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 ② 기술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밀레니얼 세대를 독자와 시청자로 사로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들에게 맞는 뉴스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분석하고 실천해 온 국내외 전문가들과 500여 청중이 모였다. 한국언론재단의 ‘2019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는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24일부터 이틀간 독자, 기술, 전략 세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단비뉴스>는 토크콘서트를 ‘뉴미디어, 기자들 ‘가욋일’ 아니다’란 제목으로 보도한 데 이어 ‘기술’ 부문 발표를 중계한다. (편집자)

 

▲ 올해로 3회째인 ‘2019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가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24일부터 이틀간 열렸다. ⓒ 임지윤

‘시청자 원하는 뉴스’ 실현해주는 기술

BBC Voice+AI 뉴스·정보서비스 에디터 조 머피(Zoe Murphy)는 ‘뉴스의 원자화(Atomising the News)’ 주제 발표에서 “방송사는 시청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에 맞춰 뉴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 독자들을 확보하는 게 BBC의 목표”이지만 “BBC와 같은 전통적인 레거시 방송들이 넷플릭스나 유튜브 유저들에게 시청자들을 빼앗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부분 젊은 세대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뉴스에 접근하면서 다양한 관점과 시각을 보고 싶어 하는 만큼 BBC는 작은 블록 단위로 뉴스를 원자화해 짧은 텍스트, 긴 텍스트, 동영상 등 뉴스를 선택할 수 있게 구현하려고 노력했다. 머피는 “큰 숙제는 뉴스를 냉소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라며 “BBC 콘텐츠를 해독하기 쉽게 기존 TV 뉴스 패키지를 분해하고, 음성 지원 시스템과 함께 새로운 순서로 콘텐츠를 편집하면서 훨씬 더 객관적이라는 느낌을 시청자들에게 줬다”고 덧붙였다.

▲ BBC는 독자들이 기사 텍스트가 너무 길다고 느끼면 다른 웹사이트로 빠져나가는 것을 참작해 기사 자체는 짧게 만들고 추가 정보를 원하면 다른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동하는 ‘Expander’ 기능을 개발했다. ⓒ BBC

머피는 “젊은 세대들은 뉴스를 보고 나서 무기력하게 느끼는 감정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플라스틱에 관한 뉴스를 보고 ‘내가 플라스틱을 줄여야겠다’고 사고를 촉진하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이는 젊은 세대들이 자신들이 뭔가 행동할 수 있는 정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젊은 세대가 뉴스를 외면하면 민주주의 체제에 안 좋은 결과를 만든다”며 “조금 더 유연하게 뉴스를 다시 구성하면서 기사를 보여주는 방식을 다양화해 젊은 청취자들이 뉴스를 접하는 데 느끼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BBC 에디터 조 머피는 ‘뉴스의 원자화’라는 주제 발표에서 “방송사는 시청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에 맞춰 뉴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임지윤

BBC Voice+AI 보도국장 무쿨 데비찬드(Mukul Devichand)는 머피와 마찬가지로 ‘뉴스의 원자화’ 주제 발표에서 “음성 AI를 통해 기계와 이야기하고 내가 원하는 뉴스를 얻어낼 수 있다”며 “이는 미래 기술이나 10년 후 기술이 아니라, 지금 가능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표적인 음성 어시스턴트로 카카오 미니, 네이버 클로바, 알렉사 등을 꼽았다. 데비찬드에 따르면, 영국 성인의 26%는 스마트 스피커를 보유하고 있고 음성을 통한 뉴스 검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데모를 하나 가져왔습니다. BBC는 이렇게 안 하겠다는 사례로 영상을 하나 보여드립니다. 이걸 보면 여기에 나온 사람은 진짜가 아니고 유명 기상 캐스터를 합성한 것입니다. 영상에 나오는 사람도 합성이고, 음성도 합성이고, BBC 기상 API에서 글을 줄줄 읽은 겁니다. 왜 이렇게 (기상예보를) 하지 않을까요? 북경(장소), 10월(시간), -10도(온도), 바람(날씨) 다 설정할 수 있거든요. 문제는 이게 합성이라는 것을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전달할 수 있을까요?”

