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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 효과’는 잘못 알고 있는 ‘상식’

기사승인 2019.08.22  13: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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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교양특강] 조홍섭 <한겨레> 환경전문기자
주제 ① 자연사 연구의 최근 동향과 쟁점

<한겨레> 애니멀피플팀 조홍섭 기자는 수십 년간 환경문제를 다뤄온 한국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다. <한겨레>에서 일하면서 웹진 <물바람숲>을 운영했고,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하는가 하면 EBS에서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에 초대돼 ‘자연사 연구의 최근 동향과 쟁점’을 주제로 강연했다. 조 기자는 자연사 연구가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하며 앞으로 삶의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더 각광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겨레> 입사시험 출제위원으로 겪은 일화를 꺼내며 강연을 시작했다.

   
▲ 조홍섭 환경전문기자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자연사 연구의 최근 동향과 쟁점’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권영지

국회 정족수보다 야생화 이름을 알아야 하는 이유

“제가 입사시험위원일 때 여관방에서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데, 어떤 친구가 야생화에 관한 문제를 넣자고 해요. 참신한 생각이라며 야생화 관련 문제를 하나 넣었어요. 나중에 사내외에서 엄청 뭐라고 하더라고요. 언론고시 보는 친구들 사이트에도 기자가 되는 것 하고 야생화가 무슨 관련이 있냐는 글이 많이 올라왔대요. 너무 억울하더라고요. 기자가 되는 데 탄핵 때 국회의원 정족수 아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난 지금 한창 피어있는 야생화 이름 하나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든, 다른 취업준비생이든 도서관에 앉아 날마다 상식책과 싸우는 게 요즘 흔히 보는 풍경이다. 그러나 오랜 기자 경력과 인생 경험을 거친 조 기자의 생각은 달랐다. 어디서든 검색할 수 있는 정보보다 자연에 관한 기본적인 관심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자연에 관한 통념을 하나하나 뒤집었다. 언론에서 자주 쓰이는 ‘메기효과’는 과학적으로 틀린 말이라고 했다.

“메기효과라고 있죠? 미꾸라지를 옮기는 도중에 미꾸라지가 죽을 수도 있으니까 포식자인 메기를 넣으면 더 잘 살 수 있다는. 틀린 말입니다. 포식자가 있다는 단서, 즉 배설물 냄새가 난다든가 하면 그 순간 먹이가 되는 동물은 활동이 완전히 둔화하고 면역력이 떨어져요. 밖에 다니지도 않고 짝짓기도 안하고 수명이 단축되죠.”

그는 정치인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과학적 사실을 왜곡하고 엉터리로 갖다 쓴다며,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미화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 조홍섭 기자의 흥미로운 강의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이 경청하고 있다. ⓒ 권영지

배설 연구자에게 수여된 이그노벨상

조 기자는 학생들에게 ‘이그노벨상’을 소개했다. 그 상은 재미있고 신기한 특성이 있으면서 사람들을 웃게 해주는 발명품을 만든 사람에게 준다. 상 이름은 노벨상을 패러디 하는 의미가 담겨 있는데, 노벨 앞에 '고상한'을 뜻하는 영어 단어 '노블(noble)'의 반대말인 '이그노블(ignoble)'을 붙였다. 이그노벨상을 탄 한 사람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 사람이 배설에 관한 연구를 했는데, 배변은 몸의 크기와 무관하게 코끼리든 생쥐든 12초, 배뇨는 21초라는 법칙이 있어요. 12초는 항문에서 변이 떨어져 마지막까지 나오는 시간입니다. 이게 한 줄기가 아닌 두 줄기로 나뉘어 떨어진다고 해요. 직장 구조가 한 번에 배설하면 넘치나 봐요.”

그는 아무 쓸데없어 보이는 이 연구가 엄청난 경제적 가능성이 있다며 말을 이어나갔다.

“사람이 배설하는 원리가 뭔지 아직 정확히 몰라요. 이 사람이 연구해 보니 배변은 힘을 줘서 배설하는 게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어요. 배에 압력을 주는 게 아니라 핵심은 윤활, 곧 점막이 약하게 발달하면 배설이 잘 안 된다는 거죠.”

