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한끼, 맘 한끼] ⑭ 먹기명상 수업 인트로

쌀 한 톨에 우주가

밥맛이 없을 땐 밥을 ‘잘’ 먹어보세요. 먼저 숟가락 반 정도 찰 만큼 밥을 풉니다. 그리고 아, 벌린 입에 살며시 숟가락을 넣어요. 이제 눈을 감고 입을 다뭅니다. 한 번, 두 번 천천히 꼭꼭 밥알을 씹어요.

잘 느껴지지 않던 밥맛에서 이런저런 맛들이 번쩍번쩍 튀어나와요. 단맛, 고소한 맛, 새큼한 맛까지 말이에요.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하고, 오래 머물다 가기도 합니다.

승려이자 시인이자 평화운동가인 틱낫한 스님은 쌀 한 톨에 우주가 있다고 말합니다. 스님의 책 <먹기 명상>에 이런 내용이 있어요.

“쌀 한 톨을 마음 다함과 집중으로 바라볼 때 단 일 초 만에 이 곡식에 온 우주(빗물, 구름, 지구, 시간, 공간, 농부 그리고 만물)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음 다함과 집중이 통찰을 가져오고, 한순간 한 톨의 쌀에서 아주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됩니다. 놀랍도록 빠릅니다! 마음 다함과 집중이 있으면 언제든 통찰을 할 수 있습니다. 쌀알을 입안에 넣으면 온 우주를 입안에 넣은 것입니다. 이는 생각을 멈추면 가능합니다. 쌀알을 씹을 때 다른 생각을 한다면 이 경이로운 실재를 맛볼 수 없습니다.”

▲ [몸 한끼, 맘 한끼] 열 네번 째 이야기. © 이현지

[몸 한 끼, 맘 한 끼] 일곱 번째 시간에는 먹기 명상을 합니다. 눈을 감고 매운맛, 단맛, 짠맛, 신맛이 나는 음식을 음미하는 거예요. 생각을 멈추고 오로지 음식을 씹는 행위에 집중하는 겁니다. 생각지 못했던 맛, 감각, 느낌들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먹기 명상을 하면서 붓을 쥐고 화선지에 맛이 주는 느낌을 표현합니다. 음식이 주는 내적 경험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거지요. 맛별로 연달아 작업한 후 작품을 쭉 펼쳐 봅니다. 마지막으로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먹거리는 사회적 관계의 집합체

<먹기 명상>에는 빵을 예로 들며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 탐구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구름, 햇빛과 같은 자연은 물론 “농부의 땀방울과 밀가루를 생산한 기쁨, 제빵사의 기술이 들어가 기적적으로 빵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먹거리에는 누군가의 노력과 감정, 기술이 모두 들어가 있지요. 그래서 먹거리는 단순히 소비품이 아닙니다. 사회적 관계의 집합체죠.

장유성 부산교육대 생태 도시농업연구소 부소장은 먹거리는 사회 전반에서 공적 개입이 이루어져야 하는 분야라고 주장합니다. 먹거리는 생산과 공급체계, 소비체계, 그리고 경제•사회•문화•교육•보건•환경 등 모든 영역에 걸쳐져 있으니까요. 장 부소장은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 로컬푸드 확대, 환경을 배려하는 생태농업 확산, 도시와 농촌의 연대와 상생 등을 주장하지요.

밥맛이 없을 땐 우주를 먹어보세요

밥 한술에는 우주가 담겨있습니다. 자연과 시간, 누군가의 노력과 즐거움, 생산-공급-소비 시스템까지 말이죠. 밥맛이 없을 땐 좋은 음식을 준비한 뒤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보세요.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음미해보세요.


미술치유 프로그램인 [몸 한끼, 맘 한끼]를 진행하는 이현지 <미로우미디어> 대표는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하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재학하면서 사단법인 <단비뉴스> 영상부장으로 일했으며 졸업 후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습니다. 미술과 영상, 글쓰기를 결합하는 컨셉트의 <미로우미디어>는 서울시의 도농연결망 '상생상회' 출범에 기여했고 <단비뉴스>에는 [여기에 압축풀기]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신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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