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제천 보행자 신호 길이

<앵커>

횡단보도를 건너다 중간에 신호가 바뀌어 곤란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파란불이 짧으면 어르신들 같이 걸음이 느린 노약자들이 힘든데요. 시민안전 위협하는 아슬아슬 신호등. 대책은 없는지, 양동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제천시외버스터미널 근처 4차선 도롭니다. 보행신호가 얼마나 빨리 바뀌는지 직접 걸으며 시간을 재보겠습니다. 보행신호가 파란 불로 바뀌자마자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빨리 걸었는데도 이렇게 건너편에 도착한지 5초 만에 빨간 불로 바뀝니다.

인터뷰) 오세연 제천동중학교 학생

"차를 타고 가다가 횡단보도를 제 시간에 못 건너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본 적이 있어요. 짐 같은 것을 들고 가시면서 허리가 불편하셔서 구부정하게 느리게 가시는 할머니셨어요."

이번에는 제천역 앞의 4차선 도로로 가봅니다. 전체 신호 길이는 23촙니다. 건너편에 도착한 지 8초 정도가 지나자 빨간 불로 바뀝니다.

인터뷰) 윤순자 제천 의림동 거주 시민

"노인분들은 (빠르게) 못 오시니까 다리가 아파서, 그래서 한참 기다려요, 차가. (신호가) 바뀌는게 몇 분 정도 돼요?" "(기자)여기(제천시민회관 앞)가 17초 정도 될 거에요." "한 25초로 늘리면 될 거 같아요."

서울 경복궁 근처와 제천 하나웨딩프라자 앞 횡단보도 촬영 영상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두 곳에서 기자가 길을 동시에 건너기 시작합니다. 서울에서는 12초, 제천에서는 11초 만에 건너편에 도착합니다. 서울에서는 건너편에 도착한 뒤 19초 정도 남지만, 제천에서는 불과 7초 남았습니다. 유동인구나 교통량 등을 감안하더라도 큰 차입니다.

75세 이상 노인이 20m를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9초. 18초가 걸리는 20~30대 청년보다 11초가 더 필요합니다. 결국 30대인 기자가 도착하고 나서 10초 정도 남아있어야 노약자도 안전하게 건널 수 있습니다.

인터뷰) 지우석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7초면 지금 기준에는 맞는 거 같아요. 초당 1m 정도 해서 횡단보도 거리 계산해서 신호를 잡거든요. 노인분들 같은 경우에는 외국에선 (이동 속도를) 초당 0.5m로 잡기도 하거든요. 그런 기준에 따르면 노인분들에게는 좀 짧죠."

제천시의 노인 인구 비율은 19.7%, 서울의 14.4%에 비해 월등히 높습니다.

인터뷰) 이준우 제천시청 교통과 주무관

"실질적으로 저희가 늘린 것도 있어요. 늘린 횡단보도도 있고요. 거기 (제천시민회관 앞) 같은 경우는 이제 버스차로들이, 버스들이 꼬리물기 하는 것 때문에 보행자분들이 들어가는 시간을 약간 늦추다 보니까 그렇게 생겼을 수 있어요."

노약자들 이동권 보장을 위해 제천시의 적극적인 행정이 아쉽습니다. 단비뉴스 양동훈입니다.

(영상취재, 편집 : 김현균 / 앵커 : 김현균 / 기자 : 양동훈)


편집 :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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