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기후변화와 제천 한라봉

<앵커>

‘한라봉’하면 어느 지역이 떠오르시나요? 따뜻한 남쪽 섬 ‘제주’가 생각나실텐데요. 한라봉이 겨울추위로 이름 높은 중부 내륙지방에서도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농가 소득증대로 희소식이지만, 마냥 반길 일인지. 이정헌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일찍 찾아온 초겨울 추위 속에 농촌 들녘 비닐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온난지역 과일 한라봉이 탐스럽게 열려 취재진을 맞습니다. 이렇게 먹음직스런 한라봉이 달린 이 지역이 제주도일까요? 겨울철이면 때로 전국 최저 영하기온을 기록하는 충북 제천시 고암동입니다. 겨울왕국 제천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변화입니다.

인터뷰) 제천 양지농원 박호영 대표

"여기 강원도 철원하고 날씨가 거의 비슷합니다. 기후변화가 워낙 심하기 때문에 지금 아랫 지방에서부터 북부지방으로 모든 과일들이 올라오는 추세거든요. 그래서 저는 다른 사람보다 미리 실험하기 위해서 (만감류 재배를) 하게 됐어요. 겨울에 난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농가에서는 할 수가 없고요. 저는 딸기를 하기 때문에 시설이 어느 정도 돼있었기 때문에 하기가 더 수월했어요."

딸기에서 한라봉으로. 비록 하우스 재배지만, 기후변화 정확히 온난화가 농업에도 영향을 주는 겁니다. 우리나라 평균 기온은 10년 단위로 0.18도씩, 지난 100년간 꾸준히 올랐습니다. 겨울추위가 심한 충청북도의 평균기온도 2017년 11.8도로 예년의 11.3도보다 0.5도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작물 재배지는 100km 북상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제천시농업기술센터 작물환경팀 이은규 팀장

"저희들도 앞으로도 기온은 상승한다고 보고, 아직까지 작물 자체를 여기서 절대적으로 맞다 안맞다가 중요한 것은 아니고, 우리 기후가 (아열대로) 변화하니까 아열대작물을 한번 시범적으로 재배해보자..."

평균 기온 상승으로 남쪽지방 있던 농산물 주산지가 점차 북상중입니다. 충남 논산과 경북 청도 특산품인 복숭아가 강원 춘천에서 생산됩니다. 소비자들의 과일 선택폭이 넓어지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문제도 뒤따릅니다. 통계청의 보고서를 보시죠. 몇 십년 뒤면 사과나 복숭아 등의 재배지역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문경환 연구관

"기후가 변하면 여기 있는 온대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변한다는 건데... 온대기후에 적합했던, 많이 보는 작물들이 점점 살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지죠. 앞으로 기후가 변하게 되면 한반도에서 재배되는 작물들이 점차 변할 수 있고, 작물마다 재배에 적합한 온도 범위나 이런 걸 가지고 미래에 어떻게 해야 할까... 이상기상이 발생해서 갑자기 수확을 못 하게 된다든지 이런 현상이 점점 잦아지고 있으니 그런 걸 대비하기 위해서 농산물 재해보험이 확대되고 있어요. 예전에는 그런 걸 무관심하게 생각하시다 갑자기 재해가 올 수 있으니까 보험에 가입하는 비율도 늘어나고 있거든요. 기후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닥칠 위험을 미리 대비하신다든지 자기 농장이 지금까지는 기상이 이랬는데 앞으로 어떻게 된다더라 그런 것들을 농업 연구하는 기관이나 농촌진흥청같은 데서 제시해주는 정보를 숙지하고 계시다가 나중에 필요한 부분들을 뽑아서 추려서 활용하시려는 자세도 갖추고 계시는 게 좋을 겁니다."

제주과일 한라봉을 제천에서 생산하는 시대. 재배기술 발전도 있지만, 근본 배경에는 기후변화, 즉 온난화가 자리합니다. 그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해 장단기 대책을 마련해야 할 텐데요. 단기적으로는 농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요. 장기적으로는 이상 기후변화를 줄일 에너지 정책 전환에 관심을 모을 때입니다.

단비뉴스 이정헌입니다. 

(영상취재, 편집 : 이정헌, 최유진 / 앵커 : 최유진)


편집 : 강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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