▲ BBC Voice+AI 보도국장 데비찬드도 머피와 마찬가지로 ‘뉴스의 원자화’를 주제로 발표를 했다. ⓒ 임지윤

무쿨 데비찬드는 BBC가 신뢰받는 공영방송이 되려면 개인 맞춤화한 음성 AI 어시스턴트가 제공되는 상황에서도 뉴스 신뢰도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BBC는 정보에 관한 신뢰를 잃고 있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대중의 우려와 두려움을 보호하고, 문화·사회·정치 등의 스토리를 담는 등 가치 있는 것들이 상실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공지능은 저널리스트 이길 수 없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메러디스 부르사드(Meredith Broussard) 뉴욕대 교수의 주제는 ‘인공 무(無) 지능(Unintelligence)’이었다. 부르사드 교수는 인공지능(AI)을 ‘무(無) 지능’이라고 표현했다. 인공지능이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똑똑한 단계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인공지능을 세부적으로 구분해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인공지능은 컴퓨터과학의 하부 분야인 ‘기계학습 사용’을 뜻하는데, 그것은 할리우드 영화 등에서 나오는 상상적 인공지능과는 다른, 좁은 의미의 인공지능이라고 말했다. 즉 수학 계산을 더 빨리하는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널리즘에서 인공지능은, 화려하고 마법 같은 일이 아니라 반복적인 일을 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두 번째 발표자 메러디스 부르사드(Meredith Broussard) 뉴욕대 교수의 주제는 ‘인공 무(無) 지능(Unintelligence)’이었다. ⓒ 윤종훈

저널리즘에서 인공지능은 굉장히 유용하다. AP 통신에서는 로봇을 이용해 보도문을 작성하기도 하고, <블룸버그> <워싱턴포스트> 등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부르사드 교수는 “인공지능이 저널리스트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CNN의 ‘인공지능이 소개하는 날씨 부문’을 예로 들었다. 기술 초반에는 신기하다는 이유로 독자들의 관심을 끌겠지만 결국 인간을 다시 찾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야기를 직접 구성해내는 스토리텔러 같은 경우 더 전망이 있을 것이라 예견했다.

“테크노쇼비니즘(technochauvinism)은 일종의 편견입니다. 결국은 인간이 결정합니다.”

부르사드 교수는 ‘테크노쇼비니즘’을 경계했다. 테크노쇼비니즘이란 ‘컴퓨터가 사람보다 항상 낫다’는, 인터넷 기술과 정보에 관한 맹신을 의미한다. 이런 테크노쇼비니즘은 기술발전에 따라 점점 더 강해졌고, 인공지능은 편견 없이 객관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생겨났다. 부르사드 교수는 생각이 달랐다. 그는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킨 대표적 인물인 클로드 섀넌, 앨런 튜링, 마빈 윈스키, 존 폰 노이만,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등은 모두 백인에 남자고 소수의 학교에 다닌 동일 집단이다. 동일 집단이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동일 집단일수록 비슷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편향성이 기술에 내재할 수밖에 없고 인공지능 기술에도 편견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그는 또 “인간은 양의 비대칭(Positive Asymmetry) 성향이 있기 때문에, 알고리즘을 만들 때 소수의 의견을 내기 힘들고 결국 편향성에 동조하게 돼 인공지능의 편견을 더 강화한다”고 우려했다.

“기술이 발전했지만,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았고 디지털에서 부정부패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저널리스트가 그 점을 인식하고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5백여 청중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밀레니얼 세대를 독자로 끌어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 임지윤

부르사드 교수는 저널리스트의 인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똑똑하지 않고 인공지능과 관련한 많은 알고리즘과 콘텐츠는 결국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라며 “인공지능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잘못된 결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막을 저널리스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으로 인공지능에 관한 기술을 제대로 사용해야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저널리스트의 책임성을 강조했다.

