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한끼, 맘 한끼] ⑫ ‘나답게 먹고사는 법 세우기’ 수업 인트로

‘나답게 존재함’을 발하다

잘 산다는 게 뭘까요? 마음껏 소비할 수 있는 많은 돈, 사람을 부릴 수 있는 큰 권력, 타인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높은 지위를 갖는 것이 ‘잘 사는 삶’의 척도일까요?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책 <소유냐 존재냐>에서 인간 삶의 방식을 ‘소유적 실존양식’과 ‘존재적 실존양식’ 두 가지로 나눕니다. 앞서 말한 기준의 잘 사는 삶은 소유적 실존양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돈, 지위, 능력 등 수치화∙객관화할 수 있는 것들은 소유하는 방식의 삶이죠.

존재적 실존양식은 체험하는 삶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그래서 수치화할 수 없죠. 마치 자신을 태워 빛을 내는 초와 같아요. 경험하고 느끼고 사고하면서 나 자신을 발하며 사는 것이죠. 프롬은 잘 살려면 존재적 실존양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가 말하는 건 외부의 틀을 벗어던지고 ‘나답게 존재함’을 이루라는 것이라 할 수 있겠죠.

▲ 에리히 프롬이 말한 '존재적 실존 양식'은 마치 자신을 태워 빛을 내는 초와 같다. © 이현지

[몸 한끼, 맘 한끼] 여섯 번째 시간에는 존재적 관점에서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를 정립해봅니다. 테이블에 여러 종류의 단어가 쓰인 종이가 그릇에 놓여있습니다. ‘따뜻한’ ‘담백한’ ‘시끌벅적한’ ‘소박한’ ‘다 함께’ ‘오롯이’ ‘한 끼’ ‘점심’ ‘만찬’ 등 단어에서 서너 개를 선택합니다. 그 단어를 이용하여 나만의 슬로건을 만듭니다. ‘따뜻한’ ‘소박한’ ‘한 끼’를 골랐다면, “소박한 집에서 따뜻한 한 끼를 나누는 삶”이라고 만들 수 있죠.

이제 그 문장을 종이 한 가운데 씁니다. 그리고 내가 정립한, 잘 먹고 사는 삶을 떠올린 뒤 감정과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합니다. 체험 차원의 의지를 형상화하여 선언하는 것입니다. 그림을 완성하였으면 옆자리에 앉은 참가자에게 그림을 줍니다. 그림을 넘겨받은 사람은 털실과 스팽글, 단추, 나뭇조각, 잎사귀 등 재료를 이용하여 그림을 꾸며 줍니다. 릴레이 형식으로 응원을 하는 의식입니다. 작품이 완성되면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자기다운 좋은 인생을 만드는 법

에세이집 <이제 좀 느긋하게 지내볼까 합니다>에서 히로세 유코는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이 그 사람을 만든다고 말합니다. 나의 경험과 체험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이죠. 저자는 “좋은 시간을 보내면 자기다운 좋은 인생이 만들어진다”고 말하는데요. ‘어떻게 잘 먹고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우리에게 중요한 이야기로 들립니다.

먹고사는 일은 삶의 바탕이 됩니다. ‘어떻게 나답게 잘 먹고 살 것인가’를 정립하는 건 삶의 토대를 다지는 일이죠. 사회가 규정한 조건들을 벗어던지고 ‘나답게’ 잘 먹고 사는 삶을 세워봅니다.

단순하고 소박하게 먹으며 살고 싶나요.

다 함께 모여 만찬을 즐기며 살고 싶나요.

어려운 사람들과 끼니를 나누며 살고 싶나요.


미술치유 프로그램인 [몸 한끼, 맘 한끼]를 진행하는 이현지 <미로우미디어> 대표는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하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재학하면서 사단법인 <단비뉴스> 영상부장으로 일했으며 졸업 후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습니다. 미술과 영상, 글쓰기를 결합하는 컨셉트의 <미로우미디어>는 서울시의 도농연결망 '상생상회' 출범에 기여했고 <단비뉴스>에는 [여기에 압축풀기]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조현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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