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한끼, 맘 한끼] ⑬ ‘해독을 위한 더하기’ 작품 그룹 나눔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오랫동안 걸어보기 전까지는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

인디언 격언입니다. 온전히 상대의 처지가 되어 보기 전에는 그에 관해 쉽게 말해선 안 된다는 말이죠. 섣불리 내뱉은 판단과 조언, 충고가 상처를 주기도 하니까요. 그의 역사가 담긴 신발을 신고 그가 걸어갈 길을 걸어 보고서야 그를 위한 말들을 할 수 있어요.

[몸 한끼, 맘 한끼] 여섯 번째 시간에는 ‘해독을 위한 더하기’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나답게 잘 먹고 사는 법’을 표현하는 슬로건을 만들고, 그 문장이 주는 느낌을 그리기 재료와 털실, 단추 등의 입체재료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옆 짝꿍과 그림을 교환해 응원하는 마음을 덧그림으로 그려주었지요.

▲ [몸 한끼, 맘 한끼] 여섯 번째 클래스가 열렸습니다. © 이현지

좋은 의도로 한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선물로 준 덧그림이 오히려 불필요한 것일 수 있고 나아가 고통을 줄 수도 있죠. 그래서 덧그림 작업 전에 그림을 교환할 파트너와 작품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수업은 내 삶의 의지를 선언하는 작업이었습니다. 다른 참가자의 선언을 응원하는 활동이 덧그림이었고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덧그림 작업을 주저했습니다. 응원하는 마음이라지만 다른 사람의 작품에 손을 대는 건 참으로 조심스러운 일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죠.

“그림이 삶이라고 생각해서 이것을 내가 손대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또 반대로 누가 내 그림, 내 삶을 판단한다는 게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았어요.”

▲ 밤율 님은 ‘오물오물 즐거운 음미’라는 문장을 만들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 이현지
▲ 강사 생강이 밤율 님의 작품을 들고 있습니다. © 이현지

밤율 님이 만든 ‘오물오물 즐거운 음미’라는 작품입니다. 파스텔과 색연필로 곡선과 동그라미를 그리고 동그란 나뭇조각과 구슬 등을 붙여 표했습니다. 밤율 님은 말하는 것도 먹는 것도 천천히 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먹을 때 그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워해요. 바쁘게 굴러가는 세상 속에서 밤율 님은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지 않고, 오물오물 즐겁게 음미하며 자기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 거지요. 가벼운 색감에 안정적 이미지가, 천천히, 즐겁게, 나만의 속도로 오물거리며 먹고 사는 밤율 님 삶의 지향을 보여줍니다.

밤율 님과 짝이었던 정숙 님은 밤율 님의 그림에 오른편 위쪽 귀퉁이에 작은 연못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정숙 님은 “율이 님의 작품에 손을 대고 싶지 않았다”며 “맛있게 먹고 여기 와서 편히 쉬라고 연못을 만들어주었다”고 그림의 의도를 설명했습니다. 세상의 속도가 버거운 율이 님이 연못이라는 자기만의 작은 공간에서 온전히 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지요. 밤율 님은 명숙 님의 덧그림 설명에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덧그림 작업 전에 소통하며 그림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지요.

▲ 조수빈 님이 ‘스스로 열린 믿음 에너지’라는 문장을 만들었습니다. © 이현지
▲ 조수빈 님이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 이현지

조수빈 님의 ‘스스로 열린 믿음 에너지’ 작품입니다. 슬로건 주위로 자신에게 전하는 텍스트가 써있어요. 이런 내용입니다.

‘다를 수 있지만 틀린 건 없다. 정답을 찾는 것에 급급하지 말고 온전히 ‘나’일 수 있게.’
‘정답이 아닌 올바른 것을 찾으며 열린 마음가짐과 에너지를 가지고 내안에서 살아가기를.’
‘열린 마음으로 모든 것을 경험하되, 해를 입히는 에너지는 올 수 없도록 나만의 에너지를 찾아갈 것.’

나로 바로 서서 살고자 하는 수빈 님의 의지가 느껴집니다. 이 그림에서 새롭게 첨가된 부분은 오른쪽 부분인데요. 회색 돌로 이어지는 징검다리입니다. 덧그림을 그려준 은아 님은 오랫동안 그림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다 다섯 개 돌로 다리를 그려주었어요. 은아 님은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두드려보며 걸어가라고 징검다리를 그려줬다”고 말했습니다.

은아 님은 섣불리 조언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했는데요. 돌다리를 그려줌으로써 그저 한발 한발 조심히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은아 님의 징검다리에 수빈 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보였습니다.

▲ 함께 둘러앉아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 이현지
▲ 김윤환 님이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이현지

이 작업에 관해 윤환 님은 무척 놀라웠다고 평했습니다. 상대방 이야기를 관심 있게 듣고, 그 사람이 다치지 않게 작업하는 과정에서 따뜻한 마음을 느꼈다고 했죠. 윤환 님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도 이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했어요.

“남에게 사랑을 주는 게 그 사람이 사랑을 느끼지 않으면 그게 사랑이 아닐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내 기준에서 상대에게 맞는 것을 주는 게 아니라, 정말 그 사람이 중심이 돼서 그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게 사랑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누군가에게 사랑을 준다는 건 참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관심과 애정이란 명목으로 상대를 판단하고 조언, 충고합니다. 때로는 애정어린 말들이 화살이 되어 상처를 주고는 하죠.

이번 수업은 나답게 사는 법을 세워보는 시간이었지만, 작업을 하며 함께 잘 사는 법을 경험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옳고 그름을 완전히 비워내고 그 사람의 처지가 되어보는 경험, 즉 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는 경험을 말이죠.

사랑하는 이의 신발을 신어본 적이 있나요?

연인 또는 가족과 함께 그림 작업을 해보세요.
조금 다른 사랑의 경험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미술치유 프로그램인 [몸 한끼, 맘 한끼]를 진행하는 이현지 <미로우미디어> 대표는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하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재학하면서 사단법인 <단비뉴스> 영상부장으로 일했으며 졸업 후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습니다. 미술과 영상, 글쓰기를 결합하는 컨셉트의 <미로우미디어>는 서울시의 도농연결망 '상생상회' 출범에 기여했고 <단비뉴스>에는 [여기에 압축풀기]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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