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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1 – ‘칼의 이’ ‘일상적 정의’

기사승인 2019.12.06  22: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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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장은미 기자 akimmin37@naver.com

- [청년기자들의 시선] ⑦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 중심에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검찰이 있다. 검찰이 진행중인 수사사건에 대한 시시비비가 아니다. 서초동 촛불 이래, 검찰개혁의 과제로 떠오는 자의적 기소, 무분별한 압수수색, 과도한 수사, 언론에 수사내용 흘리기 등 검찰개혁 과제들이 그대로 반복 재연되고 있다. 지금 검찰은 어떤 얼굴로, 어디에 서 있는가? [청년기자들의 시선] 네 번째 주제는 ‘검찰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칼의 이, 일상적 정의, 견제와 균형, 시민’ 네 키워드에 시선을 고정한다. (편집자)

<키워드 하나, 칼의 이>

서초역 사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가 촛불을 들었다. 시위대는 내 귀가 먹먹할 정도로 ‘검찰개혁’을 외치며 일제히 ‘검찰개혁, 정치검찰 OUT’라 적힌 피켓을 들어 올려 흔들었다. 시민들을 대검찰청 앞으로 불러낸 건 조국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의 먼지털기식 수사였다. 검찰에 ‘찍힌’ 한 인물이 만신창이가 되는 모습이 언론에 실시간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모습을 보면서, 시민들은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 행사에 위기의식을 느꼈다. ‘검찰에 걸리면 죽는다.’ ‘다음 타깃은 누가 될지 모른다.’ 서초동에 모인 군중들의 눈빛에서 촛불보다 뜨거운 결기가 느껴졌다.

   
▲ 서초동에 모인 군중은 검찰권력을 축소해야 한다고 외쳤다. 검찰개혁을 향한 시민의 열망이 이토록 뜨거운 적은 없었다. ⓒ 이정헌

‘다음 타깃은 누구인가’

대한민국 검찰은 전 세계 어느 사정기관보다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한 손엔 수사권, 다른 손엔 기소권을 쥐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없는 혐의도 만들고 누구라도 재판에 부칠 수 있다. 처음부터 기소하겠다 정해놓고 ‘끼워 맞추기식’ 표적 수사도 한다. 표적수사는 피고인을 구속하겠다 작정하고 수사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형사사법 절차의 대원칙인 무죄 추정의 원칙을 훼손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시민의 권리를 침해한다. 무죄로 추정하기는커녕 유죄를 확정해놓고 수사를 벌이는 셈이다.

검찰총장이 진두지휘하고 직접 수사를 전담하는 특수부가 대대적으로 별 건수사까지 감행하며 압수수색을 벌이면 결국 ‘털려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 무고하더라도 먼지처럼 보이는 뭔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누구든 검찰에 밉보이면 한순간에 나락으로 밀려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역사에는 제동장치가 없는 검찰 권력이 고문과 조작으로 무고한 이에게 누명을 씌워 옥살이를 시킨 비극적인 사례가 수없이 많다.

검찰의 권력 남용 견제는 검찰의 직접 수사를 완전히 폐지하는 등 검찰 권력 축소부터 시작해야 한다. 수사는 전적으로 다른 기관이 맡도록 하고 검찰은 기소만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검찰이 기소만 맡게 된다면 무리한 표적수사를 통한 마구잡이식 ‘찍어누르기’는 불가능해진다. 죄 없는 사람마저 불안하게 만드는, 없는 죄를 만들어 씌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무장한 검찰을 일차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폭력적인 검찰수사를 향한 비난이 쏟아지자, 검찰은 자중하듯이 직접수사 범위를 경제, 부정부패, 방위사업, 공직자 선거 등 특정 분야로 제한하겠다는 자체 개혁안을 발표했다. 검찰 개혁안은 검찰이 중요한 사건들에 계속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검찰의 직접 수사의 범위를 축소하는 정도로는 안 된다. 직접 수사권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

   
▲ 무소불위 검찰권력이 자아낸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들. 견제받지 않는 검찰권력은 끊임없이 인권침해 논란을 빚어왔다. ⓒ <파이낸셜뉴스> <한겨레> <시사포커스>

‘칼의 이’를 빼라

검찰은 권한 약화가 아니라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검찰의 중립성 보장 논의는 허구적이다. 달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이라는 더 없이 효과적인 무기가 있는데, 어느 권력자가 그 무기를 이용해보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 않을까? 민주사회에서 정권은 주기적으로 교체되는 만큼, 제도가 아닌 권력자 개인의 선의를 믿는 것은 위험하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려 했으나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자마자 강압적 검찰 수사의 피해자가 됐다.

잘 갈아 날이 선 칼을 옆에 두고 손에 닿지 않는 방안을 고민하는 건 효력이 없다. 아예 ‘칼의 이’를 빼는 게 맞다. ‘칼의 이’를 빼버리면 휘둘러 보고 싶은 유혹도 약해진다. 칼이 혼자 칼춤을 추게 되어도 다칠 일이 적어진다. 대한민국 검찰 권력을 약화시켜, 한 걸음 더 진보된 사회를 만들라는 촛불 시민의 정당한 분노에 응답해야 한다.

