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양특강]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
주제 ② 양극화와 소득주도성장

‘국민 못살게 만든 소득주도 2년’ ‘소득주도성장 2년의 참상’. 네이버에서 소득주도성장을 검색하면 보이는 뉴스들이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부정적 기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그 정책을 지지하고 독려하는 목소리들은 있다. 김대중 정부 경제수석이었던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 역시 그런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경제학자다. 그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에서 ‘양극화와 소득주도성장’을 주제로 강연했다.

“고혈압인데 혈압 수치를 모른다”

▲ 김태동 교수가 ‘양극화와 소득주도성장’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홍석희

김 교수는 현재 한국의 양극화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한국은 재산의 양극화에 관한 통계가 별로 없어 양극화 수준을 제대로 볼 수 없다”며 “소득에 관한 통계만 있는데 이도 정확하지 않고, 재산에 관한 양극화 통계는 아예 없다”고 말했다.

그는 “통계를 만들려면 국세청에서 근로소득통계자료, 행정자치부나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부동산 소유 정보 자료 등을 통계청에 넘겨야 하는데 개인정보보호 등의 이유로 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극화 상황을 혈압에 비교한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고혈압인데 혈압수치를 모르는 것과 같다”며 “기본이 안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극화의 원인 다섯 가지

▲ 스포츠는 심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경고와 퇴장이 좌우되기도 한다. ⓒ Bing

김 전 수석은 양극화의 원인을 다섯 개로 들었다. 첫 번째 원인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그는 “기울어진 데서 축구를 하면 아무리 공을 차도 밑으로 내려온다”며 “현행 제도가 재벌에게 유리하고 룰 자체도 불공정하다”고 했다. 그룹경영권 세습, 독재경영, 순환출자, 협력업체 갑질, 담합, 계열사 불공정 내부거래 등을 소개하며 재벌에게 유리한 제도들을 열거했다.

두 번째는 약한 민주정부다. 그는 “강한 이해집단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정부가 강한 정부인데, 재벌 가족의 영향을 받지 않는 민주정부가 없다”며 “(재벌 저격수였던) 김상조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했지만 아무것도 못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자료를 통해 전두환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정경유착, 관치금융, 비리 등이 일어난 역사를 나열하며 “재벌에 강한 정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부정한 심판이다. 검사나 판사 등 잘잘못을 가리는 기관이 재벌에 포획됐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한쪽(재벌)은 퇴장을 해야 하는 선수를 계속 뛰게 하고, 다른 쪽은 옷깃만 스쳐도 레드 카드를 낸다. 그러니까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뀐다”며 “재벌이 기술을 탈취하면 탈취당한 중소기업인이 감옥에 가는 일이 일어나는 이유”라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네 번째 원인을 부패로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되풀이되는 금융위기가 양극화를 만드는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 ‘줄도산’, 실업자 양산이 일어나고, 대기업 중심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려고 해 가진 자들의 재산 회복은 빠른 반면 그렇지 않은 자들은 악조건으로 빠져든다는 게 주장의 골자다. 그는 “더 이상 금융위기가 일어나서는 안 되는데 현재 가계부채가 1500조”라며 “부채로 이루어지는 부동산 정책이 문제”라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 해야만 하는 이유

김태동 교수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소득주도성장’ 카드 뉴스를 인용해 학생들에게 그 필요성을 설명했다. 핵심은 ‘양극화를 줄이는 것’이다. 그는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전체 노동인구의 1/4정도(23.5%)로, OECD 21개국 중 두 번째로 높고, 소득 양극화 역시 2016년 기준으로 OECD 2위”라며 “나쁜 건 다 1, 2위를 다투는 우리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OECD에서 뒤에서 세 번째, 사회복지지출은 OECD 꼴찌”라며 “소득이 적으니 소비도 적게 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시에 소득주도성장은 ‘저임금 노동자나 저소득 자영업자 소득을 늘려서 늘어난 소득으로 소비를 하게 해 성장도 이루겠다는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마음에 들지 않냐”고 물었다.

▲ 청와대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소득주도성장에 관한 카드 뉴스 ⓒ 청와대

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의 축을 세 가지라고 말했다. 첫 번째는 ‘가계소득을 늘리는 것’이다. 그는 그 방법으로 “최저임금 인상도 있지만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임금격차 해소, ELTC 등 저소득층 지원도 있다”고 말했다. EITC는 노동자장려금으로, 일정 소득 이하 노동 소득자를 대상으로 소득에 비례한 세액공제액이 소득세액보다 많은 경우 그 차액을 환급해주는 제도다.

