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전] ‘돈’

▲ 임지윤 기자

“돈이 오고 가는 건 항상 신중해야 한다.” 대학 입학 무렵 처음으로 체크카드를 발급받을 때 어머니에게 들은 말이다. 온라인 시장이 발달하고 휴대폰 기능이 점점 좋아져 이제는 카드거래조차 불편한 시대가 됐지만 여전히 어머니는 과거를 살아간다. 보이스 피싱 사기꾼에게 당한 이야기가 자기 이야기일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경제성장의 산물인 IT 기술이 누군가에겐 더 큰 불신을 만들어낸다.

어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친구든 연인이든 어디서나 ‘더치페이’가 사람의 매너를 나타내는 기준이 됐다. 비용 지출이 한쪽에만 쏠리면 그 관계는 유지하기 쉽지 않다. 더치페이 속에는 각자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값을 달리 지불하는 분배 방식은 없다. 기계적 분배만 있을 뿐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돈 거래에 민감한 걸까? 돈에는 노동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한 대가로 받는 돈을 남에게 선뜻 건네는 건 쉽지 않다.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어려운 밑바탕에 이런 심리가 깔려 있다. 자유시장경제체제 아래 개인이 노력해서 경쟁을 뚫고 이뤄낸 성과를 왜 다른 사람에게 넘겨줘야 하냐는 거다.

▲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이들의 몫을 챙겨주는 일이 시급하다. © Pixabay

그러나 이는 전제가 잘못됐다. 이 세상에 개인의 노력을 정당하게 평가하는 수단은 없다. 과거 사농공상의 신분제 사회에서 선비들은, 농사 짓고 돼지 멱 따는 평민이나 백정을 지배할 수 있었다. 미국 남북전쟁 때는 백인이 흑인에게 강제노역을 시키며 자본을 축적했다. 당시에는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졌지만 오늘날에는 기본권인 인권을 깔아뭉갠 사례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일종의 ‘계급사회’다. 누군가는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해 ‘노동법 준수’를 외치는데, 다른 누군가는 재벌 자식으로 태어났다고 출발한 비행기까지 회항시키며 갑질을 일삼는다. 청년이 혼자 고장 난 컨베이어벨트를 고치다가 몸이 끼어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지만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는 오늘도 위험 속에 자신을 맡긴다.

복지국가로 가는 길은 우리 사회의 불공정함을 인정하는 지점에서 시작한다.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이들의 몫을 챙겨주는 일이 시급하다. 돈을 신처럼 떠받드는 물신주의 풍조를 완화하려면 남의 몫을 탐내는 욕심부터 버려야 한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 제14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에서 우수작으로 뽑힌 이 글을 쓴 이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재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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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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