와 이물질 등 오염을 처리하는 비용도 많이 들어 민간업체가 처리를 꺼린다. 이 전문연구원은 “재활용까지 갈 수 있는 배출-수거-처리 프로세스를 마련해서 어업인들이 정확한 방법을 안내 받아 폐기물을 간편하게 배출하고, 민간처리업체가 이를 처분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편집 : 양안선 PD

이정헌 박지영 기자 93jh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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