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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는 눈물로 슬픔을 치유할까

기사승인 2019.09.12  17: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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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사전] ‘마음’

   
▲ 조승진 기자

‘미칠 것 같다’는 사연으로 시작하는 그 글이 역겨웠던 건 작가의 욕망이 그대로 보였기 때문이다. 눈을 끄는 자극적인 문장을 앞에 배치하는 건 글쓰기 기법인데 많은 이에게 읽히려는 욕망이 서려 있다. 그는 사연 속 청년에게 ‘미안’하다며 ‘청년과 같은 처지인 사람에 공감하자’고 했다. 하지만 작가가 진심으로 그 청년의 아픔에 공감했다면 일부러 청년의 자극적인 말을 골라 문두에 배치하지는 못했을 거다. 

위선을 감추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강원도에 큰 산불이 났을 때 여러 정치인이 현장을 방문했다. 재난 상황에서 직접 현장을 살피는 건 필요하다. 이재민을 위로하고 정책을 제대로 수립하기 위해서다. 2005년 8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재난으로 불리는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 조지 부시 대통령은 현장 방문을 소홀히 했다가 지지율이 추락했다. 그런데 우리 정치인은 재난 현장 방문 때도 의전에 집착해 빈축을 산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가장 먼저 강릉 현장으로 달려가 사태 수습에 바쁜 책임자들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았는데 야당 대표가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강원도 산불 피해가 진심으로 안타까웠다면 ‘소방관 국가직 전환’에 협조하는 게 옳았다.

마음 가지 않는 상대를 위한 행동이 제대로 나올 리 없다. 작년 12월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됐다. 개정안은 하청노동자의 안전을 원청이 보장하고 법을 지키지 않은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며 도급금지 업무를 규정했다. 하지만 한솔제지 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기계에 끼어 숨지고 지난 1월에는 자동문을 설치하던 20대 노동자가 목이 끼어 숨졌다.

법안이 통과됐는데도 청년 노동자 사망이 멈추지 않는 건 법에 구멍이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 사망시 사업주 처벌 규정은 징역형으로 최고 7년이지만 노동계는 하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정도로 상징적 숫자일 뿐이다. 사업주가 안전 조처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정도로 그치고 건설업은 도급 금지 범위에서도 제외돼 있다. 2016년 5월 사망한 ‘구의역 김군’이 했던 일은 여전히 도급 금지 업무가 아니다. 법은 여전히 수많은 ‘김군’을 보호할 수 없다.

   
▲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사고로 숨진 정비업체 직원 김군의 2주기 추모식이 열렸던 지난 2018년 5월 26일, 한 시민이 사진을 찍고 있다. ⓒ 조승진

이런 허술한 법이 왜 튀어나왔을까? 몇 해 전부터 꾸준히 국회의원이 ‘채용 비리’에 연루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청탁 대상이 된 회사는 케이티(KT), 은행, 강원랜드 등 임금과 복지 때문에 많은 청년이 가고 싶어 하는 곳이다. 공감 없는 고민은 엉성한 해결책을 만든다. 올 1월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특성화고 현장실습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재작년 11월 제주도 현장 실습생 ‘이민호 군’ 사건 이후로 축소된 걸 다시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민호 군’은 압착기에 깔려 죽었다. 그보다 6년 전 2011년 12월 광주에서 일하던 현장 실습생 ‘김민재 군’은 뇌출혈로 쓰러져 죽었다. 당시 정부는 초과근로 금지와 안전교육 의무화를 고시했고 1년 후인 2012년 광주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김군’은 기계에 손가락이 짓이겨졌다. 사고 후 정부는 늘 보완 정책을 내놨다.

그래서 변한 것은 무엇인가? 때때로 정치인은 유가족을 위로하며 눈물을 보인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눈물을 흘렸다. 진상규명은 아직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 등은 유가족을 향해 막말을 퍼부었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 씨는 tvN <어쩌다 어른 2019>에 출연해 ’눈물은 공감이 아닌 감정적 리액션일 뿐‘이라 했다. 그는 “공감이라는 건 아는 만큼 할 수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무책임한 리액션은 ’악어의 눈물‘이라 불리며 티를 낸다. 속임수는 언제든 들통나는 법이다. 아무런 울림을 주지 못하는 것들은 애당초 마음이 없었기 때문일 거다. 없는 게 와 닿을 리 만무하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양안선 PD

조승진 기자 chopromoti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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