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천막농성 나선 조성일 전교조 대구지부장

대구시 수성동2가 대구교육청 입구 공터에는 지난 5월 27일부터 5평 남짓한 비닐 천막이 자리를 잡았다. ‘노조전임 인정하고 법외노조 취소하라’ 등 구호가 적힌 현수막과 팻말들이 천막 앞면에 빼곡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6월 7일 정오 무렵, 조성일(51)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장과 천막 안에 마주 앉았다.

“우리 전교조도 당연한 권리로서 노동기본권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무시당하고 억압받는 게 있어서 농성을 하게 됐습니다.”

대구 등 4개 시·도 전교조 전임 불인정

▲ 지난 3일 ‘농성 68일째’임을 알리는 전교조 대구지부의 천막. 약 20미터(m) 떨어진 대구교육청 입구에는 ‘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라고 쓴 입간판이 있다. ⓒ 전교조 대구지부

동평중학교 교사인 그는 지난 1월 1일부터 전교조 대구지부장을 맡았다가 5월 23일 대구교육청에서 직위해제 처분을 받았다. 직위해제는 해임 등 본격적인 징계의 전 단계다. 그가 노조 전임 인정을 요구하며 대구지부로 ‘출근투쟁’을 벌인 것이 무단결근이며,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 의무, 복종의 의무 및 직장 이탈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이란 이유였다.

2013년 10월 박근혜 정부가 ‘조합원 중 해직교사들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규정한 후, 교사들의 저항 등 우여곡절을 거쳐 현재 전국 17개 시·도 중 이른바 ‘진보교육감’이 있는 13개 교육청은 전교조 전임자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 경북, 경기, 대전 등 4개 시도는 전임자를 인정하지 않고 단체교섭 등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대구교육청이 교사들의 노동기본권을 무시하고 단체협약에 응하지 않는 것 등에 항의해 퇴근 후 교육청 앞 1인 시위와 천막농성 등을 벌이고 있다.

조 지부장은 “(직위해제 처분을 내린)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정치적 이유에서 전교조를 희생물로 삼은 것”이라며 보수적인 대구 지역에서 보수 교육감의 정체성을 보이려는 것이 전교조 탄압의 배경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전교조가 교육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개혁을 요구하니 교육감과 교육청 공무원들이 큰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촛불’ 이후에도 교사 노조의 수난이 계속되는 이유는

▲ 지난 3일 대구교육청 앞에서 ‘법외노조 철회’ 등을 주장하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조성일 전교조 대구지부장. ⓒ 전교조 대구지부

전교조의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지난 2월 20일이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본부를 찾아가 “전교조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교조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2019년 현재 전교조는 여전히 법외노조이며 조 지부장을 포함한 일부 지역 전임자들의 수난은 계속되고 있다.

“집토끼는 집토끼대로 지키려는 욕심, 산토끼는 산토끼대로 포섭하려는 욕심이죠.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이제 정권 유지 욕심을 내는 것 아니겠습니까?”

조 지부장은 법외노조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이유로 ‘기득권의 심한 반발’과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목했다. 그는 “양승태 전 대법관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법거래를 통해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된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라며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보수 기득권과 자본의 눈치를 심하게 보면서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이 대법원 계류 중’이란 핑계만 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정부 당시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으나 1·2심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고 2016년 2월 상고 이후 지금까지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양승태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정부와 ‘재판 거래’를 한 사건에 전교조 소송이 포함돼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조 지부장은 최근 노동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해고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교원노조법 개정안 등을 마련한 데 대해서도 지난 3일 추가인터뷰를 통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법외노조인 상태가 직권 취소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기존 해직교사 34명이 복직되는 것도 아니며 노동부 개정안이 다른 ‘개악 조치’를 포함하고 있어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기본권’ 안 가르친 교육이 ‘노동 천시 사회’ 만들어

▲ 조성일 지부장은 정부가 기득권층의 반발을 의식하며 안일한 태도를 보이면서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원찬

“교직사회라고 하는 것이 따지고 보면 교장이나 교감에 의해서 굉장히 독단적으로 운영되는, 비합리적 의사결정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조 지부장은 대구 달성군 구지중학교 교사였던 1999년 3월 전교조에 가입했다. 당시 수직적이고 강압적인 학교 분위기가 변화를 갈망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우리나라 학교가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구조가 된 것이 일제 강점기 때부터라고 봤다. 국민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일본 순사가 칼을 차고 교단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체벌로 ‘황국신민화’를 추진하던 영향이 오늘날까지 조직 곳곳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는 “교사 개개인이 노동자로서 권리를 존중받아야 하며, 의사결정은 투명하고 합리적이며 민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교조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교사는 노동자가 아니며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조선시대 율곡 이이나 퇴계 이황 같은 학자들도 교육자 이전에 정치를 비판하고 민생을 이야기 한 개혁가였다”고 반박했다. 그는 ”학생과 스승은 가르치고 배우며 서로 성장하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관계인데, 교육자에게 정치 운동을 하지 말라고 하면 학생도 정치를 제대로 못 배운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논란이 계속되는 것 자체가 학교에서 노동기본권, 정치기본권 등 시민기본권에 관한 교육이 부족한 대한민국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런 현실이 노동 천시 사회를 만들고, 사람들이 노동자들의 신음에 ‘강 건너 불구경’을 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설적으로 우리 전교조 선생님들이 이에 관해 더 반성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압의 순간 ‘연대의 힘’으로 버텨

▲ 창립 30주년을 맞은 2019년 현재 법외노조 상태인 전교조. 지난 4월 24일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법외노조 규정을 직권으로 취소해 달라는 청원을 접수하기 위해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 전교조 대구지부

조 지부장은 지금까지의 전교조 활동을 돌아볼 때 직위해제를 당한 현재보다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가 교사와 공무원들의 민주노동당 후원을 들춰내 1920명을 기소했던 사건이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정치자금법 개정 전에 합법적인 후원금을 냈는데, 당시 검찰이 막무가내로 수사했고 징계가 거론됐다고 한다. 그는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도 부당한 업무지시를 거부했다가 전두환 정부에서 ‘숙정’된 후 10년 만에 복직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 일로 교단에서 배제되고 부모님이 알게 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힘든 순간에 전교조 선생님들이 ‘우리 모두의 일’이라며 전국적으로 같이 싸워줬다”며 “그런 연대의 힘이 ‘전화위복’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직위해제로 다시 고난의 한 가운데 섰지만, 조 지부장은 ‘공감’과 ‘사람존중’을 강조하며 웃음을 보였다.

“바라는 건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가 빨리 해결돼서 우리 선생님들이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것이죠. 비정규직을 포함해서 학생들을 위해 노력하시는 모든 선생님들 다 주름 펴고 인상 펴고 같이 좀 웃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 학교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고요. 뭐 누구한테 드리는 말씀은 아니고 그냥 제 마음을 얘기하는 겁니다. 허허허.”


편집 : 윤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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