(김정민 기자)

 

<키워드 둘, 일상적 정의>

어떻게 고담시를 정의가 넘치는 도시로 만들 수 있을까?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은 청렴한 검사 하비 덴트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려 한다. 배트맨은 고담시 밖으로 도망간 범죄자를 체포해 하비 덴트에게 넘기고, 그가 법을 집행해 처벌할 수 있게 뒤에서 돕는다. 배트맨이란 ‘영웅이 만드는 정의’가 아닌, 하비 덴트가 제도로써 실현하는 ‘일상적 정의’가 고담시에 정착되길 바랐다. 배트맨이 간과한 것이 있다. 그의 조처는 하비 덴트를 ‘또 다른 배트맨’으로 만들면서, 결과적으로 개인의 선의에 기댄 정의실현을 꿈꾼 것이었을 뿐이다. 영웅에 기댄 정의실현은 위태롭다. 조커는 계략을 꾸며 하비 덴트의 약혼녀를 죽게 만들고, 절망한 하비 덴트는 사적 복수에 나서게 된다. 영화는 정의의 상징이자 고담시의 희망이던 그의 몰락을 그려내며, 개인에게 기댄 정의 실현이 모래성처럼 쉽게 무너진다는 걸 보여준다.

   
▲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은 청렴한 검사 하비 덴트를 통해 고담시에 ‘일상적 정의’가 만들어지길 바랐지만 그것은 실현되지 않았다. ⓒ 워너브라더스

검찰이 영웅이 되면 안 되는 이유

영웅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조국 국면에서 여론의 중심에 선 인물은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는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추앙받았다. 윤 총장 인사청문회 위증을 다룬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원색적 비난까지 들을 정도였다. 윤석열에 관한 어떤 비난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대통령 지지로 임명된 새로운 ‘영웅’ 조국 법무장관을 수사하면서, 윤석열의 검찰은 ‘검찰춘장’이라는 조롱을 듣는 등 싸늘한 민심과 마주했다. 사법농단의 두세 배에 이르는 압수수색영장이 집행됐고, 여느 때와 다르게 빠른 수사가 진행됐으며, 검찰이 언론의 중요 취재원으로 등장했다. 사람들은 윤석열과 조국을 ‘영웅’ 배트맨과 하비 덴트처럼 여기고, ‘영웅’이 손쉽게 악을 처단하리라 기대했다. 윤석열과 조국 영웅 서사의 결말은 비극으로 끝났다. 추미애 의원이 법무장관으로 지명됐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영웅 만들기에 나설 여론을 경계해야 한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 검찰을 합법적으로 견제해야 한다. 시민이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촛불을 든 이유는 ‘조국 지키기’가 아니었다. 수년 간 ‘정치검찰’ ‘스폰서 검사’ ‘벤츠 검사’ ‘떡검’ 등의 사건을 접하며 쌓여온 검찰 불신의 표출이었고, 더 이상 검찰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외침이었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검찰은 자기네 비위 사건들을 제대로 조사하지도, 처벌하지도 않았다. ‘정치검사’란 과오도 벗어날 수 없다. ‘미네르바’와 ‘정연주 KBS 사장’ 구속, ‘세월호 민간 잠수사’ 사건 등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와 무리한 기소는 사회적 논란을 낳았고, 무죄 판결로 끝났다. 법의 정의는 평범한 사람들 눈높이에서 상식적인 수사와 기소에서 실현된다. 경찰이 수사권을, 검찰이 기소권을 나눠 갖는 검경수사권 조정이 필요하다.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처도 검찰권력을 분산하는 좋은 방법이다. 규모나 처장 임명 방식, 수사권‧기소권에 관한 우려는 세세하게 다듬으면 된다.

   
▲ 검찰은 신뢰를 잃었다. 정의는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상식적인 수사와 기소에서 실현된다.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은 ‘선출되지 않은’ 검찰권력을 분산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외쳤다. ⓒ 박지영

촛불 시민이 실현해야 할 ‘일상적 정의’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조커는 고담시를 떠나려는 두 척의 배에 폭탄을 설치하고, 기폭장치를 반대편에게 준다. 상대방 시민을 서로 죽이게 만들려던 조커의 계획은, 어느 쪽 시민도 기폭장치를 누르지 않아 수포로 돌아간다. 한 쪽이 자신들만 살려고 기폭장치를 눌렀다면, 상대 배에 탔던 사람들도 똑같이 했을 것이다. 자신만 지옥에서 벗어나겠다는 이기심은 결국 모두 불지옥에 빠지게 만든다. 고담시를 악의 소굴로 만든 것은 조커만이 아니었다. 제도와 시스템이 시민들의 삶을 지켜주지 못했다. 악당에게 협조하며 ‘(나의 비위로) 정말 시민이 위험해질지 몰랐다’는 검찰과 경찰의 무책임과 안일함이 고담시 전체를 범죄도시로 만들었다. 고담시를 구한 것은 배트맨의 힘이 아니었다. 기폭장치를 누르지 않은 이름 모를 시민들, 또 다른 청렴한 경찰 고든과 검사 레이첼, 배트맨을 돕는 조력자 알프레드와 폭스였다.

영화는 영웅 혼자서 정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바람 불면 날아갈 듯 약한 촛불들이 모여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검찰개혁은 ‘영웅’이 가진 힘을 빼내, 법과 제도로 ‘일상적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다. 시민이 검찰개혁의 목격자이자 감시자 역할을 하며, 더 나은 제도와 법을 만들어 나가도록 촉구해야 한다. ‘일상적 정의’는 상식 있는 촛불 시민의 손에 달렸다. 정의는 2019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당신과 나,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장은미 기자)


편집 : 윤재영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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