두 번째는 ‘생계비를 줄이는 것’이다. 그는 “생활 SOC(사회간접자본)로 작은 도서관이나 체육관을 짓는다는데, 이런 것도 좋지만 대학이 지역에 많이 와야 하고, 노인이나 아이들을 위해서는 병원이 지역에 많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게 예비타당성 면제로 고속도로 짓는 것보다 훨씬 나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고용보험 확대, 아동수당 도입, 장애인연금 확대 등 ‘사회안전망과 복지제도 구축’을 소득주도성장의 방법으로 꼽았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넘어 ‘포용정부’로

김태동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재작년 당선 이후 1년쯤 소득주도성장을 하다가 작년 봄에 경제성장 통계가 긍정적으로 안 나오니까 홍장표, 장하성 내보내라는 소리를 들었다”며 “결국 홍장표부터 내보낸 뒤, 한 달도 안 돼 윤종원 경제수석이 OECD에서 새로운 경제수석으로 발탁되며 그에게서 나온 이야기가 ‘포용성장’”이라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은 2월 19일,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정책, 아동정책 추진 계획을 국민에게 보고하는 시간을 가졌다. ⓒ 청와대

그는 “문재인 정부가 촛불 정부로서 본래 정신을 새롭게 회복하고, 그 패러다임 실현에 필요한 정책들을 과감하게 추진해 그 소임을 다할 것이 첫 번째 임무인데 이걸 안 하고 포용성장 깃발만 휘날리고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하지만 포용국가로 가는 방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경제만이 아니라 국가 자체를 포용국가로 해야 한다”며 “김대중 정부는 국민의 정부, 노무현 정부는 참여정부라고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포용정부로 과거 민주 정부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문 정부가 경제정책뿐 아니라 사회정책까지 포용정부로 가고 있는데, 자신이 사회정책은 비전문가라 그런지 그쪽은 잘 되고 있는 것 같다”며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 김태동 교수가 특강 도중 학생들에게 농담을 던지며 웃고 있다. ⓒ 홍석희

그는 “작년 11월 1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금년 예산 시정연설을 할 때, 금년 새해 예산은 포용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예산이며 올해가 3.1운동 100주년보다 포용국가 원년이라는 걸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용국가로 가는 다양한 정책을 소개했다. 먼저 그는 “올 2학기부터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시행한다고 하는데, 멋있게 잘한 선택”이라며 “반값 등록금도 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청년정책으론 ‘내일채움공제 수혜자 4배 확대’를 꼽았다. 내일채움공제란 청년 재직자가 720만원을 모으면 기업이 1200만 원, 정부가 1080만 원을 함께 지원해 3000만 원을 청년 재직자에게 돌려주는 제도다.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34만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밖에 그는 연간 노동시간 줄이기, 미세먼지 줄이기, 실업부조 늘리기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나 노인이 되면 치매 부담 비용도 국가가 지원하는 등 의료 서비스 정책은 국민 대다수 지지를 받고 있다”라며 ‘문재인 케어’를 칭찬했다.

“5마리 새 잡으려면 총알 5개는 있어야”

김태동 교수는 정부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를 두고, 지난 4월 22일까지 정책토론회도 수차례 개최하는 등 경제정책 기조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너무 과도한 욕심으로 여러 목표를 잡다 보니 목표수만 늘고, 정책수단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서 거시경제 목표를 달성하고 정권 신뢰도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총으로 새를 5마리 쏜다면 총알이 5개는 최소한 있어야 하지 않겠냐”라며 네덜란드 경제학자이자 최초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틴베르헌(Tinbergen)이 제시한 ‘n개의 정책목표를 달성하려면 독립적 정책수단(m)은 n개 이상이어야 한다’는 경제 법칙으로 설명을 덧붙였다. 지금 정부의 재정정책과 금리정책은 한국은행과 정부가 나눠서 세우지만 둘 다 금리가 낮아져도 총수요를 늘리고, 예산 지출을 늘리는 등 방향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은 독립되지 않은 정책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 지난 6월 17일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소득주도성장특위 연속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MBC

이어서 그는 문재인 정부가 ‘기회가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어야 촛불혁명이 완수된다’며 그러기 위해선 공정한 경제 시스템이 바로 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언론에서 자꾸 ‘경제가 죽었다’며 박정희를 언급하는데, 그 정도 상황은 아니다”며 “문재인 정부가 정권 초기에 제시한 세 가지 J노믹스 바퀴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중 ‘공정경제’가 바로 서면 혁신성장도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들에게 “여러분은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 좋은 프로그램으로 교육받을지 모르지만, 지금 대다수 청년들은 자신이 직장을 잡을 때보다 훨씬 더 불공정한 환경 아래 교육을 받고 있다”며 “정치인들이 제대로 정치를 해서 경제민주화, 교육민주화로 과거 조소앙이 독립운동의 기본 방략과 조국 건설의 지침으로 삼기 위해 체계화한 정치, 경제, 교육의 균등인 ‘삼균주의 이상’을 실현하기 바란다”고 강의를 끝마쳤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19년 1학기 [사회교양특강]은 장해랑 하상윤 김준일 김태동 조홍섭 이태경 성일권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권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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