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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 ‘선돌’이 공장 안에 갇히다니!

기사승인 2019.10.03  16: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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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농업이슈] 여주 처리 선돌(立石) 보존

경기도 여주시 시청에서 남쪽으로 37번 국도를 따라 9km쯤 가면 오른쪽으로 회색 콘크리트 공장이 보인다. 국도에서 내려 지방도로 들어서면 여주시 점동면 처리(處里) 도봉콘크리트공장 앞길에 나뭇잎에 반쯤 가려진 유적 안내판이 서있다. ‘선사 유적 처리 선돌’.

   

▲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도봉콘크리트공장 앞 길에 서있는 ‘선사 유적 처리 선돌’ 안내 표지판. ⓒ 윤상은

이름표만 있고 보이지 않는 선돌

선돌(立石)이란 이름이 흔치 않은데다 몇 군데 남아 있지 않은 선사유적이라 차를 세우고 공장 담벼락을 한바퀴 돌아 봐도 선돌을 찾을 수 없다. 안내판에는 유적 이름과 화살표 하나만 덩그러니 표시돼 있고 유래나 위치를 알려 주는 안내문도 없다.

민가도 없어 공장으로 들어가 물어 보니 “앞으로 조금만 더 가보라”고 한다. 공장 마당 안으로 더 들어가니 돌담으로 둘러쳐진 원형 단 위에 소나무와 콘크리트 구조물에 둘러싸인 화강암 돌기둥이 하나 서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그것도 유적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공장 안에 선사시대 유적이 ‘갇혀’ 있는 것이다.

유적 보존과 관리 상태가 부실한 것은 물론이고 주변 환경도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 선돌 머리맡에는 벽면에 ‘화기엄금’이라고 쓰여 있는 1층짜리 시멘트 건물이 서 있다. 5년전까지만 해도 공장 난방용 기름을 보관하던 곳이다. 선돌 주위에는 공장에서 생산된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야적돼 있다. 선돌보다 높이 쌓여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에 ‘기념물 제 133호’라는 작은 안내판만이 문화유적이 있다는 걸 말해준다.

선돌 주위에 콘크리트 구조물 야적

   
▲ 도봉콘크리트공장 마당 안 선돌 주변에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쌓여 있다. ⓒ 윤상은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주변 경관을 해치고 있을 뿐 아니라, 구조물을 운반하는 중장비가 드나들 때는 관람객에게 위험해 보이고 공장을 가동하는 주중에는 공장 기계음이 들려 차분하게 구경하기도 쉽지 않다. 공장이 쉬는 토요일 저녁 6시부터 월요일 아침 7시 30분까지는 선돌로 가는 공장 정문이 잠긴다.

이 선돌을 관리하는 경기도 문화재 돌봄 사업단 관계자는 “선돌이 사유지 안에 있어 콘크리트 야적 등을 하는 것을 제지할 방법이 없다”며 “2014년 7월부터 한두 달에 한 번씩 현장을 방문해 보존이나 관리상태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봉콘크리트 측은 “공장 부지가 부족해서 선돌 앞까지 콘크리트 생산물을 쌓아 둘 수밖에 없다”며 “제초작업, 선돌 옆 소나무 관리 등 보존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동기시대 마을 경계나 분묘 표시 추정

   
▲ 선돌 뒤편으로 콘크리트공장이 보인다. ⓒ 윤상은

선돌은 신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에 마을의 경계나 분묘의 표시로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다. 자연석이나 자연석 일부를 가공한 큰 돌을 세워 놓은 것으로, 고인돌과 함께 우리나라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이다. ‘처리 선돌’은 1992년 이곳에서 북쪽으로 22km쯤 떨어져 있는 여주시 북내면 석우리 선돌과 함께 경기도 기념물 제 133호로 지정됐다.

처리 선돌은 높이 2.1m, 너비 1.55m, 두께 0.30m 정도 되는 직사각형 모양 화강암 기둥이다. 선돌 앞에는 널찍한 반석이 하나 놓여 있는데 제사를 모시던 제단으로 추정된다. 선돌은 동쪽으로 이어지는 낮은 구릉 끝 부분, 농지가 시작되는 지점에 평야와 남한강 지류인 청미천을 바라보며 서있다.

동네에서 구전되는 이야기에 따르면 조선 태조 이성계가 이곳에 와서 데리고 온 사위에게 줄 땅의 경계를 정하면서 왼쪽 경계는 이곳 ‘처리 선돌’로 하고 오른쪽 경계는 ‘석우리 선돌’로 해서 ‘그 안이 모두 네 땅’이라고 했다 한다.

   
▲ 선돌이 있는 도봉콘크리트공장 입구. 공장 간판만 걸려 있고 그 안에 선돌이 있다는 안내문이나 표지판이 없다. ⓒ 윤상은

기념물 지정 전에 공장 들어서

이런 유래와 사연을 가진 선사시대 유물이 왜 콘크리트 공장 안에 갇히게 됐을까? 처리 선돌은 1992년 경기도 기념물로 지정되기 전까지는 지금 자리에 방치돼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1980년대 후반 콘크리트공장이 들어서면서 선돌이 공장 안에 갇혔다. 도봉콘크리트공장은 선돌이 기념물로 지정된 뒤인 1995년에 공장을 인수해 들어왔다.

문화재보호법 제13조는 ‘시 도지사가 정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시행하는 건설공사는 인〮허가를 하기 전에 해당 건설공사가 지정문화재 보존에 영향에 미칠 우려가 있는지 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은 선돌이 공장 안에 갇힌 지 한참 지난 2014년에 개정됐다. 여주시청 문화재팀 직원은 “사유지에 있는 문화재 보존을 위해 문화재가 있는 토지를 (국가가) 계속 사들이고 있다”며 “한번에 많은 토지를 사들이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단계적으로 구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1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선돌 세척과 암석 강화 작업을 했다”면서 “현행 법과 예산 범위에서 유물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처리 선돌’ 위치. ⓒ 윤상은

[지역∙농업이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기자·PD 지망생들에게 지역∙농업문제에 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개설한 [농업농촌문제세미나] 강좌의 산물입니다. 대산농촌재단과 연계된 이 강좌는 농업경제학·농촌사회학 분야 학자, 농사꾼, 지역사회활동가 등이 참여해서 강의와 농촌현장실습 또는 탐사여행을 하고 이를 취재보도로 연결하는 신개념의 저널리즘스쿨 강좌입니다. 동행하는 지도교수는 기사의 틀을 함께 짜고 취재기법을 가르치고 데스크 구실을 합니다. <단비뉴스>는 이 기사들을 실어 지역∙농업문제의 인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편집 : 양안선 PD

윤상은 기자 nadf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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