이러한 연구가 새로운 변비약 개발에 쓸 수 있다며, 자연사 연구가 실생활에서 큰 효용을 가질 수 있다고 얘기했다.

   
▲ 조 기자는 축사 안 병아리 사진을 보여주며 “몇 주 길러서 잡을까”라며 퀴즈를 냈다. 답은 “산란계 아닌 육계의 경우 4~5주 정도이며 서양에서는 6주까지도 기른다”는 것이었다. 사료를 주었을 때 늘어나는 체중의 증가율이 최고치를 찍을 때, 즉 이윤이 최대치일 때까지 기간이다. 닭이나 소, 돼지를 먹기 위한 방식은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가장 극적인 예다. ⓒ 조홍섭

청소놀래기의 두뇌가 왜 그리 발달했을까

조 기자는 ‘동물 복지’의 개념을 제시하며 예시를 했다. 하나는 청소놀래기라는 물고기다. 큰 물고기가 입을 벌리고 있으면 그 아가미 사이를 다니며 기생충을 잡아먹는다. 이 물고기는 굉장히 머리가 발달했다는데 이유가 흥미롭다.

“얘네 한 마리가 큰 물고기 백 명 정도를 관리하는데, 일종의 고객인 거죠. 다른 물고기의 보들보들한 점막을 떼먹는 게 훨씬 맛있는 거예요. 큰 물고기가 자기한테 계속 찾아오게 하려면 관계를 굉장히 조심해야 해요. 평판을 중시하고요.” 

이 청소놀래기는 물고기들이 자기를 찾아오게 하려고 늘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니 두뇌가 발달했다는 것이다.

   
▲ 청소놀래기는 영장류, 코끼리, 돌고래, 까치에 이어 ‘엘리트 동물’ 반열에 든다. 고객 관리, 평판 고려, 사기, 아첨 등 정교한 인지능력을 지녔다. ⓒ 조홍섭

문어는 사람을 차별한다

문어 역시 사람들 통념과 달리 굉장히 똑똑한 동물이라며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문어는 놀이를 즐기고 자주 탈출합니다. 공 같은 걸 갖고 노는 것도 좋아하고 사료 대신 살아있는 게를 좋아한다고 해요. 문어는 사람을 차별하기도 합니다. 자기한테 먹이를 주고 잘 대해주는 사람과 꼬챙이로 자기를 찌르고 나쁘게 대하는 사람을 구분한다는 거예요.” 

실제로 심장 박동수, 코티졸 분비 등 생리적 반응에 차이가 있었다. 문어를 산 채로 먹는 게 익숙한 우리나라에서는 생경한 결과다.

   
▲ 짧은꼬리귀뚜라미는 오목하게 굽은 잎사귀 한가운데서 운다. ‘앰프’처럼 소리를 증폭해 암컷에게 잘 들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짝짓기에 유리하도록 고안해낸 전략이다. ⓒ 조홍섭

그는 앞으로 자연에 관한 대중의 관심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 예측했다. 특히 아이들 교육에 좋다는 점을 강조했다. 

“옛날 자연사학자 찰스 다윈이나 이런 사람들처럼 쌍안경 쓰고 야외에 들어가 관찰하는 거죠. 그런 것들이 ‘왜’와 ‘어떻게’를 묻는 겁니다. 묻고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인데, 이런 작업이 애들 교육에 좋다는 거예요. 창의성을 높이거나 꼼꼼한 관찰 해석을 요구하는 교육이 자연만큼 좋은 게 없다는 거죠.”

   
▲ 자연사를 연구하면 자연과 감성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자연을 아끼고 지키고 아름다움을 즐기고 경외감을 갖고 관계를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 조홍섭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19년 1학기 [사회교양특강]은 장해랑 하상윤 김준일 김태동 조홍섭 이태경 성일권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박서정 기자

권영지 김유경 기자 nanchohyanggi@gmail.com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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