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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이유, 여우에게 물어봐?

기사승인 2019.08.20  20: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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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사전] ‘출산율 0.89’

   
▲ 임세웅 기자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말했다. “지금의 너와 나는 서로에게 그저 많은 소년과 여우 중 하나일 뿐이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길들여진다면 특별한 존재가 될 거야.”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세일러 교수는 ‘어린 왕자’의 이야기를 경제학적으로 풀어냈다. ‘길들여진’ 재화, 즉 소유한 재화를 원래 가치보다 높이 평가하고, 잃고 싶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보유 효과(endowment effect)’라 불렀다. 저출산 문제는 ‘길들여진’ 재화를 잃고 싶지 않으려는 사람의 심리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말했다. “지금의 너와 나는 서로에게 그저 많은 소년과 여우 중 하나일 뿐이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길들여진다면 특별한 존재가 될 거야.” ⓒ pixabay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태어난 아기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1만1100명) 줄었다고 한다. 합계 출산율은 지난해 0.98보다 훨씬 낮은 0.89~0.90에 그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10년간 약 127조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했는데도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보유 효과를 간과한 데 있다.

한국에선 맞벌이가 필수다. 세계적 경기침체 이후로 3% 초반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제성장률, 통계가 나올 때마다 최고치를 기록하는 청년실업률, 이제는 흔해진 구조조정 소식과 비정규직 고용 형태에서는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맞벌이를 해야 한다. 능력이 있다면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상식이 됐다. 그래서 한국 부부 둘 중 한 쌍은 맞벌이 가구다. 특히 안정적인 고소득계층으로 자리 잡지 못한 20대와 30대 부부는 열에 일곱 쌍 이상이 맞벌이를 하고 있다.

문제는 임신과 출산이 외벌이를 강요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아이를 꺼리는 기업 문화가 만든다. 한국 직장은 아이를 불편해한다. 업무시간 중 육아에 신경 쓰느라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육아 휴직제가 있지만, 이는 기업의 부담이다. 일하지 않는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육아휴직자의 일을 다른 노동자에게 전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육아휴직자를 한직에 보내는 등 사직을 은근히 종용한다. 여성의 퇴사 이유 중 1순위가 임신과 육아이고, 남성의 열에 하나가 육아휴직을 1개월만 사용해 구색을 맞추는 이유다. 이런 구조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외벌이를 의미한다. 외벌이는 생활 수준의 추락으로 이어진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평생의 행복’이라는 말이 있는데도 생활 수준에 더 높은 가치를 두기에 맞벌이를 택한다. 저출산 사회의 요인이다. 

출산 이후에도 맞벌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일이 가능하도록 육아휴직 때 자택 근무 제도를 도입하고, 시간 날 때 출근하는 유연근무제를 제도화하는 방법을 고려해 봄 직하다. 기업은 열에 여덟 곳 이상이 효율성 저하를 우려해 유연근무제를 도입하지 않았지만, 유연근무제는 육아와 업무의 시간을 분리해 업무집중도를 높여 생산성을 향상하니 기업의 걱정을 무마할 수 있다.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 10곳 중 9곳 이상이 생산성도 향상됐다. 저출산에서 회복세를 보이는 독일은 이를 제도화했고, 일본은 도요타, 유니클로 등 대기업 중심으로 유연근무제를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경제에서 ‘길들여짐’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한다. 정부의 보조금 정책은 이론적으로는 맞을 수 있다. 하지만 리처드 세일러 교수가 말했듯, 사람들의 경제적 행동에는 심리가 끼어 있다. 정부는 이를 인지하고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현재 보유한 직장과 소득을 잃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 심리를 읽고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외면해온, 외벌이를 강요하는 직장문화를 바꾸는 유연근무제가 근본 처방이 될 수 있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김현균 기자

임세웅 기자 sewoong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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