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양특강]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주제 ② 뮤지컬을 통한 창의적 사고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창의력’을 핵심 단어로 두 번째 주제 강연을 했다. 창의력이 무엇인지, 창의력을 어떻게 발휘할 수 있는지, 나아가 창의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며 강의를 풀어나갔다.

“여러분은 저널리즘을 배우니 사실 위주로 접근하는 고민을 하겠지만, 문화산업 분야는 다릅니다. 창의력은 문화산업 분야에서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작가나 작곡가가 살아남으려면 창의적 결과물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뮤지컬을 통한 창의적 사고'에 관해 강연하고 있다. ⓒ 김지연

김연아는 왜 노인의 이별 장면을 열연했나

원종원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즐길 수 있다”며 김연아의 소치 올림픽 무대 영상을 소개했다. 이 무대의 음악은 ‘어릿광대를 들여보내 주소서’라는 곡이다. 이 곡은 <작은 밤의 노래>라는 뮤지컬에 나오는데, 머리 희끗희끗해진 노인들이 이별하며 부르는 노래다. 젊은이들의 열정적 사랑과는 전혀 다른 감정의 노래라고 그는 설명했다.

▲ 김연아 선수가 소치 올림픽 피켜스케이팅 쇼트프로그램에서 '어릿광대를 들여보내 주소서'에 맞춰 열연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연아가 왜 위대한 스포츠 스타일까요? ‘세 바퀴’ 잘 돌고 이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노년의 이별 장면을 스물 몇 살짜리가 빙판에서 완벽하게 표현해서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저 나이대가 표현할 수 없는 감수성이죠. 오직 김연아만 할 수 있는 것이기에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기술력, 예술성을 모두 갖춘 스케이터라 평가받은 겁니다.”

그는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다른 사례도 들었다. 1980년대 대한항공은 ‘Welcome to my world’라는 노래를 광고 음악으로 활용했다. 문제는 대한항공이 몰랐던 비화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 노래의 원곡을 부른 짐 리브스는 비행기 사고로 죽었다.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당연히 이 노래를 항공사 광고 음악으로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원 교수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볼 때는 스토리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며 “더 탐구하고 이면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이런 실수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뮤지컬 ‘빅4’의 공통점은?

“흔히 사람들은 창의력이라고 하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이것이 창의력의 첫 번째 범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말 그대로 천재의 영역이죠. 하지만 창의력이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 교수는 두 가지 범주를 더 제시했다. 익숙한 것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방법, 익숙한 것들을 합쳐서 새로운 쓰임새를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그는 실제로는 두 번째와 세 번째가 더욱 일반적인 창의력이라고 말했다.

원 교수는 ‘Big 4’라 불리는 <캣츠> <레 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을 모두 캐머런 매킨토시라는 인물이 제작했다고 말했다. 매킨토시는 저 뮤지컬들을 제작하면서 어떤 방식을 활용했기에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을까?

이 네 작품의 공통점은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원작이 있거나 모티브가 된 이야기가 있다. 또는 여러 이야기를 엮어서 만들기도 한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두 번째와 세 번째의 창의력이다.

▲ 세계 4대 흥행 뮤지컬. 왼쪽 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레 미제라블>. ⓒ Google

<캣츠>는 고양이의 목숨이 여러 개라는 전설에서 영감을 얻어 고양이가 환생하는 이야기로 재창조했다. <오페라의 유령>과 <레 미제라블>은 원작 소설을 변형한 작품으로, ‘노블컬’(noble musical)이라고도 불린다. <미스 사이공>은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에 베트남 전쟁 당시 있었던 실화를 가미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품이다.

80만원짜리 해리포터 연극

원 교수는 현대 문화산업의 부가가치 창조 방식을 OSMU 곧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로 소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명한 <해리포터> 시리즈다.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 게임, 테마파크로까지 제작된 해리포터 시리즈는 이제 연극으로도 공연된다.

<해리포터> 연극은 1, 2편으로 만들어졌다. 각 편 입장료가 40만원이니, 전체를 관람하려면 80만원이 든다. 극장에 들어가면 아스카반을 지키는 유령인 ‘디멘터’가 머리 위를 날아다닌다. 관객들을 더 놀라게 하는 건, 그 유령이 두려움을 먹기 위해 '내려온다'는 것이다. 탁월한 구성력에 우월한 기술력이 뒷받침되어 무대 자체가 판타지로 변한다. 이러한 경향은 연극뿐 아니라 뮤지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할머니까지 돌아오게 하는 주크박스 뮤지컬

▲ 원종원 교수가 대표적인 주크박스 뮤지컬의 포스터들을 소개하고 있다. ⓒ 김지연

뮤지컬 분야에서 대표적인 OSMU는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왕년의 인기 음악을 가져와서 만든 뮤지컬을 말한다. 원 교수는 “아바의 음반은 더는 팔리지 않지만, 아바의 노래로 만든 맘마미아는 15만원 내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저지 보이스>(Jersey Boys)라는 작품을 영국에서 관람한 이야기를 하며 주크박스 뮤지컬의 생명력을 환기했다.

“‘저지 보이스’는 포시즌스(Four Seasons)의 노래로 만든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제가 영국에서 보는데 웬 할머니가 앉아서 노래를 따라 부르시더라고요. 전 ‘할머니 노래 들으러 온 게 아니에요’라고 말하려고 별렀지요. 그런데 그 할머니가 갑자기 제게 ‘내가 네 나이 때 듣던 음악이다’라며 말을 거는 겁니다. 하려던 말이 쏙 들어갔어요. 이렇게 주크박스 뮤지컬은 옛날 노래 좋아하던 사람까지 돌아오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BTS가 강남스타일처럼 끝나지 않으려면

▲ 뮤지컬 <위 윌 락 유>(We will rock you)' 공연 장면. ⓒ 엠에스콘텐츠그룹

오는 12월 초연하는 뮤지컬 <위 윌 락 유>(We Will Rock You)는 퀸의 음악 24곡을 토대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지난해 싱어롱 영화상영으로 한국을 휩쓸었던 <보헤미안 랩소디>의 뮤지컬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위 윌 락 유>는 뮤지컬 최초로 싱어롱 무대에 도전한다. 영화가 성공하자 뮤지컬에서도 똑같은 시도를 통해 부가가치를 더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원 교수는 “강남스타일이 떴을 때 그냥 노래가 잠시 유행하는 것으로 끝났다”며 “이것은 방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1위를 했다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이것으로 부가가치를 어떻게 창조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갖고 있는 자산을 재가공해서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문화산업 경쟁의 장입니다. 우리는 지금 한류가 성공했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 부가가치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다음 시대의 한류는 뮤지컬

▲ 무비컬 <프로즌>(Frozen) 영상을 시청하는 학생들. ⓒ 김지연

원 교수는 마지막 영상으로 브로드웨이 무비컬 <프로즌>(Frozen)의 한 장면을 보여주었다. <프로즌>은 영화 겨울왕국을 무대에서 실감 나게 재연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서양 것만 가져오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력과 기술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산업은 다 그런 과정을 거쳐 성장합니다. 제가 고등학생 때는 가요 대신 팝송만 들었는데 이제 BTS가 빌보드 1위를 합니다. 그 시절 한국 영화는 가치가 없었지만 이제 <기생충> 같은 영화가 나옵니다. 다음 시대에는 뮤지컬도 한류가 될 겁니다. 뮤지컬은 원래 완전히 창조하는 게 아니라 있는 것을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상당히 유리한 환경에 있습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19년 2학기 [인문교양특강]은 원종원 안치용 이택광 김용락 권순긍 조문환 정희진 조효제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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