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양특강] 하상윤 <세계일보> 사진 기자
주제 ②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 전략

“어떤 내용이겠다 혹시 한번 유추해보실래요? 아버지와 아들인데 왜 바닷가에서 키스를 하고 있을까요? 이 이미지는 집에 돌아갔을때 문득 생각나실 수도 있을겁니다. 내용은 전혀 다른 거예요.”

▲ 키스하는 부자 뒤쪽에 원자력발전소가 보인다. © 하상윤

사진 속 주인공은 부산에 사는 이균도씨와 그의 아버지 이진섭씨다. 균도씨는 ‘발달장애(자폐증)’을 가지고 태어났다. 균도씨는 갈 곳이 없어 아버지와 24시간 같이 시간을 보낸다. 이들 부자는 발달장애인이 공동체 구성원으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과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 부자를 취재한 <세계일보> 하상윤 사진기자는 “독자들에세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 기획 기사를 쓰는 것인데 그 기획을 빛나게 하는 도구로서 사진과 글, 영상이 합쳐진 멀티미디어를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은 글, 영상과 협업했을 때 힘을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려대 재학시절 학생사진기자로 활동했다. 졸업 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입학해 문장수련을 했고 사진과 글이 어우러지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사진은 공존하는 메시지 복합체

“사진은 단독으로 존재하는 일이 거의 없어요. 문자언어나 음성언어, 디자인, 권위나 권력과 같은 또 따른 의미화 체계 안에 삽입해 존재합니다.”

하상윤 기자는 처음 사진을 접한 계기를 전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사람들이 제가 찍은 사진을 좋아했다”며 “제 이야기를 어떻게 사진으로 풀지 고민했다”고 한다. 하 기자는 학자 마틴 리스터와 데이빗 알란 하비의 말을 인용하며 “누구나 사진으로 말할 수 있지만 돌아섰을 때 기억에 남고 사람들에게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진은 흔치 않다”고 표현 방법을 강조했다.

▲ 하상윤 기자가 사진 구도 잡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 이자영

포털사이트에 올라가는 기사는 하루 1만개가 넘는다. 독자가 기억하는 기사는 그중 1%도 못 미친다. 독자들이 구독하는 언론사 말고도 기사 형식이 똑같고 어뷰징하는 기사가 널려 있기 때문이다. 하 기자는 “매일 특종을 하면 좋겠지만 불가능하다”며 “기자는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도 얘기할 수 있고 사진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고 영상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게 찍어서 여러 방법을 활용해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과 영상이라는 도구의 중요성

"라슬로 모호이너지라는 학자가 한 말인데, 사진에 관해 아는 것은 알파벳을 아는 것만큼 중요합니다. 미래의 문맹은 글을 쓸 줄 모르는 것 못지않게 사진을 다룰 줄 모르는 것도 의미하게 될 겁니다."

글을 읽으려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지만 사진은 그렇지 않다. 직관적이다. 사진이라는 도구를 다루지 못한다는 것은 문자를 읽지 못하는 것만큼 치명적이다. 요즘 많은 사람이 글 대신 사진으로, 영상으로 이야기한다. 사진과 영상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들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 하 기자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재학할 때 <단비뉴스>에 실었던 대장장이의 손. © 하상윤

하 기자는 사진을 볼 때와 소리를 들을 때 그리고 글을 읽을 때 반응하는 뇌의 피질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 피질들을 각각 활성화하는 것보다 한꺼번에 활성화했을 때 기억에 더 오래 남아서 독자들에게 길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사진과 영상을 사용하는 것은 독자들에게 좀 더 깊이 있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또한 영상은 맥락 정보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 그는 영상이 기사에 추가되었을 때 글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 '의도치 않은 화학작용' 같다고 표현했다.