“성공한 탐사보도는 적극적 기술 활용”

 번째 강연 주제는 ‘탐사보도 영향력 측정’이었다. 공동 발표자로 나선 애니 샤벨(Annie Chabel) 미국 탐사보도센터 최고운영책임자와 해나 영(Hannah Young) 미국 탐사보도센터 독자 책임자는 “자신들이 일하는 센터가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래된 탐사보도 전문기관”이라며 “사람들 삶을 개선하고 민주주의를 보호하려면 굉장히 오랜 시간을 들여 취재하고, 그 영향력을 추적 보도해야 하는데 기술 발전은 그럴 필요가 없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저희 목표는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통해서 현재 상황을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겪는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저희 임무였지만 실제로 잘 진행되고 있는지 추적 관리하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지난 7년 동안 개발된 시청자 영향 추적 도구는 발전된 탐사보도를 가능하게 해줬습니다.”

▲ 미국 탐사보도센터의 애니 샤벨과 해나 영은 ‘탐사보도 영향력 측정’을 주제로 공동 발표를 했다. ⓒ 윤종훈

애니 샤벨은 탐사보도의 영향을 미시적인 변화, 중간 수준 변화, 거시적인 변화 세 가지로 분류했다. 새로운 법률 제정이나 공직자가 해고되는 것 등이 거시적인 변화이고 사람들 개인의 지식이나 신념,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게 미시적인 변화라고 설명했다. 중간 수준 변화는 주로 여론이 바뀌며 지역사회에 변화의 목소리가 생기는 것을 뜻한다.

그는 “시청자 영향 추적 도구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와 지역의 다양한 미디어 협업을 가능하게 해서 실질적인 변화를 더 효과적으로 이끌어낸다”며 “앞으로 더 많은 기자들이 이 기술을 익히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탐사보도센터는 동일 사업 분야의 영향 측정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다른 미디어 업체들도 이 도구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현재 전 세계 80개 이상 보도국에서 이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

그는 “미국 탐사보도센터는 앞으로 시청자 영향 추적 도구를 통해 자기네 업무가 지역사회에 영향을 주는 방법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계획하는 것은 ‘배제: 일상화한 인종 차별주의 폭로’이다. 지난 18개월 동안 미국 최초로 3,100만 개 주택담보대출 신청 정부 기록을 분석했다.

주택담보산업에서 체계적인 차별을 밝힌 중요한 폭로인 ‘배제’를 연구한 결과, 미국 전역 61개 지역에서 유색인종은 소득과 대출 금액, 주변 환경을 고려할 때조차도 백인들보다 주택담보대출이 거절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는 “이와 같은 불평등은 50년 이상 전에 금지된 정보제공 차별의 현대적 형태”라며 “후속 연구는 미국 내 주소로 검색 가능한 대화형 지도와 심도 있는 텍스트 스토리를 포함하는 등 기술을 활용한 보도 방식”이라고 말했다.

해나 영은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해봤는지 모르지만 거절당하면 굉장히 끔찍하다”며 “오클랜드와 필라델피아가 인종 차별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콘텐츠를 주로 어디서 어떻게 접근하는지 분석했다. 많은 이들이 SNS를 통해 기사를 공유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뉴스를 어떻게 전달해서 영향을 미칠지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그들은 지역공동체를 위해 개별화한 데이터와 관련해서 시청자들이 자신들과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SNS 문자 챗봇으로 보완한 ‘Reveal Episode’를 포함했다. 그리고 지역에 있는 수십 개 AP 지국에서 자기네 데이터를 사용해 연구 결과를 보도할 수 있도록 기술 교육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필라델피아 시의원이 공평주거법을 제정하는 등 탐사보도를 통한 지역사회 변화를 이끌어냈다.

끈질긴 취재만으로는 이제 독자를 끌어올 수 없다. 공익에 기여하고 더 많은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기자들도 이제 발전하는 디지털 사회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언제나 기술이 답이다’라는 맹목적인 기술 찬양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더 나은 저널리즘을 위해 활용하는 적절한 기술은 사회를 한 걸음 진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저널리즘의 미래는 발전하는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편집 : 신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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