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한끼, 맘 한끼] ⑯ 나를 위한 맛 찾기 수업 인트로

늦은 밤, 하루 종일 이리저리 치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에서 내려 이제 막 매장을 닫으려는 아이스크림 집에 뛰어들어갑니다. 가장 달콤한 맛을 고르고 아이스크림을 소중히 받아듭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싹 다 먹어버려요.

달콤하고 시원한 진통제, 아이스크림

달콤한 아이스크림은 열이 오를 대로 오른 나를 위한 극약처방입니다. 화가 나면 ‘열 받는다’고 표현하죠. 몸에 상처가 나면 그 부위가 화끈거려요. 몸이 피곤하면 감기에 쉽게 걸리고 머리가 뜨거워집니다. 열은 상처, 분노, 피로 등과 연결되어 있어요. 앓아 누운 사람의 이마에 찬 수건을 대어주고, 화가 난 사람에게 ‘냉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만 봐도 그렇지요. 차가움은 방열 소재이자 진통제입니다.

세상에 나가 살아간다는 것이 전투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치고 받고 밀고 당기고 공격하고 방어하면서요. 좀 더 힘내야 한다거나 푹 쉬어야 한다는 조언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온몸에 열이 뻗쳐 힘드니까요. 당장 나에게 필요한 건 기력을 보충할 영양제나 몸보신 음식이 아니라, 바로 나를 식혀줄 달콤하고 차가운 아이스크림인 거죠.

▲ [몸 한끼, 맘 한끼] 열 여섯번 째 이야기. ⓒ 이현지

[몸 한끼, 맘 한끼] 여덟 번째 시간에는 나를 위한 맛을 찾아봅니다. 자기진단 체크리스트에 표시를 하며 나의 몸-마음 상태를 확인합니다. 이제 빈 종이에 나에 대한 진단서를 작성합니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서술하는 거죠. 이번에 함께 경험해볼 처방은 활력을 끌어올려주는 ‘오렌지’입니다. 오렌지의 색과 향, 감촉과 맛을 느껴보며 나에게 상큼달콤함을 선물할 거예요. 오렌지를 여러 단면으로 잘라 물감을 묻혀 찍어보면서 자유롭게 인생의 맛, 오렌지를 자유롭게 표현합니다.

심리학과 철학을 다루는 블로그 ‘원더풀 마인드’에는 차가움의 진통제 효과와 관련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냉기는 평온함을 되찾는 데는 도움되지만, 상처 치유는 늦출 것이다”. 차가움은 순간적으로 진통을 없애 주지만 근본적인 치유책은 아니라는 거지요. 진짜 낫기 위해서는 쓴 약을 먹거나 아픈 주사를 맞고, 건강에 신경을 쓰며 기력을 채워나가야 하니까요.

때로는 인생에 극약처방 진통제가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너무 아픈 나를 위한 처방이 필요한 거죠. 아이스크림 처방은 실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일 수도 있고요. 금액이 부담돼 보지 못한 공연 한 편 지르기, 혹은 한참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물건을 사는 것일 수도 있겠죠.

세상 사는 일에 이리저리 치여 몸과 마음이 아프다면 주저하지 말아요.
나를 위해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처방해주세요.
우리 잠시라도 속 시원하자고요!

나의 몸-마음에게 어떤 진단을 내려줄 건가요?
나에게 필요한 인생의 맛은 무엇인가요?


미술치유 프로그램인 [몸 한끼, 맘 한끼]를 진행하는 이현지 <미로우미디어> 대표는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하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재학하면서 사단법인 <단비뉴스> 영상부장으로 일했으며 졸업 후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습니다. 미술과 영상, 글쓰기를 결합하는 컨셉트의 <미로우미디어>는 서울시의 도농연결망 '상생상회' 출범에 기여했고 <단비뉴스>에는 [여기에 압축풀기]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홍석희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