소비구조가 바꾼 스토리텔링 전략

“전통적인 신문 사진은 한 장으로 뉴스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설명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지면에 제약이 없기 때문에 더 다양한 사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과 영상이 스토리텔링의 주요 수단이 된 것은 뉴스 소비 행태 변화와도 관계 있다. 과거 뉴스는 주로 신문지면을 통해서 접했다. 하지만 현재는 온라인을 통해 상당부분 뉴스가 유통되는 구조다. 따라서 더 다양한 사진을 독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 정부가 제주도 성산읍 일대를 주민 동의 없이 국책사업 터로 활용하겠다고 해서 사진 기사로 작성했다. © 하상윤

하 기자는 “사진뿐 아니라 영상을 통해서 입체적인 뉴스를 만들고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은 기사의 얼굴

“기사를 볼 때 사진이 뜨잖아요. 그게 기사를 보기 전에 매력적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인지적 도구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계속 고민을 하는 거예요. 같은 거라도 어떻게 다르게 보여줄 수 있을까 하고요.”

하상윤 기자는 비자림로 나무그루터기 사진을 보여주며 사진 편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획기사를 쓸 때 가장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는 기사의 얼굴이 될만한 사진을 고르는 것”이라며 “같은 사진 문법에서 벗어나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 하 기자가 촬영한 비자림로 그루터기. © 하상윤

그는 “글은 팩트를 전달할 때 가장 빛나지만 사진은 독자에게 강력한 이미지를 각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사진이 가진 정보 전달의 힘을 강조했다.

사진도 ‘대비’(contrast)가 있어야

“학교 다닐 때 선생님께 배운 것 중 하나가 대비 효과예요. 글 쓸 때 대비효과를 강조하셨는데 사진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대비 효과’를 검색하면 여러 정의가 나온다. 영국 사상가 존 로크는 “미지근한 물은 손을 담그기 전에 뜨거운 물을 만졌는지 차가운 물을 만졌는지에 따라 차갑게 여겨지거나 뜨겁게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비 효과’의 원조격으로 여겨지는 발언이다. 이렇게 ‘대비 효과’는 여러 분야에서 쓰인다. 공통점은 두 대상을 비교함으로써 주장하려는 말이나 사람, 사물 등을 더 부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 고리원전이 생기며 사라진 골매마을 앞 고기잡이배. © 하상윤

하 기자는 “사진에 시의성과 대비 효과가 동시에 있으면 더욱 효과적으로 이슈를 부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취재한 사진을 보여주며 “독자에게 더 힘있는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좋은 사진이 다가오는 순간

결정적인 사진, 좋은 사진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하 기자는 “좋은 사진을 얻으려면 취재원과 관계가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현장에 가면 바로 좋은 사진이 기다리고 있으리란 법은 없다. 기자 자신이 현장의 한 부분이 되고 나서야 주변이 열린다. 주변이 열려야 현장이 좋은 사진을 내준다. 취재원과 좋은 관계, 현장과 교감이 이루어져야 찍어야 할 사진이 내게 다가온다.

▲ 드론으로 찍은 인양된 세월호 모습. © 하상윤

수많은 뉴스 속에서 내 기사가 살아남는 법

"(기사는) 물을 수 있어야 하고 통찰하고, 눈에 띄어야겠죠. 섬세하게 짚어내는 디테일도 있어야 하겠고... 이런 물고기라면, 멀리 있는 독자나 관심 없는 독자에게도 가서 닿을 수 있지 않을까..."

글로만 이루어진 기사는 일단 이슈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가서 닿는다. 이슈나 쟁점에 관심이 없는 독자들은 기사를 클릭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눈에 띄고 섬세한 디테일을 가진, 통찰력 있는 사진이나 영상을 포함하면 독자들에게 더욱 폭 넓게 다가갈 수 있다.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 하상윤

하상윤 기자는 멀티미디어 시대에서 사진과 영상을 다루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그는 멀티미디어 시대의 기사를 뉴스라는 바다에 사는 생명체로 비유했다. 그는 “하루 만 건 넘게 올라오는 기사들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생존법이 필요하다”며 “시대 흐름에 맞게 알맞은 도구를 사용하는 것, 그것이 지금 뉴스가 살아남는 생존법”이라고 말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19년 1학기 [사회교양특강]은 장해랑 하상윤 김준일 김태동 조홍섭 이태경 성일권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윤종훈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